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민주당 후보 도왔다’는 문화환경국장 전출 권유에 사표, 과장도 교체…구청 측 “정확한 퇴직 내막 개인사라 몰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11월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입건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에 대형 인파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음에도 부실 대응과 늑장 대처로 353명의 사상자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박 구청장이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사전 대책 마련에 미흡했다는 정황들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용산구는 여러 차례 핼러윈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박 구청장은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며 “부구청장이 대책회의를 관례대로 주재한다고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의 ‘관례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용산구는 구청장 주재로 핼러윈 데이 대책회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정가에선 박 구청장의 무리한 인사 단행이 핼러윈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박 구청장은 7월 취임 후 문화환경국장(사표), 안전건설교통국장(보직 변경), 문화체육과장(보직 변경), 안전재난과장(보직 변경)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인사는 통상 1월과 7월에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이 부서들은 모두 이태원 핼러윈 등 지역 내 행사와 안전을 주관하는 부서다.
특히 ‘정치적 이유’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월 1일 박 구청장은 핼러윈 행사 등을 총괄하는 주무부서인 문화환경국장 A 씨를 교체했다. 핼러윈 데이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이다. 용산구 내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A 씨 남편이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여러 차례 A 씨에게 타 구청으로 전출 갈 것을 권유했고, 정년을 3년 앞둔 A 씨는 결국 사표를 냈다. 이후 정년 4개월 앞둔 주차관리과장이 국장직에 올랐다.
박 구청장은 취임 직후 문화체육과장 B 씨도 교체했다. B 씨가 1월 문화체육과장으로 발령받은 후 6개월 만이다. 이 부서 역시 핼러윈 축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핼러윈 축제 등을 앞두고 이를 담당하는 부서 전문 인력들을 박 구청장이 교체하면서, 행사 준비 등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문화환경국장은 명예퇴직 형식으로 나간 것이고, 정확한 퇴직 내막은 개인사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잦은 인사 교체를 두고는 “이유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구청장의 단독 결정이라기보다 많은 직원들과 의논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공무원들은 인사 발령이 나면 금방 또 적응을 해 업무를 수행한다. (참사 원인으로는) 인사 외에 더 많은 요인들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용산구와 핼러윈 기간 협업해온 민간단체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 역시 박 구청장 취임 이후인 8월에 교체됐다. 이 아무개 회장은 지역 정가 내에서 박 구청장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연합회가 중심이 돼 진행하는 이태원지구촌축제 사업 등은 서울시와 용산구로부터 구비가 지원이 되는 만큼 구청장 입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합회의 맹 아무개 전임 회장은 2002년 5월 11일 사단법인 설립 당시부터 연합회에 몸 담았다. 2015년, 2019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맹 전 회장은 2020년 보궐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후 2021년 재임에 성공했지만, 임기 2년(만기 2023년 6월 24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정가 내에서는 “사퇴가 아니라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회의 이 회장은 사단 법인 설립 후 상인회 이사직을 한 번도 맡은 바 없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연합회 정관에 따르면 연합회 회장 출마 자격으로 △본회 등기이사로 1년 이상 재직 중 혹은 재직한 자 △등기이사가 아닌 자는 위원으로 본회 발전에 2년 이상 기여한 자다. 연합회 측은 최근 경찰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 달라. 앞서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축제 당시 경찰 배치로 장사가 방해됐다”며 경찰 인력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특수본은 박 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을 추가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박 구청장의 거짓말 논란이 계속되면서 국민적 비난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지휘하고 구청 상황실에서 재난 대응을 총괄했다고 밝혔지만, 상황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 10월 29일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 35분까지 6차례 상황판단회의를 열었지만 박 구청장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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