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엔데믹 돌입, 서유럽도 안정기…아시아만 유독 증가 추세, 한국도 ‘주의보’
#유럽 재유행 상황 보면 안정적 극복 가능
서유럽의 2022년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연초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고 6~7월에 BA.5 유행을 겪었으며 9~10월에 유행을 다시 겪은 뒤 유행 규모가 축소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2022년만 놓고 보면 한국은 대략 한두 달 차이를 두고 서유럽과 비슷한 유행 양상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 그러니까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까지 한국은 비교적 큰 유행 없이 버텨왔던 터라 서유럽과 다른 양상이었지만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에는 한국 역시 다소 간의 시차만 존재할 뿐 서유럽 등 전세계 유행 양상이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다.
한국 역시 연초부터 4~5월까지 유난히 길고 유행 규모도 큰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었고 7월부터 9월까지 BA.5 유행을 겪었으며 최근 다시 유행 규모가 확산되고 있다. 겨울을 맞아 7차 대유행이 시작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서유럽에 9~10월 겪었던 유행이 이번에도 한두 달 차이를 두고 한국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의 유행 양상처럼 서유럽에서의 유행이 반복되는 것이라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서유럽의 경우 9~10월 유행이 비교적 가볍게 지나갔기 때문이다. 인구 수를 감안한 국가 별 유행 규모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통해 알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5405.38명(1월 25일)까지 올라갔으며 BA.5 유행에선 1927.40명(7월 11일)을 기록했지만 9~10월 유행에선 839.83명(10월 12일)에 그쳤다.
독일은 오미크론 대유행에서 3016.79명(3월 31일)을 기록했고 BA.5 유행에선 1176.48명(7월 19일)이었고 9~10월 유행에선 1286.65명(10월 12일)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오미크론 대유행에선 3068.64명(1월 15일), BA.5 유행에선 1767.33명(7월 19일)이었지만 9~10월 유행에선 719.37명(10월 13일)에 그쳤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9~10월 유행 규모가 BA.5 유행과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규모였고 독일만 BA.5 유행 규모와 비슷한 유행 양상을 보였다. 또한 세 국가 모두 유행 기간은 40여 일가량으로 오미크론 대유행이나 BA.5 유행보다 다소 짧았다. 이처럼 서유럽에서의 9~10월 유행은 유행 규모도 폭발적으로 확대되지 않았으며 유행 기간도 다소 짧았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오미크론과 BA.5 등 하나의 우세종이 주도하는 유행이 아닌 다양한 신규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방식으로 유행 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역시 한두 달 차이를 두고 한국에서 서서히 시작되는 이번 유행 역시 유행 규모가 그리 크지 않게 유지되며 비교적 짧게 끝날 수 있다.
#아시아만 놓고 보면 불안한 조짐 분명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조짐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엔데믹(풍토병화)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만 내년까지 대유행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국면일 수 있다.
11월 7일 기준 아워월드인데이터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 데이터에서 세계 1위는 대만이며 2위는 브루나이, 3위가 한국이다. 홍콩(5위), 싱가포르(6위), 일본(9위) 등 상위 10개국 가운데 아시아 국가가 6개국이나 된다. 발표 수치만 보면 중국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사 정확성을 두고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 대만 등 주변 국가들의 유행 상황으로 볼 때 중국 역시 현재 상당한 유행 규모를 기록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뒤 비교적 안정적인 유행 규모를 유지하고 있던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은 2022년 들어 오미크론 대유행과 BA.5 유행을 거치며 급격히 유행 규모가 커졌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유행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BA.5 유행 정점에서도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를 유지했다.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유행 규모가 통제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도 미국과 유럽처럼 서서히 유행 규모가 통제 가능 수준으로 관리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2022년 들어 유난히 아시아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칫 아시아 국가들만 이번 겨울에도 유행 규모가 잘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유럽 유행 양상이 한두 달 뒤 유사하게 나타나던 방식이 12월 7차 대유행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서유럽과 달리 상당히 큰 규모의 유행이 장기간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런 흐름이 아시아 지역 전역에서 나타날 전조 증상이 계속 감지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가 마지막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대규모 유행을 유지하며 엔데믹을 늦출 수도 있다는 암울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확연히 엔데믹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번 겨울 유행 상황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처럼 유행 규모를 잘 관리하며 이번 겨울을 견뎌내면 2023년 봄에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이 가능할 수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겨울에도 엄청난 대유행을 겪게 된다면 아시아만 2023년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유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미국, 영국과 달리 아직까지 유행이 반복되는 서유럽도 이번 겨울이 중요하다. 9~10월 유행이 끝나고 하락 전환했던 유행 규모가 11월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겨울이라는 계절 특성과 거듭되는 신규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번에도 9~10월 유행처럼 큰 위기 없이 겨울을 넘긴다면 서유럽도 사실상 엔데믹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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