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뚱’에서 발휘한 남다른 실력, 실용사격에서 활짝…포기 모르는 도전으로 2030세대 ‘롤모델’ 등극
#‘본인만 몰랐던 운동 천재’
김민경이 태극마크를 단 종목은 실용 사격이다. 한 자리에서 과녁을 맞히는 올림픽 사격과는 다르다. 코스별로 놓인 장애물을 지나면서 목표지점을 맞혀야 하는 종목으로 고도의 집중력은 물론 코스를 빠르게 이동하는 민첩성도 필수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체력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오히려 다이내믹한 과정에 필요한 체력 조건이 많아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경은 국가대표 선발 이후 11월 19일 태국 파타야에서 개막한 ‘2022 IPSC 핸드건 월드 슛’(2022 IPSC Handgun World Shoot·국제실용사격연맹 사격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연예인이 태극마크를 달기는 2013년 배우 이시영이 복싱 국가대표로 뽑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태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김민경은 유튜브를 통해 “저로 인해 힘을 내고 용기를 얻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저도 더 열심히 했다”며 “저를 보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튼튼한 체력을 자랑해 ‘민경 장군’으로 불린 김민경이지만 운동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본인도 몰랐던 운동 실력을 발견한 건 ‘운동뚱’ 출연이 계기가 됐다. ‘운동뚱’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김민경은 대식가로 잘 알려진 개그맨 유민상, 김준현, 문세윤과 전국의 맛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고정 출연자로 활약해왔다.
프로그램이 5주년을 맞은 지난 2020년,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출연진에게 바라는 점을 모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해 운동도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당부였다.
이에 제작진은 ‘맛있는 녀석들’ 출연자 중 한 명을 선발해 ‘운동의 신’으로 만드는 내용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바로 ‘운동뚱’이다. 관건은 주인공 선택이었다. 제작진은 5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령 들기 즉석 복불복 게임을 통해 김민경을 주인공으로 뽑았다. 그때 누구도 ‘국가대표 김민경’을 예상하지 못했다.
‘운동뚱’의 주인공으로 선발된 김민경은 곧장 헬스 트레이너 양치승 관장과 손잡고 헬스부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본다는 헬스였지만 시작부터 남다른 운동 실력을 발휘하더니 급기야 축구, 야구, 종합격투기, 필라테스, 팔씨름에 이르기까지 도전하는 종목마다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반전의 운동 실력이 매번 화제를 모으면서 재미난 수식어도 붙었다. ‘태릉이 빼앗긴 인재’ 외에도 ‘본인만 몰랐던 운동 천재’, ‘기억 잃은 특수요원’ 등이다.
#어쩌다 국가대표까지?
‘운동뚱’을 통해 여러 종목을 섭렵하던 김민경이 실용 사격을 접한 건 지난해 6월이다. 처음에는 비비(BB)탄으로 훈련을 시작했고, 이후 무게가 약 4kg인 산탄총으로 훈련을 거듭했다. 그 과정이 담긴 ‘운동뚱’ 방송에는 김민경의 탁월한 사격 솜씨를 옆에서 지켜보는 교관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재능을 알아본 대한실용사격연맹 관계자들은 국가대표 자격시험 도전을 권했고, 이를 받아들인 김민경은 올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이 고됐지만 그렇다고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을 멈출 수는 없었다. 김민경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여러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도 사격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들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김민경의 집중력과 투지에 감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6월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레벨4 시험을 통과했고, 이후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성부 최종 2인에 당당히 뽑혔다.
김민경이 출전한 첫 국제대회인 국제실용사격연맹 대회는 올해 50여 개국에서 1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실용 사격 부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대회로 통한다. 김민경은 프리매치 부분에 출전해 24일까지 경기를 치렀다. 김민경의 대회 출전 모습은 12월 ‘운동뚱’을 통해 4회에 걸쳐 소개될 예정이다.
‘포기’를 모르는 김민경의 도전은 2030세대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찾는 진취적인 그를 ‘롤모델’로 삼는 팬덤도 형성됐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개그맨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원하는 결과를 얻은 주인공이 바로 김민경이다. 개그맨이 되고 싶어 극단 생활과 야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그는 공채 시험에 두 번이나 낙방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김민경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무명 시절에 대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고, 나름대로 개그 무대에서 많이 굴렀는데 ‘내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 무렵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말은 “‘누구는 잘됐는데, 너는 요즘 뭐하냐’는 질문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마지막 도전으로 여기고 응시한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고도 무명의 시간은 한동안 계속됐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태극마크까지 쟁취한 전무후무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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