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 언급 대비 42.7배 많아, 전문가 “가격 조작 용이한 구조”…핵심 관계자 지갑엔 지금도 17억 개 보관
APP427을 향한 여권의 파상공세가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APP427를 두고 ‘이재명 대북코인’으로 칭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1월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APP427은 실제로 태국의 한 거래소에 상장됐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북한으로 자금이 얼마나 흘러들어갔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아태협 각종 대북사업 메인스폰서로 활약한 쌍방울은 대북 사업 이권을 따기 위해 아태협과 함께 북한에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0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 있고 쌍방울에서 집중적으로 후원을 받았던 아태협이 태국에서 대북코인을 발행했다”면서 “(이 금액이) 다 어디로 갔냐. 사실상 대북코인을 우회해 북한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0월 16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 측은 아태협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코인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면서 “킹크랩 시연회는 갔지만 시연은 못 봤다고 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떠오른다”고 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아태협이 ‘이재명 대북코인’ 가상화폐를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실제로 모두 10억 개가 만들어졌으며 북한 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총 10억 개가 발행됐으며 ‘이재명 대북코인’으로 지목받는 APP427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APP427 실제 발행량은 외부에 공표된 발행량보다 42.7배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APP427 백서 ‘코인 발행 계획’에 따르면 아태협은 “총 10억 개 (APP427을) 발행하고 ICO 없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해 유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태협은 총 10억 개 APP427 중 40%에 해당하는 4억 개를 재단 보유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4억 개 코인 물량은 사회봉사 및 인도적 지원 목적(2억 개), 프로젝트 참여 국가 및 단체(기업) 보상 목적(2억 개)으로 설정돼 있다고 했다. 프로젝트 공로자 보상용 물량 1억 개와 초기 기금 조성 목적으로 국내·외 거래소에 판매하는 물량 1억 개까지 합치면, 아태협이 공표한 APP427 총 발행량 10억 개가 완성된다.
그런데 APP427 총 발행량은 처음부터 10억 개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 송금 및 보유 기록을 제공하는 ‘이더스캔’에 따르면 2019년 7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총 427억 개 APP427이 발행됐다.
2019년 7월 20일 오전 9시 11분은 APP427 최초 발행 시점이다. 이 시점에 생성된 APP427 토큰 물량은 총 298억 9000만 개다. 약 두 시간이 지난 뒤인 오전 11시 32분엔 ‘예비 보관소 예치 물량’ 목적으로 128억 1000만 개의 APP427이 생성됐다. 총 427억 개 물량이 이날 모두 생성됐다.
코인 생성 시점부터 APP427 총 발행량이 10억 개였던 적은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아태협은 백서를 통해 코인 총 발행량을 10억 개로 공시했다. 총 발행량에 따른 배분 계획 역시 외부 공표용 총 발행량 10억 개에 맞춰 제시됐다.
아태협 핵심 관계자로 추정되는 지갑(지갑주소 0x8be91…)엔 지금도 17억 8147만 APP427이 들어 있다. 아태협 측이 외부 공표한 코인 총 발행량 규모를 초과하는 물량을 사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지갑은 APP427을 최초 수령받은 뒤 여러 갈래로 분배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립자 혹은 개발자 지갑으로 추정된다.
실제 코인 총 발행량이 427억 개인데, 외부적으로 총 발행량이 10억 개라고 공표한 아태협 행보와 관련해 블록체인 업계 복수 관계자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라면서 “조금만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이더스캔’을 통해 총 발행량을 체크할 수 있는데, 왜 백서에 저런 거짓말을 적어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인을 만드는 재단 자체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내부적으로 꼼꼼한 점검 절차를 빠뜨렸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면서 “사실상 10억 개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 417억 개를 창립자나 재단 측이 틀어쥐고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은 구조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427억 개를 발행한 건 APP427에 붙어있는 숫자 427과 발행량 수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면 총 발행량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발표하면 되는데, 인터넷 몇 번만 찾아보면 조회가 되는 부분을 왜 축소해서 공표한 것인지 의문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코인업계 관계자는 “총 발행량을 10억 개라고 해놓고 427억 개 코인을 발행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일단 427억 개를 발행해놓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창립자나 재단이 쥐고 있는 코인을 시장에 풀어 현금을 마련하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코인 가격이 계획대로 부양됐을 경우, 창립자나 재단이 압도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시장 가격을 흔들 수 있는 구조”라면서 “이럴 경우 투자자들은 눈 뜨고 코를 베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으로 치면 주식 총 발행량을 축소 발표한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굳이 이렇게 일을 처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아태협은 APP427 백서 ‘면책약관’을 통해 각종 설명을 덧붙였다. 면책약관 1번에 따르면 “아래에 명시된 정보는 완전하지 않을 수 있으며 계약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면책약관 4번은 “본 백서는 오로지 참고를 위한 용도로만 제공되며 관련 정책·법률·규정·기술·경제 및 기타 요인의 변경으로 인해 본 백서에서 제공된 정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면책약관 8번은 “본 백서 및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설명적인 성격만 지니며 법적 구속력이 없고 토큰 생성 이벤트의 조건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블록체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APP427 백서에 명시된 면책약관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면책약관 내용을 길게 써놓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면서 “백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 아니거나 변경될 수 있고 이와 관련해 코인 생성 주체인 재단 측 법적 책임이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APP427 백서 ‘로드맵’에 따르면 2020년 아태협은 옥류관 한국 도입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2021년엔 옥류관 식품 출시, 대동강맥주 국내 반입, 옥류관 한국 1호점 개설과 더불어 APP427 코인 상장이 목표였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 아태협은 북한상품 전시 판매점 본점을 개설하고 평양 대동강변 락랑호텔 완공, 대동강변 락랑구역 3000평 추가 외국인 숙박시설 착공 등 북한 현지에서 직접 대북사업을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계획을 살펴보면 아태협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 대북사업’을 꿈꿨던 것으로 추정된다. 계획 중엔 중국 단둥 접경지역에 남북공동백화점, 숙박시설, 건강검진센터 등을 아우르는 ‘남북교류센터’ 건립 항목도 있었다.
그러나 아태협 로드맵에서 현실로 이뤄진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2019년 야심차게 발행됐던 APP427은 2022년 코인이라기보다 온라인에 존재하는 ‘디지털 조각’에 더 가까운 모양새다. APP427은 2020년 3월 17일 이후 아무런 송금 기록이 없다. 사실상 잊힌 코인이 됐다. 코인 가치도 사실상 0에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PP427은 태국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거래소였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태국은 북한과 수교를 하고 있는 국가이자, 북한이 해외 공작 거점으로 삼는 지역이기도 하다”면서 “제3국에서 북한 관련 코인 상장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아태협이 발행한 코인 가치가 지금은 0에 수렴하지만, 그 당시엔 어떤 가격 부양 계획을 갖고 코인을 분배했을 것”이라면서 “APP427을 수령한 지갑 주소 중 북한 쪽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PP427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 키맨으론 안 아무개 아태협 회장이 지목되고 있다. 안 회장은 11월 9일 서울 성수동에서 체포된 뒤 11월 11일 구속됐다. 안 회장은 2018년과 2019년에 두 차례에 걸쳐 50만 달러 규모 대북송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안 회장을 통해 북한에 현금을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11월 16일 아태협 측에 APP427 발행량 관련 질의를 목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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