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 사업 결과 공개 어렵다는 현대차 “결정된 것 없어”…미국 현지 경영 효율화 위한 결정 분석도
#기대 상당했는데…결국은 법인 청산
현대차는 모션랩 설립 이전부터 미국 현지 카셰어링 사업에 관심이 보였다. 현대차는 2017년 미국 스타트업 웨이브카와 손잡고 미국 카셰어링 사업에 한시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고객은 웨이브카를 통해 현대차 차량을 두 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해당 차량은 광고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는 사업 모델이었다.
현대차는 이어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자회사 모션랩을 설립했다. 모션랩은 LA 도심 주요 지하철역 인근 환승 주차장 네 곳을 거점으로 지하철역 기반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대차는 당시 “LA와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통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철학,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의 방향성과 관련해 LA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현대차에 따르면 모션랩은 PoC(Proof of Concept) 법인이다. PoC란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현실에서 검증하는 것을 뜻한다. 즉, 모션랩은 미국 현지에서 카셰어링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점검하고자 한시적으로 운영된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모션랩의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이후 서비스를 중단하고, 법인을 공식 청산했다.
미국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가운데 모션랩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대차 내부의 기대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모션랩 출범 당시 2028년 LA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도심 교통을 개선하는 동시에 서비스 지역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에서도 모션랩을 적극 홍보했다.
현대차가 향후 미국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진행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현대차가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고 있다. 모션랩을 통한 실증 사업을 진행한 후 미국 카셰어링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모션랩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48억 원, 3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모션랩뿐 아니라 적지 않은 카셰어링 업체가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 다임러그룹의 카셰어링 서비스 car2go는 2009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0년 철수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높은 보험료와 주차료 등을 감안하면 저렴한 요금으로는 큰 이득을 보기 어렵고, 가격을 높이면 기사가 있는 택시나 우버한테 밀릴 수밖에 없다”며 “보안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해 미국에서 카셰어링 차량을 파손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모션랩을 제외하고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운영한 경험도 없다. 현대차는 카셰어링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맺는 등 간접적으로만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해왔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올해 초 호주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지분 14.50%를 우버에 매각하기도 했다.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소자본인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하면 골목 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카셰어링 사업을 충분히 검증했다고 판단해 법인을 청산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가 어렵다”며 “추후 카셰어링 사업 진출과 관련해서도 현재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 M&A 가능성은?
모션랩 법인 청산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미국에 HMG글로벌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HMG글로벌은 미국을 미래 신사업 중심 거점으로 삼으면서 미국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현지 투자를 일원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대차가 HMG글로벌 지분 49.5%를 갖고 있으며 기아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30.5%, 20%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현대차는 미국 계열사인 보스톤다이내믹스를 HMG글로벌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미국 내 지주사 전환 작업에 힘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만큼 유망한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곳이 없으며 스타트업 지분 투자나 인수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은 미국 시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HMG글로벌도 신속한 투자와 관리를 위해 설립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후 투자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현대차는 2018년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 메쉬코리아에 225억 원을 투자했고, 제이카, 케이에스티모빌리티 등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해외 투자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영국 전기차 업체 어라이벌에 129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미국 로봇 개발 업체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HMG글로벌은 자율주행이나 로봇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2030년까지 95조 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 중 미국 시장에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에 55억 달러, 로보틱스나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과 같은 미래 사업에 50억 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현대차 측은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하며 미래 모빌리티 사업들의 기회와 가능성을 검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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