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러브픽션>의 한 장면. |
연애 의존증은 특정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쌓으면서 믿음보다는 오히려 불안을 느끼고, 극단적으로 연인에게 기대는 것을 말한다. 연애 의존증은 성별보다는 성격적인 요인이 크다. 연인에게 관심을 쏟으며 실연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태도는 남녀 모두 똑같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다. 대체로 여성은 무조건적이며 절대적인 애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연인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잦다. 이에 비해 남성은 애인으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데 중점을 두며 연인의 일정에 따라 자신의 일과를 짜는 게 보통이다.
연애 의존증을 겪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연애 상대에 따라 마치 카멜레온처럼 가치관이나 행동을 확 바꾼다는 점이다. 애인이 스포츠를 좋아하면 관심이 없던 경기를 보러 다니거나 선수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등 피눈물 나게 노력한다. 그러다가 영화감상이 취미인 애인을 만나면 생전 보지도 않던 장르의 영화를 밤을 꼬박 새며 본다. 심지어 정치적 성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오로지 상대에게 사랑받기 위한 목적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문용어로 ‘공의존(Codependency)’이라고 부른다. 쓸쓸함이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상대에게 집착하는 것이다. 사랑이 시작되면 기분이 몹시 들뜨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어 주위에 아주 우호적인 자세를 보인다. 그러다 이별하면 돌연 자신감을 잃고 매우 우울해 한다.
실연 후에는 곧바로 새 연인을 찾아 나선다. 일반적으로 헤어지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적어도 3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애 의존증인 사람들은 ‘운이 안 좋았다’거나 ‘더 애절한 사랑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다시금 활발히 연애대상을 물색한다.
연애에 돌입하면 관계를 급속히 진전시키려 애를 쓴다. 두어 번 데이트나 섹스를 했을 뿐인데도 갑자기 주말에 상대의 집으로 놀러가 머무르기도 한다. 시간을 들여 애정을 키우려는 마음가짐이 없고 조급하다. 사랑에 늘 굶주린 상태라고 보면 된다.
심리전문가들은 연애 의존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성숙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먼저 연애가 언제나 두근거리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란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연애는 항상 ‘기브 앤 테이크’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만의 철칙을 정해자. 예를 들면 빈번한 연락은 상대의 일상생활을 방해하므로 자제해야 한다. 전화가 왔는데 못 받았을 경우만 먼저 통화를 시도하도록 한다. 데이트 횟수를 매주 이틀 정도로 정해놓는 것도 좋다. 일정하게 만남을 유지한다면 초조한 마음이 사라진다. 휴일 일정을 미리 짜두는 것도 좋다. 자신의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상대에게 매달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할 일이 있거나 몸이 아파도 연인이 부르면 즉시 달려간다.
□ 애인이 항상 나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 친구보다도 연인과의 약속이 최우선이다.
□ 떨어져 있으면 연인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하루라도 연락을 취하지 않으면 조마조마하다.
□ 특별한 약속도 없이 휴일 일정은 혹시 생길지 모를 데이트를 위해 꼭 비워놓는다.
□ 연인의 눈치를 자주 살피고 싫어도 웬만하면 상대의 의견에 따른다.
□ 결혼이나 동거 등 빨리 둘만의 미래를 정하고 싶다.
□ 이따금 불만이 폭발해 싸우곤 한다.
□ 헤어지면 살 수 없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