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에프앤비 권원강 복귀하고 호실적 소진세 퇴임…제너시스BBQ 전문경영인은 1년 못 버텨
교촌에프앤비는 간장소스 열풍을 일으키며 업계 1위로 성장했지만 2018년 10월 권 전 회장의 6촌 동생인 권순철 상무의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에 권 전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며 소진세 회장을 영입,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를 꾀했다. 권 전 회장은 물론 권 전 회장의 외동딸, 6촌 동생 권순철 전 상무까지 모두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했다. 오너리스크를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소 회장 취임 후인 2020년 교촌에프앤비는 치킨업계 최초로 코스피에 직상장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9.5%, 6.4% 올랐던 매출은 소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12.1%, 17.8% 성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이 13.4% 오르며 치킨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 원를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 회장이 퇴임하고 권원강 전 회장이 복귀하는 것이다.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3월 권원강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이끌었다. 기존에는 대표이사가 전반적으로 부서를 총괄하는 방식이었는데, 디자인·마케팅·R&D 등 사업부를 6개로 재편하고 각 사업부별로 대표직책을 둬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했다. 대표이사 회장인 소진세 회장의 입지가 줄어드는 동시에 권원강 창업주의 경영복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건 결국 오너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촌 관계자는 “급속도로 악화하는 국내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인 권원강 창업주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임기를 모두 마친 소진세 회장은 회장직을 더 이상 맡지 않기로 공감대를 가졌다”며 “앞으로 교촌은 연말까지 100년 기업 뉴(New) 교촌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조직개편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제너시스BBQ는 정승욱 전 휠라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주사인 제너시스 대표이사에는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의 동생인 윤경주 부회장을 선임했다.
정승욱 사장은 휠라코리아 재직 당시 MZ세대 공략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정승욱 사장의 브랜딩을 거쳐 젊은 휠라로 재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높이 평가한 BBQ 창업주 윤홍근 회장이 식품업계 경력이 전무한 정승욱 사장을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BBQ에서는 전문경영인이 취임 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과연 정승욱 신임 대표는 얼마나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역대 BBQ 대표이사들 중 두 번째였던 김종태 전 대표는 2011년 3월 취임해 한 달 만인 4월 사임했고, 이성락 전 대표는 2016년 6월 취임했다 고작 3주 뒤에 물러났다. 윤학종 전 대표도 2018년 3월 취임, 같은 해 11월 사임해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백영호 전 대표는 2019년 2월 취임해 같은 해 9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BBQ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들도 전부 1년을 못 채우고 물러났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임원 임기는 통상 1년인데, 취임 시기와 상관없이 사임은 8월 말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 대표이사가 많다고 여겨지는 것”이라며 “한편으론 식품업계 업무 강도가 워낙 센 편이라서 (대표이사) 본인 선택으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너시스BBQ는 윤홍근 회장이 정승욱 대표에게 모든 업무를 일임하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글로벌 사업 및 ESG 경영에만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너 영향력이 절대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년마다 전문경영인을 내모는 것은 한마디로 그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한 것밖에 안 된다”며 “전문경영인이 낫냐, 오너 경영이 낫냐고 구분하기보다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세계적 바이오헬스 기업인 머크(MERCK)를 우수사례로 들었다. 서 교수는 “머크는 오너 일가 중 적합한 인물이 있으면 기용했다가 전문경영인이 필요할 땐 과감히 그들에게 회사를 맡겼다”며 “유연한 전문경영인 기용 덕분에 장수한 기업”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도 전문경영인을 단편적으로 활용할 게 아니라 제대로 안착시켜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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