티켓값 OTT 월정액보다 비싸 관객 외면…스크린용 대작들만 팔려 “퀄리티로 승부해야”
#팬데믹은 핑계가 안 된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되며 극장가는 초토화됐다. 2020년 4월 극장 관객수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94%가 줄었다. 그리고 2년여의 암흑기를 거친 극장가는 2022년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숨통이 트였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극장에 다시 관객이 몰렸고, 팝콘 매출이 크게 신장됐다. 이즈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닥터 스트레인지’에 이어 ‘범죄도시2’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집나간 관객이 돌아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 5∼10월 관객수를 보면 흥행순위는 ‘범죄도시2’를 필두로 ‘탑건: 매버릭’(817만 명), ‘한산: 용의 출현’(726만 명), ‘공조2: 인터내셔날’(695만 명), ‘닥터 스트레인지’(588만 명) 순이다. 하지만 이 밖에 칸국제영화제와 이정재 특수를 누린 ‘헌트’(435만 명)를 제외하면 소위 ‘허리급’ 영화가 없다. 다시 말해 300만∼400만 관객을 모은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마녀 파트2: 디 아더 원’, ‘토르: 러브 앤 썬더’, ‘미니언즈2’, ‘비상선언’ 등 기대작들이 모조리 200만 명대다.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 이후인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의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100만 명이 버거울 정도다. 배우 류승룡, 염정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거의 개봉 한 달 만에 가까스로 100만 고지를 밟았다. 이외에 ‘정직한 후보2’(89만 명), ‘블랙 아담’(67만 명)은 100만 명 돌파가 어렵고, 지난 10월 26일 나란히 개봉한 ‘자백’과 ‘리멤버’는 현재 각각 31만 명, 27만 명 수준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은 팬데믹 핑계를 댔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관객들이 극장에 오지 않고, 극장 내 취식이 불가능해 데이트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극장을 외면했다고 분석해왔다”면서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극장 자체의 맹점, 그리고 콘텐츠의 퀄리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극장표, 제값일까?
올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 얻게 될 쾌감이 큰 작품 위주로 성공했다. 혹은 표현 수위를 높여 안방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보여줘야 관객이 매력을 느꼈다. 반면 드라마나 코미디 등 TV나 OTT로 즐길 만한 콘텐츠들의 성적은 지지부진했다. ‘극장용 콘텐츠’와 ‘비(非) 극장용 콘텐츠’를 가르는 관객의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의미다.
팬데믹 기간 크게 성장한 OTT의 영향력 또한 여전하다. 넷플릭스는 최근에도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수리남’을 공개해 호평 받았다. 배우 하정우·황정민 등이 참여한 이 작품을 보고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다”는 관객평이 지배적이었다.
OTT 플랫폼의 구독료는 월 1만 원 안팎이다. 최근에는 개별 서비스에 따라 구독료를 낮춘 상품도 내놓고 있다. 각 시청자들의 니즈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다. 한 달 구독료로 마음껏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극장 상영 영화들의 OTT 공개 시점도 당겨지고 있으니 구독자 유치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게다가 “극장표가 비싸다”는 반응은 끊이지 않는다. 현재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1만 50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두 사람이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족히 5만 원 가까이 필요하다. 여기에 식사까지 한다면 주말 데이트 비용은 10만 원에 육박한다. 극장 데이트가 더 이상 서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는 팬데믹 기간 총 세 차례에 걸쳐 극장 요금을 인상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냈지만 “왜 팬데믹 피해를 관객에게 전가하냐”는 따가운 질타가 이어졌다. 또한 극장 입장에서는 순차적으로 값을 올렸다고 하지만, 2년여 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 입장에서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30% 가까이 상승한 티켓 값에 기함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는 “극장 요금이 올라간 만큼 극장과 각 투자배급사의 수입 역시 상승했다. 하지만 요금에 부담을 느껴서 극장에 오던 관객의 발길이 끊긴다면 궁극적으로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은 콘텐츠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 인당 1만 5000원을 내고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콘텐츠라는 자신이 있는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해야 승산이 있다. 이미 볼거리가 많아졌고 관객들은 영리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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