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교감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는 이가 있다. 말들과 함께하는 삶을 위해 도시를 떠나 제주에 정착한 김두리(41) 씨. 그녀는 티파니, 향이, 첼로, 알로에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마(馬)들과 가족이 되어 살아간다.
두리 씨가 처음 말과 인연을 맺은 건 8년 전 우연히 승마장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였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두리 씨 삶의 방향을 바꿨다. 가까이 지내다 보니 사랑하게 됐고 말들이 겪는 고통이 보였다. 말을 키우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마치 운명처럼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왔다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니까 도시에서 느꼈던 조급함과 불안함보다 아이들 스스로 잘 성장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엄마로서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자연이 대신해주고 있어요."
어린 시절 김두리 씨에게 자연은 위로자이고 친구였다. 말을 잘 들으면 착한 아이가 되고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말썽꾸러기가 되는 어른들의 시선에 지칠 때면 그녀는 자연을 찾았다.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대롱대롱 매달리면 '그래, 너는 어린아이야. 괜찮아'하고 나무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는 두리 씨. 자연이 주는 위로를 알기에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을 찾아간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혹여나 뒤처지진 않을까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대신 아이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자유를 만끽하면서 어떠한 간섭도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두리 씨. 딸들도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어릴 적 두리 씨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기도, 흙바닥에 드러눕기도 하며 몸과 마음으로 자연을 느낀다.
김두리 씨는 말들을 돌볼 뿐 아니라 매일 훈련시킨다.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것이 말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기에 사람과 소통할 줄 모르는 채로 그저 편히 지내도록 두는 게 말들에게 이롭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말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말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두리 씨는 오히려 많은 걸 배웠다.
처음에는 말을 잘 다루는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뒤늦게 깨달음이 왔다. 말에게는 두리 씨의 지시를 따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의 마음을 열고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 말들이 원하는 만큼만 다가가고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하면 충분히 물러서서 기다렸다.
거듭된 좌절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있는 두리 씨에게 말들은 스승이나 다름없다.
사람이 자연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의는 '공부'라는 김두리 씨. 잘 알아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리 씨는 5년 전부터 외국 전문가들에게 말과의 소통법을 배우고 있다. 자연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널리 나누기 위해 그녀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말을 훈련시키며 겪은 끊임없는 기다림. 그 과정에서 두리 씨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았고 이것이 자연이 그녀를 키워주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 말들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주고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해준 자연에게 감사하며, 그녀는 오늘도 말들과 만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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