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컬리 출시 등 사업다각화 시도…“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도 고려해야”
2014년 12월 설립된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스타트업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컬리는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이커머스업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 컬리가 포문을 연 새벽배송 시장은 급성장 추세다. 지난 6월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 5000억 원에서 오는 2023년 11조 9000억 원으로 5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030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까지 새벽배송을 이용하면서 신선식품 소비 경로에 변화가 온 것이다.
성장성과 달리 컬리는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 5614억 원으로 전년(9531억 원) 대비 63.8%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2177억 원으로 전년(1163억 원) 대비 87%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조 2903억 원으로 전년(2224억 원) 대비 480% 이상 증가했다.
컬리의 매출은 △2017년 466억 원 △2018년 1800억 원 △2019년 4259억 원 △2020년 9531억 원으로 증가세다. 영업손실도 △2017년 124억 원 △2018년 337억 원 △2019년 1013억 원 △2020년 1163억 원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컬리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애쓰고 있다.
컬리는 지난 7일 ‘뷰티컬리’를 출시했다. 식품 신선배송 플랫폼 ‘마켓컬리’에 이어 두 번째 버티컬커머스(전문주의) 플랫폼이다. 뷰티컬리는 마켓컬리처럼 새벽배송 대상 지역 거주 고객이 전날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배송을 한다. 제품도 다양하다. 1000여 종의 시중 뷰티 브랜드뿐 아니라 ‘라메르’ ‘에스티로더’ ‘랑콤’ 등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뷰티 브랜드들도 있다. 컬리는 뷰티컬리 전속모델로 블랙핑크 제니를 택했다. 모델료가 엄청난 것으로 알려진 제니를 기용한 것은 뷰티컬리의 성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컬리는 지난 2월 유·아동복 브랜드 블루독, 3월 마켓비가구, 4월 해외여행 상품을 잇달아 선보인 바 있다.
컬리는 내년 상반기 경기 평택과 경남 창원에 각각 물류센터를 열고 새벽배송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명 ‘컬세권’(컬리+역세권)을 넓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평택 물류센터는 컬리의 전국 물류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임차면적은 15만 4000㎡로 △김포(약 8만 4000㎡) △송파(약 6만㎡)가 뒤를 잇는다.
컬리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컬리페이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직매입 방식의 현 사업모델뿐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연결하는 오픈마켓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컬리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특례상장 요건을 위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코스닥 특례상장 요건은 △이익미실현 특례상장(테슬라 요건) △기술특례상장 △성장성 특례상장에다 지난해 3월 유니콘 특례상장 요건이 추가됐다. 유니콘 특례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기업의 영업이익 등이 상장조건에 미달하더라도 성장성을 고려해 상장 조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컬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매출을 증가시켜 기업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컬리 FI(재무적투자자)의 손실 보존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PE로부터 2500억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프리IPO를 통해 인정받은 컬리의 기업가치는 당시 4조 원이다. 하지만 올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적자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이 낮게 책정됐다. 올 하반기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1조~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불황이고 당장 수익을 낼 수도 없는 터라 기업가치가 1조 원보다 낮게 산정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한 컬리는 오는 2023년 2월 안으로 상장작업을 마쳐야 한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 몸집은 키워야 하지만 수익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업계 다른 관계자는 “컬리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자체는 수익이 나기 힘든 구조”라며 “새벽배송으로 컸지만 그것이 컬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을 위해선 수익이 안 되는 사업구조를 수익성 있는 사업구조로 바꿔야 하기에 재고부담 없는 뷰티컬리, 해외여행 상품 판매 등 사업다각화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컬리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충성고객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컬리는 쿠팡 등과 달리 전국적인 빠른 배송이 아닌 수도권 중심의 프리미엄으로 승부를 봐온 이커머스”라며 “강남에 거주하는 3040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뷰티컬리 등 사업도 기존 3040 여성들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비용절감 또는 수익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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