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약 압수량이 1295kg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약사범도 3년 연속 1만 6000명을 상회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았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마약 투약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도 이후 마약 투약의 주요 연령은 20대가 되었다. 최근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 사범의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마약'은 뿌리 뽑아야 할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거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약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대한민국과 마약 중독의 재활치료 인프라를 살펴보고자 한다.
통상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일 때 '마약 청정국'이라 부른다. 대한민국은 2015년도부터 그 기준을 넘어 현재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31.2명에 달한다. SNS를 이용한 마약류 밀수입과 판매가 보편화되면서 마약은 연령과 계층을 불문하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는 10~30대는 전체 마약사범 중 56.9%의 비중을 차지한다. 19세 이하는 2017년 대비 278.8% 급증한 450명에 달했다. 마약범죄의 특성상 암수율이 높다는 점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의 비율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마약 유통 및 제조판매 사범 또한 저연령화되고 상황에서 SNS상에서 3대 마약상으로 불리는 마약 유통 및 제조판매상 A 씨를 만나보았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불법 마약류부터 의료용 마약까지 청소년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약 판매상 A 씨 역시 "1년 반 만에 40억 가까이 벌었어요. 경찰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많아요. 저는 안 잡힐 것 같아요. 죽었다 깨어나도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딸을 경찰에 신고했다. 마약을 끊지 못하는 딸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5살과 3살, 두 아이 엄마 미진 씨(가명)는 단약을 수없이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모성애도 마약에 대한 갈망을 이기지 못했다.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던 미진 씨(가명)는 현재 경찰에 입건돼 구속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을 치료가 필요한 뇌질환이라 말한다. 마약은 짧은 시간 엄청난 양의 도파민을 분비시켜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하지만 보상회로를 파괴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만든다.
2021년 마약 재범률은 36.6%로 재발률이 높은 마약중독의 특성상 형사 사법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재활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검거와 동시에 재활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마약사범이 구치소에 구금된 바로 그 시기가 중독 치료의 '골든타임'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마약 중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70~80년대 '마약과의 전쟁'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미국은 '약물 법원(Drug Court)'을 통해 마약사범이 검거됨과 동시에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교정시설에 들어간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58.6%에 달하지만 '약물 법원'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범의 재범률은 27.5%에 그쳤다.
더불어 마약사범 당 1만 8400달러의 구금비용은 4700달러의 치료비용으로 대체되면서 보건관리 비용해서 총 12배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마약 중독 사범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치료에 대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독치료 인프라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마약 중독 환자는 보건복지부와 전국 시·도지사 등이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방문하면 치료받을 수 있다. 전국 21개 기관이 지정되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온다.
마약 전담 치료시설을 갖춰 꾸준히 환자를 받는 곳은 단 2곳뿐이기 때문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장기간 마약 중독 환자의 회복을 돕는 민간재활센터로 문의 전화가 쏟아진다. 하지만 민간센터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정부 지원이 별도로 없어 운영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집행유예 기간 중 필로폰 투약으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인플루언서 황하나 씨가 최근 출소했다. '시사직격'에서 만난 황하나 씨는 아버지 황재필 씨의 도움을 받아 단약 중에 있었다.
구속 수감되었던 시간까지 더하면 2년 넘게 단약에 성공하고 있지만 황하나 부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약은 평생에 걸쳐서 재활치료를 해야 하기에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단약에 성공하여 다른 중독 환자를 돕고 싶다는 황하나 씨와 치료기관의 열악함 때문에 딸을 직접 케어하는 황재필 씨를 만나보았다.
한국 사회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중독의 치료와 재활을 들여다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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