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다음 번 대통령이 될까가 화제다. 박근혜와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 교수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궁금하다. 박원순으로 상징된 시민사회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알고 싶다. 그들이 만들고 싶은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 헌법 안에 존재해야 한다. 헌법은 오래전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라고 되어 있다. 그 핵심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이념에서 왔다.
그런데 나 같은 세대는 별로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경제성장을 위해 반공을 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잠시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했었다.
일제시대 군국주의 교육을 받은 군 출신 박정희 대통령에게 개인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솔직히 낯설었을 것이다. 오히려 군국주의를 통해 습득한 집단주의가 그가 통치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였다.
전두환 대통령도 12·12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면서 민주화의 시대정신을 거슬렀다. 힘 가진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패권주의적 가치관으로 국가를 운영한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과 안보정책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북한에 끌려 다닌 면이 있다. 헌법적으로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다. 북한정권은 북쪽을 점령하고 있는 불법단체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동포와 북한 당국을 구분했는지 의문이다. 북한 동포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휴머니즘이 필요하지만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와 존재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
대통령들 상당수가 수호해야 할 헌법을 위반한 것 같다. 대통령 후보들이 막상 다른 공부는 다 해도 헌법은 공부를 안 하는 것 같다. 이제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국가관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현실정치를 학자들은 ‘혼돈기적 정치상황’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면 혼돈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혁명적 상황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심화하고 있는 빈부의 양극화 속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누적된 모순 위에서 불특정다수가 품은 거대한 불만의 에너지 덩어리가 움직인다. 이런 불특정다수세력이 지향하는 이념이나 깃발이 없다.
그런 혼돈 속에서 국민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소수자나 약자의 살려달라는 외침에 공감하고 그들을 제도권 내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을 좌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체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기조로 하면서 동시에 사회국가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다.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다. 헌법은 그걸 경제민주화라고 하고 있다. 새로운 지도자는 국가의 존재방식과 운영모델을 어떻게 창조해 국민적 동의를 얻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변호사 엄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