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피, 메밀, 율무 저마다 이름이 있지만 쌀 외에는 모두 잡곡. 잡스러운 곡식이라 홀대 받던 이 곡식들이 요즘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알고 보면 맛도 영양도 무엇하나 부족함 없는데 배고픔을 달래기 위했던 고마운 한 끼로 작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밥상을 지켜온 든든한 잡곡 가을 들녘의 진짜 주인공을 만난다.
전남 신안의 고이도. 우리 땅에서 가장 먼저 재배하기 시작해 '서숙'으로도 불리는 조는 비가 오면 땅이 단단하게 굳는 고이도에서 잘 자라준 곡식이었다.
익기 전에는 잡초와 구별하기 힘들어 김매기도 까다롭고 일일이 낫으로 베어 수확을 하다보니 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게 아니다. 이삭을 베어 하루 이틀 말리고 말린 이삭은 또 체에 걸러 알곡을 털고 낟알이 작고 가벼운 터라 타작하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마음 졸인다는 뜻의 '조바심'도 조 타작을 의미한다.
차진 '차조', 찰기 없는 '메조', 색깔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는 조는 쌀밥 구경도 못했던 시절 배고픔을 달래주던 고마운 잡곡이다. 값싼 메조에 보리며 고구마 같은 재료를 보탠 서숙밥은 까끌거리지만 허기진 속을 채워준 든든한 한 끼, 찹쌀 못지 않게 찰진 차조밥을 절구에 찧어 달달한 고물 묻힌 서숙떡은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데 차조로 빚은 조막걸리의 달큰함은 가을걷이하느라 마음 졸인 농부의 노곤함을 달래준다.
작지만 단단한 차조처럼 고단한 시간 고이도 섬 사람들의 밥상을 지켜온 차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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