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참가국 중 피파랭킹 최하위…윌리엄스·램프티 합류 등 예선과는 달라진 스쿼드 경계
가나는 이번 대회 본선에 참가한 32개국 중 가장 낮은 피파랭킹(61위, 2022년 10월 6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이에 자칫 쉬운 상대로 평가할 수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앞서 8년 전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상대'로 여긴 알제리에 호되게 당한(2-4 패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정점 찍고 혼란 겪은 '검은 별'
'검은 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가나 축구 국가대표팀은 영국의 식민 지배 영향으로 과거부터 아프리카의 맹주 중 하나로 군림했다. 연령별 대회와 올림픽,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심심치 않게 상위권 입상에 성공했다.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부터였다. 마이클 에시엔을 중심으로 아사모아 기안, 설리 문타리, 스테판 아피아 등 톱클래스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축이된 가나는 2006년(16강)과 2010년(8강) 두 대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하지만 가나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아프리카의 패권을 쥐고 있지는 못 했다. 전성기를 보냈던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으며 전력이 약해졌고 지난 대회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지역 예선 과정에서 이집트, 우간다 등에 밀려 탈락했다.
이번 대회 역시 어렵게 본선에 올랐다. 아프리카 지역 3차 예선에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보였으나, 2차 예선에서 남아공을 상대로 패하는 등 고전했다. 최종 관문인 3차 예선에서는 난적 나이지리아를 만나 두 번의 무승부를 거둔 끝에 가까스로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월드컵 예선 일정 사이에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보기도 했다.
이에 가나는 월드컵 예선 기간 중 감독을 바꾸는 혼란을 겪었다. 3차 예선을 앞둔 지난 1월 세르비아 출신 밀로반 라예바치 감독이 경질됐고 코치였던 오토 아도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그는 어수선하던 팀 분위기를 수습,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으며 정식 감독이 됐다.
한국 대표팀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3승 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6경기 중 가나가 세계적으로 강력함을 자랑하던 2000년대 이후 4경기를 치렀고 대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경기인 2014년 6월 친선경기는 브라질 월드컵 직전 열렸으나 한국이 0-4로 완패, 월드컵 실패를 예고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귀화 통해 전력 강화 노려
월드컵 예선을 힘겹게 통과하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조기에 탈락했던 당시와 현재 가나 대표팀은 다소 차이가 있다. 바뀐 것은 감독뿐만이 아니다. 가나 혈통이 있는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 일부를 설득해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기존 자원에 비해 뚜렷한 경쟁력을 보이는 자원이기에 경계가 필요하다.
가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이후 귀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는 축구선수로서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간 가나 대표팀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자신의 본국에서 대표팀에 선발될 확률이 높지 않다면 가나 대표팀에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내로라 하는 이름값을 가진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가나의 '귀화 표적'이 됐다.
이에 가나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다수의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공격수 이냐키 윌리엄스와 수비수 타릭 램프티다. 이들은 각각 스페인과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가나 대표팀을 선택했다. 특히 윌리엄스는 스페인 성인 국가대표팀으로도 뛴 경험이 있으나 월드컵에서는 가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이외에도 독일 무대에서 활약 중인 슈테판 암브로시우스도 55인의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하메드 살리수 또한 최근 이들과 함께 수혈된 수비 자원이다. 살리수는 가나 태생에 국적 또한 가나였지만 그간 종교적 이유로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메이저 이벤트를 앞두고 대표팀과 선수 간 합의가 이뤄져 지난 9월 국가대표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 같은 새얼굴들의 합류는 가나의 기존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 받는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기존 가나의 공격자원인 안드레 아예우, 조던 아예우 형제가 좋은 선수들이긴 하지만 이제는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선수들이다"라며 "이냐키 윌리엄스는 공격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공격수다. 타릭 램프티는 후방에 서는 선수지만 공격적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살리수 또한 팀의 수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원이다. 기존 중앙 수비 주축 자원인 알렉산더 지쿠에 비해 수준 높은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쿠가 약점으로 지적 받는 신장(182cm)면에서 확실한 우위(191cm)를 보인다.
앞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상대로 혼쭐이 난 바 있다. 당시 알제리는 큰 주목을 받는 팀이 아니었으나 대회 16강까지 진출해 우승국 독일과 대등하게 싸우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그들 또한 유럽에서 연령별 대표로 활약한 자원을 알제리 대표로 발탁, 성과를 거뒀다. 가나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선 씁쓸한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귀화를 통해 전력 강화를 노린 가나이지만 이들의 계획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했다. 당초 가나는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는 칼럼 허드슨-오도이(원소속팀 첼시로부터 임대), 잉글랜드 아스널 소속 이데 은케티아에게도 접근했다. 이들 모두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 혹은 A대표팀에도 합류해 경쟁력을 선보인 바 있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가나는 허드슨-오도이와 은케티아에게까지 가나 유니폼을 입히는 데는 실패했다.
#여전히 중심은 토마스 파티
다수의 귀화 선수 합류로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가나이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은 토마스 파티로 통한다. 대표팀 인원 중 국제 무대에서 가장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인물이 파티이며 현재 몸값 또한 가장 높은 가격(3800만 유로, 약 513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2020년에는 5000만 유로(약 674억 원)의 이적료를 발생 시키며 아스널로 이적한 바 있다.
가나는 날카로운 공격력을 자랑하기보다 후방에서의 단단한 빌드업이 강점인 팀으로 평가 받는다. 그 중심에는 토마스 파티가 자리한다. 뿐만 아니라 득점력도 겸비했다.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위협적인 중거리슛 능력을 보유했다. A매치 40경기에 출전해 13골을 기록 중이다.
가나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예선 승부에서 1, 2차전 모두 주장완장을 차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2차전에서는 천금같은 골로 조국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안겼다.
파티는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더욱 기량이 발전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소속팀 아스널의 미드필더를 책임지는 핵심 자원이다. 파티의 호조와 함께 아스널 또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 현 시점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가나의 기존 강점인 빌드업은 귀화 수비수 살리수의 합류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인한 신체를 자랑하는 살리수는 현대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빌드업 능력도 일정 부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근거리의 파티와 함께 좋은 궁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도하는 축구'를 4년간 연마해온 한국 대표팀과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전개 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특유의 색을 내는 공격진 또한 경계 대상이다. 가나의 공격진을 형성할 아예우 형제, 카말딘 술레마나, 모하메드 쿠두스 등은 스피드, 드리블, 테크닉 등에서 강점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귀화 공격수인 윌리엄스는 특히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정상급 스피드를 자랑한다. 한국으로선 상대가 뒷공간을 공략하는 움직임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들 공격진의 능력 중 골 결정력 부분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이들 대부분 슈팅 정확도 등 득점 능력에 강점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선수들이다. 긴급 수혈한 윌리엄스마저 스페인에서 9시즌째 활약하고 있지만 리그에서 10골 이상 넣은 시즌은 단 한 번(2018-2019시즌 13골)뿐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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