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둘러싼 논란과 해법
아라비아 반도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카타르는 역대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 가운데 가장 작다. 카타르 반도의 길이는 약 181km며, 이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거리 정도에 해당된다. 인구는 약 270만 명 정도. 하지만 외국인들과 이주 노동자들을 제외하면 실제 카타르 인구는 3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 카타르의 축구 열풍은 이란, 이라크 등 다른 아랍권 국가에 비해 높지는 않은 편이다. 이는 개최국 선정 당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기도 했다. 12년 전 개최국으로 선정됐을 당시 카타르의 FIFA(국제축구연맹) 세계 랭킹은 113위였고, 16강 이상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중동 국가는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 등 4개국이다.
축구가 처음 아라비아 반도에 상륙한 때는 1970년대였다. 이는 과거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석유회사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돼 축구가 전파된 중동의 나머지 지역보다는 한참 늦은 것이었다. 일례로 이집트의 경우, 축구 클럽이 처음 창단되기 시작한 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축구 역사 전문가인 폴 디치에 따르면, 축구 팬덤은 아랍권에서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 있다. 모로코, 이라크, 시리아, 알제리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축구가 인기있는 스포츠다. 때문에 직접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도 많다. 반면, 카타르를 포함한 기타 국가들에서 축구는 ‘텔레비전으로 보는 쇼’에 가깝다.
월드컵이 단일 도시나 그 도시 인근에서만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르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의식해 카타르 측은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카타르 측이 인프라 시설과 경기장 건설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2000억 달러(약 267조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개막 전까지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제프 블래터 전 FIFA 회장은 스위스 일간 ‘타게스 안차이거’ 인터뷰에서 “카타르를 개최국으로 선정한 것은 실수였다”면서 “나라가 너무 작다. 월드컵을 개최하기에는 너무 작다”며 후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타르가 개최국으로 선정되자마자 가장 뜨겁게 떠올랐던 화두는 중동 국가의 찌는 듯한 무더위였다. 아닌 게 아니라 카타르의 연평균 기온은 14~41℃지만, 대부분은 30℃를 훌쩍 넘는다. 무엇보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7월의 평균 기온은 42℃를 넘나들 정도로 살인적이다. 카타르 역사상 가장 더웠던 날은 2010년 7월이었다. 당시 최고 기온은 50.4℃까지 치솟았다. 올해의 경우에는 지난 6월, 최고 48℃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러니 월드컵을 겨울로 옮겨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기는커녕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카타르의 기온은 최고 30℃ 정도. 조별리그 초반에는 26~28℃ 정도로 예상되지만, 조별리그가 끝날 때쯤인 12월 초순에는 20℃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승전이 열리는 12월 18일에는 24℃ 정도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단, 또 하나의 복병인 습도는 각오해야 한다. 12~1월 카타르의 습도는 최고 70%를 넘나들 정도로 습하다.
이런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타르 조직위가 내놓은 해법은 에어컨이었다. 현재 여덟 개 경기장 모두에 냉방장치가 설치돼 있으며, 이에 따라 경기장 내부의 기온은 21℃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냉방 기술은 카타르대학과 함께 공동 개발됐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카타르대학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쿨 박사’라고 불리는 사우드 압둘아지즈 압둘 가니 박사는 “단지 공기를 차갑게 할 뿐만 아니라 정화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니 박사는 “예를 들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경기장 안에서 깨끗하고 순수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을 못 느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바가지요금이 너무해
항공료, 숙박료, 음식료에 부과된 바가지요금도 문제로 떠올랐다.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인데도 불구하고 그 열기가 중동의 이웃나라 축구팬들 사이에서 뜨겁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4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팬페이지를 운영하는 튀니지의 마크람 아베드는 “숙박비와 교통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뿐만이 아니다. 아랍권 최대 경제대국이자 카타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팬들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생 무한나드(25)는 “세 번의 (조별) 경기를 다 직관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결승전 티켓의 가격은 604~1600달러(약 80만~190만 원) 선이며, 개막전은 440~618달러(약 59만~83만 원)다. 조별리그 티켓은 69달러(약 8만 원)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경기 당일이나 직전에 판매되는 암표를 구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루사일 스타디움의 VIP 스위트룸의 가격은 249만 9200달러(약 33억 5000만 원)에 판매됐다. 금으로 장식된 이 스위트룸에서는 결승을 포함해 총 10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며, 엄선된 5코스로 된 식사와 주류가 함께 제공된다. 통유리를 통해 경기장으로 나가면 좌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
카타르 시내에 마련된 숙박 시설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데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월드컵 기간 동안 카타르를 찾는 방문객들은 카타르 인구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20만 명 정도다.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숙소를 구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있던 카타르 시내 3만 개의 호텔 객실 가운데 80%는 일찌감치 축구팀, FIFA 관계자, 스폰서들 차지로 돌아갔다.
