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승률 동률에 이듬해부터 타이브레이커 부활
이 조항이 되살아난 건 2019년 정규시즌 우승팀이 결정되는 과정 때문이다. 시즌 종료 한 달을 앞두고 두산과 SK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쳤고, 시즌 최종전에서 정규시즌 1위와 2위 팀이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SK 와이번스는 그해 8월 초까지 2위권과 최소 7~8경기 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달렸다. '우승 보증수표'라는 시즌 80승 고지도 가장 먼저 밟았다. 80승에 선착한 뒤 정규시즌 1위 등극에 실패한 팀은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SK가 8월 중순 이후 슬럼프에 빠지고 두산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실제로 8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한 달 동안 두산은 13승 1무 8패를 기록한 반면 SK는 6승 14패로 부진해 이 기간 9위에 그쳤다. SK와 두산의 게임차는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9월 19일 인천에서 열린 더블헤더 맞대결에서 두산이 2승을 모두 따내면서 두 팀은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운명은 10월 1일에 갈라졌다. SK는 하루 전 88승 1무 55패(승률 0.615)로 모든 경기를 마쳤고, 두산은 87승 1무 55패 상황에서 NC 다이노스와 시즌 최종전을 치러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률시 상대전적이 우승팀을 가리는 첫 번째 기준이었는데, 두산은 SK전에서 9승 7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한 상태였다. 두산이 지면 승률에서 앞선 SK의 우승으로 끝나지만 이기면 승률이 같아지면서 두산이 극적으로 우승하는 거였다. 본의 아니게 '우승 캐스팅 보트'를 쥔 NC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엎치락뒤치락 혈전이 펼쳐졌다. NC가 4회까지 2-0으로 앞서자 두산은 5회 말과 7회 말 연이어 점수를 뽑아 2-2 동점을 만들었다. 8회 초엔 다시 승부가 NC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1사 1·3루에서 두산 투수 유희관의 폭투와 NC 대타 권희동의 중전 적시타가 나와 4-2가 됐다. 이어 두산 출신 양의지가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적시타로 5-2까지 리드를 벌렸다.
그러나 두산의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8회 말 허경민과 대타 김인태의 활약으로 극적인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9회 말엔 1사 2루에서 박세혁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시즌 최종전 끝내기 승리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영화 같은 마무리였다. 동률 1위 팀이 상대전적으로 1·2위를 가리게 된 것도, 2위를 달리던 팀이 한 달여 만에 9경기 안팎의 격차를 뒤집고 우승한 것도 처음이었다. 기세가 꺾인 SK는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3위 팀 키움 히어로즈에 졌고,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손쉽게 우승했다. 그리고 그 후 KBO 이사회는 단일리그 전환 이후 최초로 1위 결정전 도입을 의결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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