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속과 참사 연관성 논란…당시 기자단 동행 대대적 단속 예정, 오히려 기동대 배치 필요한 상황
#마약 단속 때문에 기동대 미배치 사실일까
11월 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산 이태원참사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주변에 임무 없이 쉬고 있는 기동대가 있었다. 너무 긴급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출동을 시켜서 질서 유지를 하면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며 “추정컨대 기동대가 정복을 입고 출동하면 마약범죄자들이 전부 도망가 마약수사에 방해가 되니까 기동대 출동을 하지 않은 게 아니냐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전에 기동대를 배치 안 한 것도 마약수사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냐”는 진행자 김어준의 질문에 이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만약 실제로 더 효과적인 마약 단속을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 10월 29일 밤 이태원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것이라면, 또 대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마약 단속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기동대 투입을 바로 하지 않았다는 방송인 김어준과 이성만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는 확인된 사실이 아닌 추정일 뿐이다. 방송에서도 김어준과 이성만 의원은 거듭 ‘추정’과 ‘의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방송인 김어준은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출연한 11월 2일 TBS ‘뉴스공장’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의 연관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장관은 11월 7일 국회 예산위에서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단속 위해 기동대 배치 필요했다는 지적도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핼러윈데이 대비 마약류범죄 예방·단속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계획’ 문건에 따르면 이날 단속은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 인근에서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중심은 이태원이었는데 형사인력도 10개 팀 52명으로 홍대(7개 팀 37명)보다 이태원이 많았으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인원도 이태원에만 2개 팀이 투입됐다.
그렇지만 마약 단속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태원 대참사 발생 시간인 밤 10시 15분 무렵 10개 팀 52명의 형사들은 용산서 형사과장으로부터 근무 관련 교육을 받으며 현장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입 예정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용산경찰서는 출입기자단에게 10시 6분 “용산서 형사과에서 10시 반부터 이태원 일대 마약단속 나갑니다”라는 문자를 발송했고, 10시 55분에는 “마약단속 아직 못 나갔다고 합니다. 현장에 인파문제 해결 후 나간다고 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11시 33분에야 “압사사고로 금일 마약단속 취소됐습니다”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당시 분위기를 보면 이태원 일대 마약 단속 필요성은 충분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핼러윈에 이태원 가면 남이 주는 음식이나 음료는 바로 버려라” “클럽에서 풀냄새 나면 바로 나와라” 등 마약 예방법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에 돌아다녔을 정도다. 용산경찰서 민용식 마약팀장도 핼러윈을 앞두고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유사마약 형태로 대마를 이용한 젤리나 쿠키도 시중에 많이 퍼져있어 눈여겨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성공적인 마약 단속과 기동대 미배치의 연관성이다. 강남 번화가 유흥업소 관계자는 “교통 통제 및 질서 유지를 위해 정복을 입은 경찰이 번화가에 배치돼도 그들이 마약 단속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자기 잡아가라고 길거리에서 투약할 게 아니고 클럽 등에서 숨어서 하는 애들은 전혀 신경 안 쓴다”며 “그리고 일반적인 수사가 아닌 대대적인 단속은 경찰도 다 티내고 한다. 굳이 정복 경찰이 없어도 다 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10월 29일 상황을 보면 오히려 마약 단속을 위해서라도 기동대 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그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을지라도 당시 이태원은 제대로 걷기가 힘들 만큼 인파가 많아 52명의 형사가 제대로 된 마약 단속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경찰이 참사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10시 55분 문자를 보면 마약단속을 못 나간 이유를 ‘현장 인파문제’라고 밝혔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마약 단속을 위한 현장 인파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기동대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이미 예고된 단속이었는데…"
현장 인파문제 해결이 절실했던 또 다른 이유는 경찰 마약 단속 현장 언론 노출이다. 경찰은 이날 마약 단속에 대해 미리 출입기자단에게 그 사실을 공지했고 일부 기자도 동행할 예정이었다. 또한 경찰은 문건에 “핼러윈 기간 중 관서별 주요 검거 사례 적극적인 홍보 예정”이라고 적어 두기도 했다.
경찰은 10월 7일 밤 10시 무렵 서울시 서초구 대형 클럽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진행했다. 51명으로 구성된 합동 마약 단속반이 투입됐고 취재진도 동행했다. 경찰조끼 등을 입은 마약 단속반이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유흥업소 밀집 골목을 걸어가던 당시 모습이 취재진을 통해 보도됐다. 그런데 당시 이태원 상황은 취재진이 이런 마약 단속반의 모습을 촬영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인파로 넘쳐났다.
강남의 한 클럽 관계자는 “영화 같은 걸 보면 마약 수사는 검거한 마약 사범을 취조해 다른 용의자를 특정한 뒤 잠복하는 등 비밀리에 진행하는 데 대대적인 단속은 정반대로 진행돼 마치 쇼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기자들까지 대동하는 단속인데 뭘 비밀로 하겠다고 쉬쉬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런 대대적인 단속은 마약사범들의 경계심을 높여 마약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존재하지만 실제 단속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10월에 진행된 강남 대형 클럽 마약 단속 역시 적발 건수는 ‘0’이었다.
‘핼러윈데이 대비 마약류범죄 예방·단속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계획’ 문건에 따르면 경찰의 이태원과 홍대 마약 단속은 10월 28일에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태원에는 5개 팀 26명의 형사가 투입될 예정이었는데 별다른 마약 단속 성과는 없었다. 29일에는 이태원 참사로 마약 단속이 무산됐고 30일로 예정된 3개 팀 15명의 형사 투입 단속도 취소됐다.
결국 경찰의 대대적인 마약 단속은 단속 성과를 올리기 쉽지 않다. 게다가 어렵게 단속 과정에서 마약 투약 의심자를 특정할지라도 바로 마약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당사자 동의나 영장이 없으면 마약 검사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보여주기 식 단속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마약 사범과 마약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에게 단속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핼러윈을 앞두고 각종 언론에서도 경찰이 이태원에서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었다. 이미 예고된 단속이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기동대까지 배치해 규모를 키우는 게 보여주기 단속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약 단속을 비밀리에 진행하려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의심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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