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에 매각 중단 여파 및 관리 실패 시각도…현대카드 “매입 회사 자금 사정 영향 추측”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6개월 이상 장기연체채권은 409억 4300만 원으로 전년 303억 9400만 원 대비 3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3~6개월 연체채권도 700억 1800만 원으로 전년 660억 7200만 원 대비 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연체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채권 회수율은 낮아진다. 6개월 이상 채권을 장기채권이라고 하는데 회수가 어려운 악성 채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7개 전업카드사(우리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가운데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이 늘어난 곳은 현대카드 외에 하나카드(27억 4300만 원→48억 9700만 원)가 있지만 연체액이 50억 원 미만이다. 나머지 카드사는 모두 6개월 이상 장기연체채권 액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장기연체채권을 현대캐피탈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2020년 7월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장기연체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쌓이는 장기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쌓인 장기연체채권이 외부 업체에 매각될 경우 강도 높은 추심이 이뤄져 서민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였다.
이 같은 영향으로 현대캐피탈에 넘기던 현대카드의 장기연체채권이 막히면서 현대카드가 가져가는 장기연체채권 비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넘겨야 하는 장기연체채권의 절대적인 수량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캠코에 넘겨야 하는 장기연체채권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타격을 받은 채권에 한정한 것이기 때문에 캠코에 매각해야 하는 채권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에 채권 매각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카드의 현대캐피탈 매각 채권 규모는 2019년 1196억 원에서 2020년 542억 원, 2021년 0원으로 축소됐다.
현대카드의 수장 정태영 부회장의 리더십에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다. 현대카드는 장기연체채권 관리를 위한 조직을 지난해 1월 신설해 대응했지만 되레 장기연체채권이 쌓이면서 채권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채권 매각이 중단되면서 채권 관리기간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장기연체채권이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영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관계 변화도 주목된다. 지난해까지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을 이끌던 정태영 부회장이 그해 9월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는 각각 김덕환 대표이사와 이병휘 대표이사가 각자 대표로 선임돼 정태영 부회장과 호흡을 맞췄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현재 현대커머셜에는 장병식 대표이사가 정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고,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 홀로 이끌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에서 떠나면서 현대카드와 함께 여의도에 있던 현대캐피탈 본사만 따로 서울역 인근으로 옮겼다.
업계에서는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을 중심으로 독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의 부인인 정명이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이다. 정태영 부회장에게 정의선 회장은 처남이다.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의 현대커머셜 지분율은 각각 12.5%, 25%로 둘을 합하면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현대커머셜 지분율과 같다. 나머지 25%는 특수목적회사(SPC) 센츄리온 리소스 인베스트먼트가 가지고 있다.
반면 정태영 부회장 부부가 확보한 현대카드 지분은 없다. 정태영 부회장 부부는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대커머셜이 가지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은 34.6%다. 최대주주 현대차(36.96%)보다 2.36%포인트 낮다. 정태영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푸본생명그룹 측이 약 19.9%를 쥐고 있다.
다만 현대커머셜이 푸본생명그룹이 가지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대카드의 지배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현대커머셜이 지난 9월 가지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2266억 원 규모다. 지난 10월 현대커머셜은 기아가 가지고 있던 지분 5%를 1103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기준으로 푸본생명그룹이 가지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을 매입하려면 44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현대커머셜이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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