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황금세대
포르투갈은 에우제비오가 활약하던 1960년대 이후 유럽 내 축구 강국으로 꼽히는 국가는 아니었다. 그러다 1990년대 세계적 기량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강팀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특히 1991년 자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들은 '황금세대'로 불리며 오랜 기간 포르투갈의 약진을 이끌었다. 당시 우승 멤버에는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던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주앙 핀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외에도 세르지우 콘세이상, 파울레타, 파울루 소자 등이 합류한 포르투갈의 황금세대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인 파울루 벤투도 일원이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황금세대는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유로 2000 4강, 한일 월드컵 조기 탈락, 자국에서 열렸으며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유로 2004 준우승으로 고배를 마셨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4강에서 멈췄다. 그렇게 황금세대의 시대가 저물었다.
포르투갈의 위세는 한 세대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날두를 필두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유로 2016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르투갈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유로 2016을 우승으로 이끈 호날두, 페페 등 포르투갈의 또 다른 황금세대가 노장 대열에 든 요즘, 포르투갈에는 또 다른 '월드클래스' 들이 등장했다. 소수의 슈퍼스타에게 무게감이 쏠렸던 선배 세대와 달리 주앙 펠릭스, 베르나르두 실바, 브루노 페르난데스, 후벵 디아스, 주앙 칸셀루 등 각 포지션에 스타들이 균형적으로 포진했다. 이들은 호날두 등의 은퇴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포르투갈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에선 미끄러지는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황금세대 구축 이후 강력함을 지속해왔지만 유독 월드컵에서만큼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호날두는 소속팀에서 숱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선 월드컵에서는 2006년 4강이 최고 성적이다.
호날두가 한 시즌 리그에서만 30골 이상의 골 폭격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세 번의 월드컵을 치렀다. 세 대회 모두 호날두의 전성기를 관통했지만 포르투갈은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2018년 러시아에서는 16강에서 우루과이에 발목을 잡혔다.
루이스 피구 등 1차 황금세대가 주축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우리나라를 만나 패하면서 탈락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포르투갈과 우리나라의 유일한 A매치다. 우리나라가 역대 전적에서 1전 1승으로 앞서 있는 것이다.
연령별 대표팀으로 눈길을 돌리면 이야기가 다르다. U-20 대표팀, U-17 대표팀을 통틀어 역대 포르투갈과 12경기를 치러 우리나라는 단 한 번의 승리조차 거두지 못했다(U-20 대표팀 3무 7패, U-17 대표팀 1무 1패).
파울루 벤투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포르투갈 국적 지도자들이 국내 프로리그에 부임하는가 하면 국내 선수들이 포르투갈 지도자가 있는 팀으로 이적을 하는 등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접점이 넓어졌다.
벤투 감독은 20년 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90분을 소화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당시 베테랑이던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의 전임 감독이기도 하다. 벤투는 포르투갈이 흔들리던 2010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유로 2012에서 4강에 오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 결국 대회 이후 약체 알바니아에도 패하자 벤투는 감독직을 빼앗겼다. 벤투의 후임으로 부임한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이후 유로 2016 우승을 달성했고 현재까지 대표팀을 장기간 이끌고 있다.
#여전히 중심은 호날두
2014년 9월 지휘봉을 잡은 산투스 감독은 오는 2024년 계약 만료가 예정돼 있다. 포르투갈을 이끌고 지휘한 경기만 100경기가 넘는다. 유로 2016 우승,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 등 2개의 트로피를 조국에 안겼지만 전술적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감독이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포르투갈이지만 호날두에 의존적인 단조로운 전술로 일관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85년생(만 37세) 호날두는 축구선수로서 고령이다. 2021-2022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리그 18골을 기록했지만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시즌에는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출전 시간이 확연히 줄었고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경기에 나서 3골만 넣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대표팀은 여전히 호날두를 바라보고 있다. 소속팀에서 부진과 무관하게 호날두는 여전히 팀의 주전 공격수이며 경기에 출전하면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호날두 의존증이 심한 만큼 산투스 감독은 가진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셀루,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클럽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이따금 번뜩이는 개인 기량을 선보이기는 하나 전술적 움직임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포르투갈은 공격진에 스타플레이어들이 쏠려 있다. 하지만 산투스 감독은 과감한 공격보다 후방에 무게중심을 두는 안정적 경기 운영을 즐기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전방에 많은 숫자를 두지 않고 공격 작업은 소수 선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때론 답답한 경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개인 기량이 워낙 탁월한 선수들이기에 적은 골 기회조차 살려내며 월드컵 본선에 올라왔다.
포르투갈은 선수단 면면을 보면 우승 후보 반열에도 오를 수 있는 팀이다. 이들을 상대해야 할 우리 대표팀으로서 다행(?)인 점은 주요 전력 중 부상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공격수 디오구 조타가 지난 10월 중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포르투갈의 고질적인 호날두 의존증을 잠시나마 완화해주던 선수라는 점에서 그의 결장은 우리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 포르투갈 주요 정보 감독 - 페르난두 산투스(포르투갈) 피파랭킹 – 9위 월드컵 최고 성적 – 3위(1966 잉글랜드 월드컵) 국제대회 성과 – 유로 2016 우승,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 최근 10경기 성적 – 5승 2무 3패 대한민국 상대 전적 – 1패 (2002 한일 월드컵) 주요 선수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셀루, 후뱅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 후벵 네베스(울버햄튼 원더러스)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