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면 다른 분석 그들 ‘입’에 시청률 달려…4년 만의 ‘특수’ 지상파 3사 거액 출연료로 모시기
#1200억 원대 중계권료…해설위원 선정에 ‘사활’
올해 지상파 3사가 부담한 월드컵 중계권료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과 비슷한 규모인 약 12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은 거액을 투자한 만큼 경기 중계를 통한 시청률 달성과 그 후속 효과로 이어지는 광고 수익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문성과 현장감, 재미를 동시에 갖춘 중계방송을 위해 지상파 3사는 해설위원 선정에도 고심을 거듭했다. 시청률 경쟁에 뛰어든 해설위원들도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지상파 3사의 주인공은 영원한 ‘월드컵 4강 영웅’ 박지성과 안정환 그리고 새 얼굴 구자철이다. 박지성은 SBS, 안정환은 MBC 해설위원을 맡아 ‘입 대결’을 펼친다. KBS는 그동안 월드컵과 올림픽 축구 중계를 책임진 ‘시청률 킹’ 이영표가 강원 FC 대표이사라 현역 선수인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을 내세워 세대교체를 노린다.
월드컵 중계방송의 시청률을 가르는 건 전적으로 해설위원의 역량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방송사가 송출하는 영상을 받아 3사가 같은 화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일한 장면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하는지가 시청자의 선택을 가른다. 방송사마다 스타 해설자에게 억대의 출연료를 지급하면서 ‘모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지성…전문성, 희소성, 신뢰 강점
박지성은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SBS 해설위원을 맡았다. 현재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 중인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총 3차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경험 덕분에 ‘영원한 캡틴’으로 불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활약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로도 통한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박지성의 강점은 확실하다.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전문성’, 은퇴 이후에도 줄곧 영국에 머물면서 국내 방송에 얼굴을 비춘 적이 거의 없는 ‘희소성’, 여전히 축구 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신뢰’가 강점이다. 더욱이 박지성은 한국 국가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상대국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와 한때 같은 팀에서 뛰었던 경험까지 있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곁들인 해설로 시선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과 호흡을 맞추는 캐스터는 축구중계 베테랑 배성재다. 두 사람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호흡을 맞춘 사이이자 개인적으로도 막역한 관계다. 박지성과 아내인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를 맺어준 ‘오작교’가 다름 아닌 배성재 캐스터다.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콤비 플레이는 월드컵 중계 시청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박지성‧배성재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다.
#안정환…예능과 해설의 접목
안정환은 지상파 3사 해설위원 가운데 중계 경험이 가장 많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3회 연속 MBC 메인 해설위원으로 나선다. 경험은 곧 실력인 만큼 박지성, 구자철과 비교해 우위를 점한다. 여기에 시원한 화법, 오랫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면서 쌓은 재치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 호흡을 맞추는 김성주 캐스터와는 ‘전설끼리 홀인원’, ‘뭉쳐야 찬다’ 등 여러 예능에서 짝을 이뤘던 만큼 막강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안정환은 이번 월드컵에서 해설위원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타르 월드컵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예능 촬영에도 직접 나선다. 11월 28일부터 방송하는 예능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는 카타르 현지에서 경기 중계 비화는 물론 현지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담는 내용이다. 안정환을 중심으로 캐스터 김성주, 개그맨 김용만과 정형돈이 합세해 뜨거운 월드컵의 열기를 안방으로 가져온다. 이미 촬영을 마친 프로그램도 있다. 월드컵 개막에 맞춰 20일 방송하는 JTBC 예능 ‘뭉쳐야 찬다2’다. 고정 출연자인 안정환과 진행자 김성주를 비롯해 이동국, 조원희 등은 일찌감치 카타르 촬영을 통해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을 미리 찾았다.
#구자철…젊은 감각으로 승부수
KBS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자리에 새로운 얼굴 구자철을 앉혔다. 현역 선수에게 월드컵 중계를 맡기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젊은 시청자를 공략하려는 이른바 ‘세대교체’ 선언이다.
월드컵 해설에 처음 도전하는 구자철은 자신만만하다. 최근 열린 KBS 월드컵 해설위원 간담회에서 그는 “해설 대권에 도전한다”며 “최근까지 경기를 뛴 현역으로서 경기 흐름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국가대표팀 사령탑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꾸린 초창기 국가대표 멤버인 구자철은 감독의 전술 분석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개최국인 카타르의 프로축구 리그에서 2년 6개월간 뛴 경험도 “중동에서 열리는 월드컵만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철은 그동안 겪은 월드컵에 얽힌 이야기도 풀어낸다. 14일과 15일 방송하는 KBS 2TV 2부작 특집 프로그램 ‘구자철, 나의 월드컵’을 통해서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브라질, 러시아 월드컵을 돌아보고 후일담을 풀어내는 내용이다. 구자철과 월드컵을 함께 경험한 동료 기성용, 이청용도 함께 출연해 못 다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구자철, 기성용, 이청용이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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