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8월 19일 충북 단양의 남한강 유역에 자리한 시루섬의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고기잡이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강이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던 것. 형제들과 함께 강가에 나가 있던 열두 살 수택이도 반두질 한 번에 넉넉히 사오십 마리씩 올라오는 물고기들을 보며 매우 들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수택이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강 저편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물결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강가에서 고기를 잡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하늘에선 호우가 쏟아지고 섬을 둘러싼 강은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하는데 과연 마을 사람들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평화로웠던 마을을 덮친 그날의 비극과 기적을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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