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trigger)의 1차 의미는 방아쇠이다. 여기에 뜻을 더하여 어떤 변화와 행동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 혹은 도화선'을 의미한다. 지역 소멸 시대. 우리는 지역의 활성화와 부활을 위한 작은 시도와 실험들. 그것을 '로컬 트리거(Local trigger)'라 명명하고자 한다.
지역의 부활을 위한 모색과 실천. 그 두 번째 주인공은 전라남도 순천의 맥가이버들이다. 순천시는 2020년부터 청년 인구 유입 정책으로 '맥가이버 사업'을 시작했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청장년들을 맥가이버로 선정해 빈집을 수리해 5년간 무상 제공하고 8개월간 최저임금 수준의 정착 지원금을 준다. 맥가이버가 된 이들은 8개월간 '마을의 일꾼'으로 활동하며 전기, 목공, 도배, 장판, 농기계 수리 등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 속 문제들을 해결한다.
이들의 활동은 농촌 활성화에 '어떤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맥가이버의 활동을 통해 지역 부활의 '희망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고령화가 심각한 전남 순천의 별량면에 지난겨울 한 청년이 이사 왔다. 나이 47세 이름 강경화. 그는 어르신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막힌 지붕을 뚫고, TV를 고치고, 방충망을 수리한다. 경화 씨는 순천시의 맥가이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2기 맥가이버다. 창원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다 코로나로 문을 닫고 이곳으로 귀농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자식들 모두 객지로 나가 있어 도움을 요청할 젊은이들이 없던 터에 맥가이버가 생기니 어르신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일들이 척척 해결된다.
순천시 낙안면에도 요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집이 많다. 그중 10년 넘게 비어있던 한 집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롭게 단장했다. 집주인은 낙안면의 새로운 3기 맥가이버 박정길 씨(42). 천안에서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다 업무 스트레스로 장고 끝에 퇴사하고 귀농했다.
꿈에 그리던 귀농생활이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커진다. 어르신들만 계신 시골 마을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밥벌이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한진희(33) 이한길(39) 부부는 순천시 외서면에서 활동했던 1기 맥가이버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아 친환경 농업을 하고 싶었던 부부는 경기도 수원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순천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다. 진희 씨는 농사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어르신들 말벗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로 만난 어르신들이지만 그 관계를 넘어 이제는 손녀이자, 친구이자, 가족이다. 마을이 이런 거구나, 함께 어우러져 산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생각한다.
'맥가이버 사업'으로 청장년들은 귀농·귀촌에 대한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받아 좋고 마을 어르신들은 각종 생활의 불편이 해소되어 좋다. 이 사업으로 2020년 10명, 2021년 6명이 정착했다. 이후 맥가이버 사업은 계속해서 청년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까.
귀농·귀촌인들의 초기 정착 문제, 독거노인들의 안전과 관계 단절의 문제, 지역의 빈집 문제 등 지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역 소멸 시대, 맥가이버 활동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을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통해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귀농·귀촌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건들을 생각해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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