비교적 저렴한 에어비앤비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1박에 200달러(약 27만 원) 이하인 숙소는 찾아볼 수 없다. 호주의 축구팬인 레오 칼릴리오는 한 가정집의 방 한 칸을 사용하는 대가로 하룻밤에 265달러(약 35만 5000원)를 지불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저렴한 방을 찾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투덜거렸다.
이에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타르 조직위는 빈 아파트, 빌라, 사막 위의 전통 텐트 등을 활용해 공유 숙소를 마련했다. 도하 항구에 떠있는 두 척의 유람선을 부유식 호텔로 개조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역부족이자 카타르 조직위는 도하 외곽의 사막 위에 최대 6만 명이 묵을 수 있는 대규모 ‘팬 빌리지’인 ‘알 에마디’를 건설했다. 수백 개의 선박 컨테이너가 줄지어 서있는 이 숙소의 가격은 1박에 207달러(약 28만 원)다. 각 객실에는 최대 2인이 들어갈 수 있으며, 싱글 침대 두 개 또는 더블 침대 한 개와 욕실, 미니 냉장고, 차 및 커피포트가 갖춰져 있다. 에어컨도 물론 설치돼 있다. 생수 두 병이 무료로 제공되며, 테니스 코트와 피트니스 센터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 컨테이너 숙소에 대한 의견은 썩 좋지만은 않다. 처음 청사진이 공개됐을 때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혐오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마치 수용소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 월드컵을 보기 위해 카타르를 찾은 아나스 필라리는 “컨테이너 숙소에 200달러라니…. 너무 비싸다. 에어비앤비 방들도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분개했다.
사정이 이러니 많은 축구팬들은 보다 저렴한 숙소를 찾아 일찌감치 카타르 인접국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등으로 눈을 돌렸다. 축구팬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매일 셔틀 항공편도 운항될 예정이다. 가령 월드컵을 앞두고 호텔 객실 수요가 급증하는 등 인기 여행지로 떠오른 두바이는 비행기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도하로 운항하는 약 50개의 셔틀 비행편을 매일 운영할 예정이다.
영국 팬인 사이먼 위트니는 “두바이에 머물면서 축구가 있는 날에만 도하로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훨씬 더 좋은 방인데 하룻밤에 100달러(약 13만 원) 미만을 지불했다. 비행기 티켓값을 포함해도 상당한 비용을 절약했다”며 뿌듯해 했다.
바가지 술값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뉴스’에 따르면, 도하에 있는 스포츠바들은 술값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 일례로 도하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바인 메리어트 호텔의 ‘챔피언스 스포츠바’의 경우, 48파운드(약 7만 6000원) 상당의 입장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하우스와인 등 3가지 음료가 포함돼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의 입장 티켓은 240파운드(약 38만 원)로 책정된 상태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들인 카타르의 다른 호텔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월드컵 기간 동안 맥주 500ml 한 잔의 가격은 대략 11파운드(약 1만 8000원) 이상이다. 경기장 내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팬 존’에서는 맥주 한 잔에 7파운드(약 1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슬람 율법의 나라
바가지요금보다 카타르에 머무는 동안 더 조심해야 할 것은 단연 이슬람 율법이다. 카타르 당국은 자국이 이슬람 국가라는 점을 거듭 상기시키면서 팬들에게 카타르에 머무는 동안 이슬람 규율을 존중하고 불쾌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우선 복장부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어깨가 드러나는 민소매 상의나 무릎이 보이는 반바지나 미니 스커트는 입어서는 안 된다. 축구장은 물론이요, 쇼핑몰, 의료시설, 박물관, 정부 건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장 내에서 덥다고 셔츠를 벗는 행위 역시 금지되어 있다. 다만 호텔 수영장에서는 수영복 착용이 허용된다.
