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한 달 사이 3억여 원 규모 3건 계약…경찰청 관계자 “정부의 정책 선포와 전혀 관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1일 경찰의 날 행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흘 뒤인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 26일에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특별수사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10월 13일 대검찰청에 “마약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히 회복해야 한다”며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실제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이태원 현장 일대에 투입된 경찰 130여 명 중 상당수가 ‘마약 단속’을 위해 투입된 사복 경찰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경찰 지휘부 관심이 축제 질서유지보다 마약단속에 집중돼, 참사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정부와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형사들이 (마약 검사) 시약을 갖고 현장에 나간 것은 맞다. 발견되면 조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마약 수사에 영향을 줄까 봐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동훈 장관 역시 “이런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삿속을 채우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건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경찰이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마약단속을 위한 검사 시약기를 집중적으로 구매 계약한 것이 확인됐다. 조달청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하루 전인 10월 28일 서울지방조달청을 통해 A 사와 ‘마약검사 간이시약기(타액용)’ 물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6500만 원이었다. 이 계약은 한 달 전인 9월 30일 입찰공고가 게시돼,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입찰을 받았다.
또한 같은 날인 10월 28일 경찰청은 B 사와 ‘마약검사 간이시약기’ 물품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경찰청이 직접 수의계약했다. 계약수량은 간이시약기 840개로, 계약금액은 752만 원이었다.
경찰청은 9월 28일 C 사와 2억 5894만 원 규모의 ‘마약검사 간이시약기-소변용’ 물품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서울지방조달청을 통해 8월 30일 입찰공고가 올라왔고, 9월 5일부터 7일까지 입찰이 진행됐다. 경찰청이 최근 한 달여 동안 총 3억 3000만여 원 규모의 ‘마약검사 간이시약기’ 구매 계약을 한 것이다.
9월 이전 2022년 1월부터 8월 사이에 마약검사 간이시약기 계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청 계약내역을 보면 B 사와 3월 23일과 7월 22일 두 차례 물품계약을 체결했다. 수량은 1890개와 1900개로, 계약금액은 각각 1643만 원과 1617만 원이었다. 두 계약 총액은 3260만 원가량이다.
2021년 나라장터의 경찰청 ‘마약검사 간이시약기’ 계약을 살펴보면 2건에 불과하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 일반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1억 9832만 원 규모의 물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9월 10일 B 사와 ‘마약 간이시약기(약품용)’ 2350개를 1983만 원에 수의계약했다. 같은 해 11월 3일 서울경찰청이 B 사를 통해 ‘마약검사기’ 1700개를 1590만 원에 추가로 구매하기도 했다. 2021년 경찰의 마약검사 시약기 구매건수는 3건에, 총액은 2억 3405만 원이다.
경찰에서는 9월과 10월 총 3억여 원 규모의 마약검사 간이시약기 물품 계약을 한 것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마약과의 전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검사 간이시약기는 일선 경찰들이 마약수사 활동을 하는데 수요가 부족하면 그때마다 구매 계약을 한다. 예를 들어 8월 강남 유흥주점에서 종업원과 손님이 필로폰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를 계기로 경찰이 자체적으로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단속을 강하게 하면 물품이 많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며 “정부의 정책 선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자는 “마약검사 간이시약기는 해외 물품이다. 한국에 들어오는데 한 달 이상 걸린다. 10월 28일 계약한 시약기로 핼러윈 축제 단속에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의혹이다”라고 했다. 실제 10월 28일 계약한 마약검사 간이시약기가 이번 핼러윈 축제 기간에 바로 경찰 수사에 도입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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