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변동성에 대한 신뢰 어떻게 얻을지 관건…AC·VC 모두 신사업 확장 필요성 제기
#실적 증가에 최초 상장 노리는 AC
지난 10월 21일 스타트업 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상장하면 AC 첫 상장 기업이 된다. 또 다른 AC인 퓨처플레이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AC는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면서 발굴과 육성을 겸하는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이르면 내년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퓨처플레이는 증권사 및 여러 대기업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2018년과 2020년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통해 약 200억 원을 유치했다. DB금융투자, 삼성증권, 소프트뱅크벤처스, 중소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이 투자를 단행했다. 퓨처플레이는 지난 6월 SM엔터테인먼트, 홈앤쇼핑, 레드힐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KT 등으로부터 투자받아 150억 원 규모의 프리 IPO를 완료했다.
AC의 양호한 실적은 상장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각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62억 원에서 지난해 225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퓨처플레이는 144억 원에서 359억 원으로 늘었다. 실적 증가에는 주식 등을 시세로 평가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관련이익의 영향이 컸다.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관련이익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020년 124억 원에서 344억 원으로, 퓨처플레이는 276억 원에서 758억 원으로 증가했다. 즉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늘었다. 상장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후 투자를 늘리려는 것이 AC들의 상장 의도로 풀이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관계자는 “투자금 규모를 작게 조성해 여러 기업에 투자했고, 투자한 기업들이 후속 유치 시점에 도달하면 지속적으로 투자금 회수를 하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다각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AC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용역비를 받을 수 있다. 창업 극초기의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데서 AC와 정부 사업의 목표가 일치한다. 또 여러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해주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AC는 일부 수수료를 받는다. AC나 VC 같은 벤처투자기업은 심사역 등 인건비가 가장 부담이 큰 비용인데, AC는 여러 방안을 통해 인건비를 커버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상장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차지하는 대부분은 미실현 수익이기 때문이다. 실제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마이너스(-) 37억 원, 지난해는 1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퓨처플레이의 경우 –14억 원과 –62억 원이었다.
투자 이외의 비즈니스 모델 대한 우려도 있다 대표적으로 퓨처플레이는 지난해 11월 HR(인력관리) 스타트업 태니지먼트랩을 인수하며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휴먼 액셀러레이션 그룹을 신설했다. 그러나 올해 9월 그룹을 기존 비즈니스 그룹으로 통폐합했다. 이와 관련, AC업계 다른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캐시카우로서 역할을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 현재 국내 AC는 여러 기업에 씨앗을 뿌리는 것 외엔 뚜렷한 전략이 없는 듯하다. 투자 이후 다음 단계 펀딩이 이뤄지면 빨리 수익을 회수하느냐 좀 더 지켜보고 차익을 노리냐의 차이다. AC에서 다른 수익 모델을 계속해서 찾고 있는 과정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한 VC 주가 폭락…신사업 확장 성과 주목
AC뿐 아니라 VC업계에서도 상장 바람이 불고 있다. HB인베스트먼트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한다. 10월 27일 HB인베스트먼트는 코스닥 시장 상장법인인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23호와 합병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범LG가인 LB그룹의 LB인베스트먼트도 지난 6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VC는 AC보다는 좀 더 성장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AC보다는 투자 규모도 크다. AC가 주로 자기자본을 통해 투자에 나선다면, VC는 출자자(LP)들로부터 자금을 조성하고 펀드를 결성해 투자한다. VC가 투자한 기업의 투자회수(엑시트) 시점이 불분명한 것은 AC와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코스닥 상장한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공모가는 5800원이었으나 11월 1일 종가는 2015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상장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11월 1일 종가는 4615원으로, 공모가(8000원) 대비 42% 하락했다. 업력이 길고 영업이익이 지난해 520억 원으로 높은 편인 아주IB투자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1일 7910원에서 1일에는 252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상반기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관련이익이 15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68억 원) 대비 67% 떨어진 영향이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의 AC업계 관계자는 “VC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변동성을 줄여야 하는데 결국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VC는 대부분 투자를 위한 펀드를 결성해 관리해주는 관리보수, 초과수익에 따른 성과보수 등으로 돈을 번다. 투자 실적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 실적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신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몇몇 VC들은 신사업 확장 시도를 하고 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최근 사모투자펀드 사업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IMM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11월 해외대체투자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상장에 나설 VC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AC와 VC 등 벤처투자기업들의 상장 움직임이 스타트업 업계에는 투자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현재 스타트업 업계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유치액은 3816억 원으로 지난해 9월(2469억 원) 대비 39%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예산도 올해 5200억 원에서 내년 3135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AC와 VC 등이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해 외부자금을 조달하면 투자에 나설 여력이 생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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