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VCNC, 티머니, 코나투스 등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이 택시 호출료를 인상한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3일 ‘일반부스터호출’ 서비스를 오픈했다. 22~03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최대 4000원의 호출료가 적용된다. 가맹 서비스인 카카오 T 블루도 서울 및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최대 5000원까지 호출료가 인상됐다. 이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심야 할증요금이 확대되면 호출료 재조정을 검토한다는 게 국토부 계획이다.
국토부는 호출료 인상으로 택시 기사 소득이 월평균 25만~35만 원 늘어나면서 배달, 대리, 택배 시장으로 직업을 바꾼 택시 기사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인상된 호출료 90% 이상이 택시 기사에 배분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예로 들면 일반부스터호출은 0~4000원에서 90%가 택시 기사의 몫이다. 카카오 T 블루는 기존 호출료가 3000원이 있었다. 여기서 절반씩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기사가 나누고, 인상된 2000원에서 90%를 택시 기사가 가져간다. 개인택시 기사일 경우 3000원대 중반의 호출료를 수익으로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떠나간 택시 기사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이번 인상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국토부는 승차난 실태 조사 당시 법인택시 기사의 월급은 200만~230만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택배와 배달은 각 350만~500만 원과 280만~290만 원으로 예측했다. 호출료 인상으로 법인택시 기사의 소득이 오른다고 해도 여전히 타 업종에 비해 소득이 낮다. 게다가 배달, 대리, 택배 등은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을 심야 시간에 끌어들이기에는 이 정도 인상으로는 부족하다. 타 업종보다 여전히 노동 강도 대비 급여가 낮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 일부는 은퇴 후 퇴직금으로 택시 면허를 사면서 유상 운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밤을 새우며, 술 취한 승객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이번 인상은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호출료나 택시요금을 더 인상할 수는 없다. 호출료 인상에 일부 승객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한 승객은 “택시요금 인상으로 수요를 줄여 승차난을 해결하려는 게 목적이었다면 제대로 노린 것 같다. 심야 시간에는 택시 잡는 게 여전히 어려운데 가격만 올랐다. 그렇다고 택시 서비스 품질이 다른 선진국만큼 올라간 것도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먼저 집중했어야 한다고 본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불부터 끄려 하니 더 큰 화를 부른 것 같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판국에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에게 요금 부담을 지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서울시개인택시조합은 7월 “택시 리스제는 심야 승차난 해소 대책이 될 수 없다. 고사 직전에 있는 택시업계를 양분하고 법과 질서를 붕괴해 택시업계 죽이기로 전락할 것”이라며 “택시 리스제를 계속 검토한다면 분신으로 저항한 동료의 유지를 받들어 모두 거리로 나가 전체 사업자 모두 열사가 되는 각오로 정부가 택시 리스제를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이전보다 더 극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택시 리스제 도입을 반대했다.
‘타다’와 ‘우버’ 등 비 택시 서비스로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운송사업자의 도입을 적극 허가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현재 이 영역은 활성화에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타다와 같은 서비스는 직접 차량을 구매해 서비스해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증차할 수도 없다. 증차에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사업을 하려면 택시업계에 매년 기여금도 내야 한다. 우버와 같은 카풀 서비스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한 일부 택시 기사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만약 두 서비스가 부활한다면 택시업계의 큰 반발을 살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로 투자업계에서는 독보적인 특징을 지닌 게 아니라면 플랫폼운송사업자에 거액을 투자하지는 않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 금리 인상으로 투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투자를 받아도 문제다. 택시업계의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업이 점차 확장된다면 택시업계가 또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신규 사업자가 나오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인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순서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국토부의 승차난 해결책을 개별적으로 보면 다 괜찮은 정책들이다. 그러나 이 정책들의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택시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서다. 가령 택시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개인택시는 부제에 막혀 총량에 제한이 있다. 부제를 풀면 심야에 택시가 풀릴 수 있는데 이를 법인택시가 반대한다. 반대로 놀고 있는 법인택시를 활용하려면 리스제나 파트타임 근로 등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개인택시가 반대한다. 따라서 정부가 그나마 서로에게 문제 되지 않을 택시 호출료부터 올린 것 같다. 하지만 승차난은 여전한데 요금만 올랐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개인과 법인택시에 당근을 먼저 주고 요금 인상을 고려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어 “그나마 다행인 건 서울시가 10일 개인택시 부제를 완전 해제했다는 점이다. 부제 해제로 개인택시의 숙원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제 법인택시에도 당근을 줘야 한다. 리스제 시행, 파트타임 근로, 전액 관리제 규제 완화, 차고지 외 근무 교대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후 타다·우버 등 비 택시 모델이나 DRT(수요 응답형 이동수단)를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택시업계가 반발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