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가 2019년 10월경 60억가량에 매입…특정인 2명 목격담, 대장동 수사 새 스모킹건 될까
대장동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천화동인 1호는 민간 사업자에 배당된 총 4040억 원가량의 수익 중 1208억 원을 받았다. 천화동인 1호 출자금액은 1억 465만 원에 불과하다. 출자금 대비 1000배가량 수익을 올린 셈이다.
대장동 사업으로 인해 배당을 받은 민간 사업자는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다. 이 중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2~6호는 지분 구조, 소유주 등이 명확하다. 하지만 천화동인 1호는 베일에 가려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소유란 얘기도 있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천화동인 1호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다들 알지 않느냐.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그분’이 누구인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수사 때 검찰은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 국민의힘 등에선 ‘부실 수사’라는 지적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에 새롭게 만들어진 ‘대장동 수사팀’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검찰 고위 인사는 “천화동인 1호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폈고,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물증들이 많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검찰은 화천대유 1호가 받은 배당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따라가면 자연스레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남욱 변호사 등은 검찰 조사 및 재판 등에서 화천대유 1호 지분 중 일부를 이재명 대표 측이 갖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2021년 12월 H 사로 이름을 바꿨고, 2022년 7월에 다시 T 사로 개명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2020년 3월엔 ‘의약품, 의료용품 및 화장품 도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이던 때였다.
천화동인 1호 대표이사는 부동산 경매 전문가 이 아무개 씨였다가 지금은 또 다른 이 씨다.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보좌관 출신이다. 천화동인 1호엔 김만배 씨 친동생이 사내이사직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검찰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천화동인 1호가 소유하고 있는 한 고급 타운하우스가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천화동인 1호가 이곳을 왜 매입했는지, 또 누가 거주했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앞서의 검찰 고위 인사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밝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2년 분양한 P 타운하우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식 최고급 자재 사용, 철통 보안 등으로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판 베벌리힐스’로도 불렸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주로 기업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게임 등 스타트업 대표들 이름도 볼 수 있었다.
천화동인 1호는 2019년 10월경 권 아무개 씨로부터 현금 60억 원가량에 P 타운하우스 한 동을 매입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 5월 천화동인 1호가 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부당한 특혜로 얻은 수익으로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천화동인 1호 주소지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매매, 증여, 임차권 설정 등이 금지된 상태로 확인됐다.
천화동인 1호가 이 타운하우스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일요신문이 취재를 위해 접촉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엇갈렸다. 검찰 조사에선 ‘김만배 씨가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 사정에 밝은 한 부동산 업자는 “P 타운하우스는 사생활이 잘 보장되는 곳이다. 누가 사는지 알기 어렵고, 이웃끼리도 서로 마주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천화동인 1호가 매입한 것도 그런 보안상의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천화동인 1호가 이곳을 살 때 분당의 유명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모든 작업을 도맡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누군가 P 타운하우스를 이용했다면, 바로 그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이거나 밀접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CC(폐쇄회로)TV 확보, 탐문조사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특정인 2명이 P 타운하우스를 주로 드나들었다는 목격담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거주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법인이 왜 전액 현금으로 고급 타운하우스를 사들였을까. 은밀한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몇몇 대장동 일당들이 아지트로 썼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 인사는 “말하긴 어렵지만 P 타운하우스를 둘러싸고 충격적인 소문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대장동 수사에서 새로운 ‘스모킹 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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