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풀더라도 DSR 발목 ‘부자 위한 규제 완화’ 평가…중산층 이하 혜택 받을 수 있어야 효과 기대
시장에서 기대를 더 걸고 있는 부분은 다양한 규제가 풀리는 효과를 낳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다. 실수요자에 도움 되는 규제 완화가 수반되면 거래절벽 극복과 함께 집값 급락 우려를 낮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규제 완화까지 겹치면 최근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낮추는 역할도 기대된다.
지난 10월 27일 정부는 규제지역 내 주택의 담보가치에 따라 내년부터 대출금을 조정하는 LTV를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9억 원 이하 40%, 9억 원 초과는 20%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금지도 풀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중산층 이하 서민이 이번 규제완화로 돈을 더 빌리기는 어렵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7% 수준이다. 연간 원리금상환 한도가 4000만 원(DSR 40%)인 연소득 1억 원 차주가 빌릴 수 있는 돈은 많아야 6억 5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15억 원짜리 주택을 사면서 7억 5000만 원(LTV 50%)을 빌리려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만 최소 4650만 원이다. 연소득이 1억 9000만 원은 돼야 DSR이 40% 이내로 가능하다. LTV가 높아지는 폭도 9억 원 이하 주택은 10%포인트(p)에 불과하지만, 9억 원 이상은 30%p나 된다. 고소득자가 고가주택을 사는 경우 이번 규제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중산층 서민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규제지역 해제가 더 클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세종을 제외한 지방의 규제를 일부 푼 데 이어 11월 중 추가 해제를 예고한 상태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LTV가 50%에서 70%로 높아진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실거주요건도 풀린다. 분양권 전매 제한도 가능해진다. 실수요자에 유리해지는 것과 동시에 원활한 주택 분양은 최근 높아진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시행사는 대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 PF 우려로 잔뜩 경색된 자금시장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중요하다.
관건은 금액이 큰 사업장이 다수 위치하고 잠재수요도 큰 서울과 수도권이 해제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83곳·7만 651가구(임대 포함, 오피스텔 제외, 1순위 청약 기준)가 공급될 예정이다. 일반 분양 물량은 5만 9565가구로, 전달 물량(1만 9381가구) 대비 약 3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수도권 일반 분양 물량은 2만 18가구(33.6%)에 달한다. 지방은 3만 9547가구(66.4%)다. 경기가 1만 4474가구(18곳, 24.3%)로 가장 많고 서울은 2767가구(5곳, 4.6%)가 분양될 예정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라도 규제지역에서 풀려난다면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 금리와 함께 각종 건설비용이 상승하면서 주택 공사비가 크게 높아졌다. 분양가 상승 요인이지만 중도금 대출이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묶여 있어 한계가 있었다.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주택에는 자금부담으로 실수요자가 몰리기 어려워 미분양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분양가를 높이지 못하면 기존 조합원들의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풀리면 건설사나 재건축조합은 높아진 건축비를 분양가에 반영하기 용이해지고, 수요자들도 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최근 둔촌주공 PF가 만기연장에 성공한 배경에도 같은 날 이뤄진 중도금 대출 허용 소식이 있다. 둔촌주공 PF는 당초 공사비 상승분 등을 반영해 8300억 원이 필요했지만 결국 7300억 원만 조달했다. 분양가를 9억 원 이상으로 높여 공사비 상승분을 충당할 수 있어서다. 둔촌주공은 이번에 연장한 대출이 만기되는 내년 1월 중순 분양예정이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미미하지만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2030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297건으로 전체 거래량(856건)의 34.7%에 달했다. 5월(37.4%)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주택 소재지나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LTV 상한을 80%까지 상향하고, 대출한도는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물가와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경기도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대책에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쉽게 되살아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와 금리가 안정돼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회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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