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박상현 대표 돌연 사임 등 어수선…“단기간 수익 창출하려는 사모펀드 경영 방침이 원인일 수도”
2007년 설립된 바디프랜드는 국내 최초로 안마의자 렌탈사업을 실시해 가전제품업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설립 첫해 매출액 27억 원에서 2017년 매출액 3672억 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136배 성장했다.
안마의자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안마의자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3500억 원에서 6년 새 약 3배 성장했다는 게 기관 측 설명이다. 가전제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2030세대들까지 안마의자 고객층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안마의자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기존 안마의자 시장 경쟁은 바디프랜드, 세라잼, 휴테크의 3파전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 LG전자, SK매직 등 대기업도 안마의자 시장에 진출했다. 또 일부 안마의자 업체는 심미성을 높여 디자인 안마의자 제품까지 출시하면서 경쟁은 심화됐다.
오랜 기간 지속되던 바디프랜드의 '업계 1위' 자리도 무너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디프랜드 지난해 매출액은 5913억 원으로 전년(5556억 원) 대비 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85억 원으로 전년(522억 원) 대비 31% 늘었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세라잼이 같은 기간 매출액 6600억 원을 기록하며 바디프랜드를 앞질렀다. 매출액 기준, 안마의자 시장 1위 자리가 바뀐 것이다.
더욱이 바디프랜드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517억 9670만 원으로 전년 동기(1598억 4214억 원) 대비 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억 5281만 원으로 전년 동기(255억 6418만 원) 대비 75%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8억 원으로 같은 기간(240억 9559만 원) 80% 감소했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074억 6839만 원으로 전년 동기(1194억 695만 원)대비 10% 줄었다.영업이익은 109억 1870만 원으로 전년 동기(103억 9342만 원)으로 5.5%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1억 3701만 원으로 전년 동기(136억 476만 원)으로 33% 감소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원자재가의 가파른 상승과 고환율로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됐고 물가상승,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바디프랜드는 가격 조정 카드를 꺼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안마의자 주요 품목에 대해 평균 4%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부 잡음이 발생한 것이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10월 5일 매출 실적이 없거나 저조한 전시장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메신저 단체방을 일방적으로 개설했다. 당시 매출 실적이 있는 전시장 직원만 단체방을 나갈 수 있다고 명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측은 당시 “단체방을 통해 실적을 압박하며 많은 노동자들이 참여한 단체방에서 실적에 따라 단체방 입장·퇴장 규칙을 세우고 노동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제기된 후 바디프랜드 측은 단체방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각 전시장 직원들에게 매일 자신의 성과 및 고객 응대 내용을 직원 공유 엑셀파일에 작성하라는 공지가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시장 직원 A 씨는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업무들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며 “직원이 고객에게 해피콜(안마의자 설치 전 연락)을 했다면 몇 시에 했는지, 고객에 문의가 들어왔다면 몇 시에 답변해줬는지, 고객 성함은 무엇인지 구글 스프레드시트 엑셀에 적으라고 이달 22일 공지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엑셀에 기입된 직원 이름과 직원이 시간대별로 진행한 일에 대해선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다”며 “(엑셀에) 각 지부의 지점(전시장) 직원들이 나열돼 있고 이 직원들이 해피콜을 얼마나 했는지, 안마의자 판매 건수는 몇 건인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내괴롭힘금지법에는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 환경이 악화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안을 접한 법무법인 마중 이정민 변호사는 “(성과 압박에 대해) 사측이 현재 선을 넘을 듯 말듯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고객 상담, 대응 등 진행되는 과정을 한 눈에 보기 쉽게 하기 위해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작성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가 들어간 후 성과를 공유하는 엑셀파일 작성을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단기간 수익을 창출하려는 사모펀드의 경영 방침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공동업무집행사원(GP)으로 설립한 사모집합투자기구를 통해 바디프랜드의 이전 최대주주였던 VIG파트너스가 가지고 있던 바디프랜드 경영권 지분 46.3%를 인수했다. 거래가는 당시 약 42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업계에선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바디프랜드의 미래 성장 가치를 높게 보고 인수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추가 동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안마의자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대기업 진출, 업체별 의료기기 접목한 안마의자 출시 등 바디프랜드가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냐는 물음이 나온 것이다. VIG파트너스가 2015년 6월 바디프랜드 지분 인수 이후 6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성공해 사실상 승자는 VIG파트너스라는 시각도 있다.
가전제품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업계가 전반적으로 큰 호황이었지만 현재 소비 위축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이사 수요가 줄었다”며 “부피가 큰 가전제품은 이사 후 들여놓는 경우가 많아 (바디프랜드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한앤브라더스가 바디프랜드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제고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모펀드로서 단기간 수익을 내고 매각하기 위해 경영 실적을 중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로이 단독대표가 된 지성규 총괄부회장과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의 호흡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괄부회장 입장에선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 내다보겠지만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 위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충돌이 생길 수 있기에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와 총괄부회장이 호흡을 맞춰 경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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