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교통 문제 해결에 사용…“되도록 혼잡지역 해결되도록 회계 조정할 필요 있어”
교통유발부담금은 해당 자치구에서 걷지만 시의 교통사업특별회계에 세입·사용돼 해당 구역의 교통 혼잡을 즉각 해소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세금이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회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통유발부담금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도시교통정비법)에 따라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맞춰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대해 부과한다. 교통유발부담금의 부과 대상은 통상적으로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각 층 바닥면적을 합한 면적이 1000㎡ 이상인 시설물의 소유자다. 아파트형 공장 등 다수 기업이 한 건물에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부담금을 납부하기도 한다. 해마다 한 번 납부하는 것이 보편적이나 금액이 클 경우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서 교통유발부담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일요신문i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약 1392억 원, 2018년 약 1578억 원, 2019년 약 1775억 원, 2020년 1662억 원, 2021년 약 2334억 원이 교통유발부담금으로 징수됐다. 부담금 징수액은 지난 5년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교통유발부담금을 낸 자치구는 강남구로 약 338억 원이다. 이어 송파구, 영등포구, 중구가 모두 230억 원 이상 부담했다.
이렇게 해마다 세금은 높아지는데 주변 교통 상황은 여전히 혼잡하다. 금천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서울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는 출·퇴근 시간이면 늘 도로가 꽉 막힌다. 다리 하나 건너는 데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꽉 막힌 도로를 피했지만 직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 해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토로했다.
A 대표는 이어 “지자체는 우리가 내는 부담금으로 차로 확장이나 도로 정비 등 교통 혼잡을 완화에 힘써야 하는데 교통 상황이 수 년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왜 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세금 납부에 대한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A 씨의 바람과 다르게 교통유발부담금은 징수된 지역의 직접적인 도로 환경 개선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자치구에서 걷지만 자치구가 직접 사용할 수 없다. 지방회계법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에서 걷은 세금은 서울시로 귀속되고,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한 게 아니라면 해당 수입을 직접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구에서 걷은 교통유발부담금을 서울시 교통사업특별회계로 편입한다. 그렇다 보니 부담금이 사용되는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사업특별회계 예산으로 △교통시설 확충, 운영개선 및 조사·연구를 위한 사업 △교통수단의 서비스 개선과 대중교통업체의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 △교통수요관리와 교통수요관리 조치의 시행 △도시시설·교통안전시설 개선에 관한 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다”며 “서울시 교통사업특별회계는 △올빼미 버스 노선 확대, △도시철도 안전시설 확충 및 노선 연장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 운행체계 구축 등 다양한 교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요신문i가 2017~2021년 서울시 교통사업특별회계 결산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해마다 약 1조 2000억~1조 7000억 원 수준으로 예산이 책정됐다. 이 예산은 서울시 버스와 택시정책과에 집중돼 있다. 두 과의 예산만 한 해 교통사업특별회계 예산의 6할 이상을 차지한다.
2021년 기준 버스정책과에 6202억 원이 편성됐다. 이 중 5000억 원 이상이 ‘버스운송비 재정지원 및 버스경영 개선’에 사용됐다. 택시정책과에는 4183억 원이 편성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492억 원은 택시·화물 등 운수업계 유가 보조금 지원에 사용됐고, 장애인콜택시 운영(약 671억 원), 법인택시 기사 긴급 고용 안정 지원(약 420억 원) 등에 사용됐다.
이 외에도 교통사업특별회계 예산은 ‘주차시설 확충 및 주차 수요 관리 강화’에 약 1054억 원, ‘보행권 향상 및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에 약 685억 원, ‘자전거 이용 환경 개선’에 약 530억 원 ‘교통안전 시설물 관리’에 795억, ‘과학적인 교통 정보 서비스 구현’에 약 403억 원이 책정됐다. 이에 반해 부담금 납세자들이 현실적으로 원하는 도로 인프라 확충에는 251억 원만 책정됐다. 교통유발부담금을 성실히 납부해도 자신의 지역의 출·퇴근 혼잡도가 개선되는 게 어려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교통유발부담금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부담금이 편입되는 회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교통사업특별회계에서 251억 원이 책정됐던 서울시 도로계획과는 도시계발특별회계에서 ‘도로 인프라 확충’으로 6458억 원을 집행 받았다. 도로계획과에 따르면 시민 민원이나 정책적인 불편 사항이 접수되면 연구·조사를 통해 상습 정체 구간을 확인해 도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교통 혼잡을 개선하는 사업에는 한두 푼이 필요한 게 아니다 보니 부담금을 거시적인 교통 문제 해결이라는 명목에 포함해 쓰는 것 같다. 납세자들이 교통 혼잡 완화를 체감하기 힘든 구조로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현실적·가시적 변화가 없으니 납세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거시적인 교통 환경 개선에는 다른 재원을 확보해 충당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담금은 거둬들인 지역에 되도록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회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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