공공장소에서 포옹을 하는 등 과도한 애정 행각은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 손을 잡는 것까지는 허용되지만, 그 이상의 친밀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또한 카타르는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과 남성의 동거를 범죄로 간주해 이른바 외설죄를 적용하고 있다. 동성 커플이든 이성 커플이든 관계없이 결혼 이외의 성관계는 불법이다. 다만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기간 동안은 예외로 규정해 미혼 커플들이 문제없이 호텔 방에 함께 투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역시 이슬람 규율에 따라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금지돼 있으며,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벌금형이나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단,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잠시 예외가 적용돼 하루 가운데 특정 시간대와 지정된 장소, 즉 일부 호텔, 식당, 술집, 프라이빗 클럽, FIFA 팬 존 등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다. 모두에게 허용된 것은 아니고, 월드컵 경기 티켓 소지자들에 한해서다.
이 밖에 주의해야 할 점은 사진 촬영이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 위해 아무데서나 인증샷을 찍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또한 상대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할 경우에도 체포될 수 있다.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촬영하거나 촬영하기 전에는 상대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 또한 함부로 군부대나 산업시설, 종교시설, 정부 건물을 촬영할 경우에는 기소될 수도 있다.
카타르 현지인들과 종교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카타르 왕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경우에는 자칫 감옥에 갈 수 있다. SNS에도 카타르 왕실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적지 않는 게 좋다.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엄연한 불법이어서 범죄로 간주되며, 적발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카타르 당국은 FIFA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월드컵 기간 내내 ‘인종, 배경, 종교, 성별, 성적 지향성 또는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환영받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회 기간 동안 성소수자들이 숙소를 예약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카타르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인 나세르 알 카터는 “성소수자들도 얼마든지 손잡고 다닐 수 있다. 이로 인한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FIFA는 카타르 호텔 측에 투숙객 차별금지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기는 호텔과는 계약을 해지하겠노라고 통보한 상태다.
경기장 건설 과정 이주 노동자 6500명 사망…‘보이콧 카타르 2022’ 선언 배경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보이콧을 선언한 축구팬들과 축구 관계자들도 많다.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인권 및 환경 문제 때문이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개최국 선정 당시 카타르가 FIFA 대표단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했지만, 도하와 FIFA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여성, 성소수자 및 이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개막 직전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까지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총 6500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타르의 이주 노동자 착취에 대한 비난은 오래 전부터 불거져 왔던 문제였다.
국제앰네스티는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 착취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약속한 복리후생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카타르 정부가 부랴부랴 노동법을 정비하고 최저 임금을 도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아직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가 곳곳에 만연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타르 보이콧’을 선언한 축구 관계자 가운데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전 독일 축구 국가대표인 필립 람이 있다. 공식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혹은 팬으로서도 카타르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람은 “인권은 개최국을 선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는 데이비드 베컴에 대한 비난 여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카타르를 가리켜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묘사하거나 ‘어서 자녀들을 데려가고 싶다’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영 불편하다는 것이다. 인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도 오일머니에 눈이 멀어 자신의 이미지를 팔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베컴이 홍보대사 자격으로 받은 금액은 1억 5000만 파운드(약 24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프랑스 등 몇몇 도시에서도 보이콧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콧을 하는 형식은 TV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지 않거나, 시청하지 않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보이콧에 대해 카타르 외교부 장관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칭하는 유럽 국가들에서 이런 주장을 하다니 아이러니하다. 그런 태도는 매우 오만하다. 솔직히 말해 인종차별적으로 들린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