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혐오시설’ 해결-김포시 ‘5호선 연장’ 딜…보상 합의부터 주민 설득까지 갈 길 멀어
서울시, 강서구, 김포시는 11월 11일 서울시청에서 업무협약을 맺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우 강서구청장, 김병수 김포시장은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서울 5호선 김포 연장 추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 검토사업으로 반영된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사업이 신규사업으로 수정돼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노력 △방화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처리 업체 등의 이전(인수합병, 폐업유도 등 포함)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즉 강서구의 혐오시설이던 방화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처리장을 김포시가 받고 김포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딜을 한 셈이다. 건폐장 이전은 신도시 개발로 교통 인프라가 절실했던 김포시의 고육책으로 읽힌다.
협약 직후 강서구와 김포시는 보도자료를 냈다. 김포시는 “5호선 김포 연장 최대 난제 풀렸다”는 제목으로 5호선 연장에 주목했고 강서구는 “김태우 강서구청장 25년 숙원 사업 해결, 방화건폐장 이전 전격 합의”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건폐장 이전에 방점을 찍었다. 각자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번 협약을 해석한 것이다.
방화동 개화육갑문 인근에 있는 방화건폐장은 25년간 강서구의 대표적인 혐오시설이었다. 20만㎡ 면적에 9개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와 골재 판매, 고철 수집 업체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비산먼지와 소음으로 수십 년간 주민들이 고통을 겪어왔다.
건폐장 이전을 기정사실로 하는 보도가 나오자 강서구민들은 반색했다. 특히 건폐장 주변 주민들의 기쁨은 더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먼지가 너무 심했다. 강서둘레길이나 한강공원 산책로 중에 이렇게 흙먼지가 날리는 곳이 어디 있나. 빨리 이전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강서구 담당 부서도 11월 18일 “김포로 가는 것은 3개 지자체가 합의를 한 것”이라며 김포 이전을 확실시했다. 다만 이전이 언제쯤 시작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서구는 보도자료에 ‘숙원 사업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아직 이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 먼저 건설폐기물처리 업체들과 만나 이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영업 보상, 토지 보상 등의 보상에도 합의해야 한다. 해당 부지는 업체 소유 또는 별도의 토지주가 있어 부지 매입과 보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업무협약(서울시, 강서구, 김포시)을 앞두고 강서구는 업체들과 만나거나 이전과 관련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우리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토지, 영업 보상을 진행할 지자체도 정해지지 않았다. 강서구는 “해당 부지는 서울시가 보상(매입)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토지 보상을 위한 서로의 조건을 맞춰보고, 예산을 신청하고, 의회을 거쳐 집행하는 과정도 거쳐야 하는데 여기까지만 해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김포시 역시 건폐장 이전 부지나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김포시 측은 11월 18일 “주택건설사업계획과 맞물려 있어서 절차가 무척 많다. 사업이 2033년에 준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협의해야 할 사안이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이전 부지나 시기를 지금 내놓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김포시는 시민 설득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자기 집 근처에 건설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는 시민이 많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설득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진 곳으로 부지를 정하면 그만큼 운송 비용 부담이 늘어나 업체들이 이전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강서구 정가에서는 건폐장 이전에 대해 “김칫국부터 돌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전 완료까지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 섣불리 “해결”이라는 말로 기대감만 키워놓은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 김포 시민은 "총선이 1년 남짓 남아있어 건폐장은 못 받겠다는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 지금도 분위기가 안 좋다. 친환경 건폐장을 하겠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런 게 가능하면 서울시가 벌써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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