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재팬이 온라인 프로그램 ‘나이키학원’을 론칭했다. 활동 제한이 많은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청춘을 보내는 일본 젊은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목표로 한다.
먼저 나이키학원이 제안하는 것은 ‘스터디 브레이크’다. 공부를 잠시 멈추고 몸을 함께 움직이자는 권유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야 집중력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 공식 사이트에는 도구 없이 간단히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20초 내 짧은 영상 콘텐츠로, 2020 도쿄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금메달리스트인 호리고메 유토, 탤런트 유리안 레트리버 등 10대들이 열광하는 유명인을 기용해 전달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노래방 체인점 ‘가라오케관’을 자습실로 개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나이키재팬은 “가라벤(노래방에서 공부하는 것)이라 불리는 일본 특유의 학생 문화에 주목해 이벤트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3개 도시에서 진행됐으며 방문한 학생들에게 음료 간식 세트 등을 선물했다”고 한다. 공부하는 틈틈이 스터디 브레이크 운동도 실천해 큰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나이키재팬은 왜 이런 노력을 하는 걸까. 일본 경제지 ‘닛케이트렌디’에 따르면, 기업의 존재가치 즉 ‘퍼포스(Purpose·기업 목적)’를 알리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에서 기업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며, 그러기 위해 어떤 사업을 펼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몇 년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일본 청소년들의 체력이 저하되고 운동량이 급감했다”는 조사가 있다. 반면 “학원과 자택의 학습 시간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 상당수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촌각을 아껴가며 공부한다. 운동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이키재팬 홍보 담당자는 “특히 15~18세의 경우 스포츠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나이키학원’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담당자는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 여유를 찾아 공부에서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나이키는 ‘스포츠의 힘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퍼포스를 강조해왔다. 2020년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존 도나호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스포츠를 새롭게 정의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포츠를 넓은 의미에서 ‘놀이’로 정의하고, 장벽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나이키학원’은 일본 특유의 문제에서 비롯된 기획이기에 글로벌 차원으로 진행하진 않는다. 일본에서만 실시되며 향후 다양한 스터디 브레이크를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보다 많은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 및 교육기관과의 제휴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비단 나이키재팬만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퍼포스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닛케이트렌디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눈앞의 수익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업의 가치관, 즉 퍼포스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매체는 “나이키학원의 경우 10대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도전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퍼포스가 분명한 기업은 자사의 존재가치를 대외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동시에 행동의 축이 명확해짐으로써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 석학, 노나카 이쿠지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목적이 없는 경영은 공리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명확한 퍼포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본 '퍼포스 경영' 성공 사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퍼포스를 책정하는 회사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배경에 대해 “그동안의 가치관이 통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꼽았다. 일례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창업한 교세라다. 교세라는 오랜 세월 이나모리의 경영 이념을 퍼포스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감을 느낀 다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은 ‘신규 사업 아이디어 스타트업’이라는 프로그램을 개최, 사장 스스로 젊은 사원과 직접 대화할 기회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으로 직원참여형 퍼포스를 꾀하고 있다. 이외에도 퍼포스를 활용해 기업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들을 소개한다.
#성별란 없는 이력서 ‘유니레버재팬’
‘유니레버재팬’은 사원의 다양화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기업이다. 개개인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존중하며, 젠더 평등을 지향하는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채용방식이다. 이력서에서는 성별란을 삭제했고, 얼굴 사진을 첨부할 필요도 없다.
#호감도 급상승한 ‘오후의 홍차’
음료 기업 ‘기린’은 브랜드 퍼포스를 내세워 고객의 공감을 얻고, 호감도를 높이는 전략에 임하고 있다. 간판 상품은 오후의 홍차. 퍼포스는 ‘고객에게 행복한 설렘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2020년 3월부터 ‘행복의 홍차, 오후의 홍차’를 테마로 한 CF를 전개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불안한 날들을 보내던 고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 특히 “40대 여성에게서는 호감도가 18%포인트나 올랐다”고 한다.
#소비자의 건강 니즈 충족 ‘에자키글리코’
제과 기업 ‘에자키글리코’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라는 퍼포스를 내걸고 있다. 가령 저당질 저탄수화물 쿠키 ‘스나오’, 유산균과 효모가 함유된 비스킷 ‘비스코’ 등이 유명하다. 건강수명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회사의 퍼포스는 소비자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