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중 8편 개봉 흥행 아쉬워, ‘밀수’ 등 7편은 또 해넘겨…할리우드 ‘아바타’에 맞서는 ‘영웅’ 성적 주목
역대 흥행 1위인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한산: 용의 출현’을 비롯해 ‘쌍천만 감독’들이 만든 기대작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영화 ‘영웅’, 김용화 감독의 ‘더 문’, 그리고 ‘1000만 관객 감독’인 류승완 감독의 ‘밀수’,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까지 올해 개봉 예정 영화 가운데에는 ‘1000만 감독’이 만든 작품만 무려 6편이었다. 이외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 등은 높은 작품성이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감독이 아닌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들도 많았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 주연의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박보검·수지·정유미·최우식·탕웨이 주연의 ‘원더랜드’(감독 김태용), 유아인·라미란·안재홍 주연의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 송중기 주연의 ‘보고타’(감독 김성제),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감독 임순례), 현빈·유해진·다니엘 헤니 주연의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 마동석·손석구 주연의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이정재·정우성 주연의 ‘헌트’(감독 이정재) 등도 대표적인 올해 개봉 예정 영화였다.
올해 극장가는 2020년과 2021년에 개봉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개봉 일정을 미뤄온 영화들이 대거 개봉할 예정이라 잘하면 3년 치 흥행 성적을 1년 만에 다 기록할 수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친 극장가에는 활력이, 좋은 영화를 기다린 관객들에게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연초에 올해 개봉 예정이라고 알려진 영화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결국 올해에 개봉하지 못했다.
‘1000만 감독’이 만든 작품 가운데에는 ‘한산: 용의 출현’과 ‘외계+인’ 등 2편만 개봉했고, 아직 4편이 개봉 대기 중이다. 그나마 ‘영웅’이 12월 개봉을 확정했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예정대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됐고, 감독상(‘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과 남우주연상(‘브로커’ 송강호)을 수상하며 개봉했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8편의 기대작 가운데에는 송강호·이병헌·전도연 주연의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현빈·유해진·다니엘 헤니 주연의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 마동석·손석구 주연의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이정재·정우성 주연의 ‘헌트’(감독 이정재) 등 4편만 개봉했고 4편이 개봉 대기 중이다.
게다가 한국 영화계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가 여름 극장가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딱 붙어 개봉하면서 단 한 편의 1000만 관객 영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외계+인 1부’가 1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우울하게 시작해 그나마 ‘한산: 용의 출현’은 726만 명을 동원했지만 ‘비상선언’은 205만 명, ‘헌트’는 4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대목인 여름 극장가에 무려 4편의 텐트폴 영화가 동시 등장해 서로의 관객 수를 깎아 먹는 상황이 연출된 것인데 오히려 비수기인 5월 극장가를 선택한 ‘범죄도시2’가 1269만 명으로 유일한 1000만 관객 영화가 됐다. 여름 극장가를 살짝 비켜 추석 시즌을 겨냥한 ‘공조2: 인터내셔날’도 697만 명의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또 다시 걱정은 극장가 양대 성수기인 겨울방학 시즌에 또 다시 한국 대작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것이다. 그만큼 개봉 시점을 두고 제작사들의 눈치 싸움이 계속됐다. 게다가 겨울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 개봉이 확정돼 있어 쉽게 도전장을 낼 상황도 아니었다. 12월 겨울방학 시즌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개봉을 확정한 한국 대작 영화는 ‘영웅’ 정도가 전부다.
‘영웅’은 대한민국 최초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창고에서 개봉을 기다려왔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의 1년을 그린 영화로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 역할을 맡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 온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가 맡았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한 윤제균 감독의 흥행 감각과 오리지널 뮤지컬의 인기, 그리고 상징적인 존재가 된 안중근 역할의 정성화가 어우러져 기대감이 큰 작품이다.
반면 다른 영화들은 여전히 개봉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연초 개봉 예정 기대작으로 손꼽힌 16편의 대작 한국 영화 가운데 예정대로 개봉한 영화는 고작 8편으로 개봉 예정인 ‘영웅’을 더해도 9편에 불과하다. 결국 7편은 다시 내년 초에 개봉 예정 대작 한국 영화로 소개될 상황에 놓이고 만 것이다. 게다가 영화계는 꾸준히 신작 영화를 제작하고 있어 개봉 예정 영화가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개봉 연기였지만 올해에도 개봉 못한 대작 영화들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여전히 극장가에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기 때문인데 팬데믹 상황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굳이 극장을 가지 않아도 볼 만한 영화가 많아진 데다 극장 요금도 너무 올랐다. 이제는 별 다른 약속이 없으면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던 시민들의 행태가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가 있을 때만 벼르고 별러 극장을 찾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올해에는 이제 겨울 대목만 남이 있는데 3D 입체 기술이 돋보여 특별관 등 극장에서 관람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알려진 ‘아바타: 물의 길’이 먼저 자리를 잡고 경쟁작들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 극장가 역시 비슷했다. 4편의 대작 한국 영화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지만 결국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은 817만 명을 동원한 ‘탑건: 매버릭’이었다. 사실 ‘탑건: 매버릭’은 한국 대작 영화들의 개봉을 피해 6월 22일에 앞서 개봉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비행 장면 등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큰 스크린의 극장에서 관람해야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장기간 상영되며 한국 대작 영화들의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됐다.
영화계에서는 거듭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대작 한국 영화들이 2023년에도 쉽게 개봉일을 확정짓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자돼 수백만 명의 관객이 들어와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영화들이라 가급적 흥행에 유리한 시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영화계에서는 개봉 정체 현상이 길어지면 한국 영화계가 전반적인 침체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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