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체포 요원하자 신현성 공모 관계 몰아 처리…암호화폐 증권성 논란 여지에 사기죄도 적용할 듯
신현성 대표는 2010년 소셜커머스 티몬을 창립한 인물이다. 그는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10월 28일 티몬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느 정도 수사 가능성이 점쳐진 것도 사실이다. 사실,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권도형 대표를 고발할 때 신현성 대표도 함께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권도형 대표가 아닌 신현성 대표를 먼저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등이 거론되자 법조계에서는 ‘꿩(권도형) 대신 닭(신현성)’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권 대표의 신병확보가 요원한 가운데, 신현성 대표를 재판에 넘기는 방식으로 루나·테라 사건을 일단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합수단 1호 사건 마무리 위한 최후의 옵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과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10월 17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배임 등의 혐의로 신현성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6개월을 넘긴 가운데,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대표가 해외에 머무르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한국 법인을 해산하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권도형 대표는 5월 9일 20억 달러 상당의 테라를 매도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매력을 잃어버리자, 이후 루나 가격은 개당 8만 원에서 0.02원 수준으로 99% 넘게 폭락했다. 시가총액 52조 원이 증발했고 피해자는 2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들이 권도형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5월 중순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이 부활하면서 1호 사건이 됐지만 권도형 대표는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면서도 귀국하지 않았다. 결국 9월 14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이 수배 요청 등을 했지만 정작 권도형 대표는 기존에 머물던 싱가포르를 떠나 제3국으로 옮겼다.
권도형 대표 신병 확보를 최우선으로 추진했던 검찰은 동업자였던 신 대표를 최우선 수사 타깃으로 변경했다. 10월 15일 차이코퍼레이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신 대표를 소환해 조사한 것.
검찰은 신 대표가 사전에 발행된 코인을 폭락 직전 매도해 140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 대표가 매도한 루나 코인은 2019년 7월 공식 출시 전에 발행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코인 정식 출시 전 신 대표가 저렴하게 사들인 코인으로 차익을 실현했다는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1호 사건의 상징성’을 고려한 검찰의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9월부터 “권도형 대표가 한국에 수사를 받으러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사건 흐름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합수단이 다시 부활한 필요성을 보여주려면 수사 성과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며 “권 대표를 처벌하기 위한 진술이나 증거는 수집했지만 정작 신병 확보가 요원해지자 신현성 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입증해 사건의 성과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검찰은 권 대표의 해외 체류가 더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공소시효를 이미 정지했다. 형사 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 도피할 경우 시효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조치인데, 권 대표의 신병 확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과 마찬가지다.
#신 대표 기소 전 영장 청구 가능성은?
권 대표보다 먼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신현성 대표. 문제는 신 대표와 권 대표의 관계다. 검찰은 이들을 ‘공모 관계’로 보고 있다. 테라폼랩스를 함께 설립하며 사전 코인 매입 등 불법 행위들을 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신 대표는 권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신현성 대표는 “2020년 3월 테라폼랩스 공동대표에서 사임하며 권 대표와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입장이다. 또, 자신은 폭락 사태와 관계가 없으며 고점 매도 의혹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급등하기 전에 매매했고, 폭락 당시에도 상당량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번 루나·테라 급락 상황에서 차익을 실현하려 한 게 아닌 ‘피해를 본 투자자’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검찰의 수사가 넘어야 할 법리적인 지점들은 여럿 있다. 현재까지 법원 등에서 암호화폐는 ‘증권성’을 인정받은 적이 없다.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도 아니다. 루나와 테라를 증권으로 판단한다면, 사전 발행 코인으로 차익을 실현한 것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루나·테라 사건이 터진 시점의 코인을 ‘증권’으로 볼 수 있을지는 법원의 판단부터 받아야 한다. 때문에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검찰이 ‘사기’ 혐의를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수사팀은 2018년 사업 초기부터 2019년까지 여러 차례 “암호화폐를 결제사업으로 등록할 수 없다”는 금융감독원 안내를 받고도 신 대표가 암호화폐 결제사업 홍보를 한 지점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신 대표 측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신 대표 측 변호인은 11월 28일 입장문을 내고 “당시 금융당국이 불록체인이나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사업이 불가능하다거나 불법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당시 테라폼랩스는 공신력 있는 대형 로펌사와 함께 각종 법률을 검토하고 금융당국의 입장도 확인해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소환 조사 한 달이 넘도록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 역시 ‘넘어야 할 법리적인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적극적인 공모 관계로 봤다면 진작 영장을 청구했겠지만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 또 당시 신현성 대표가 한 경영적인 조치들을 어디까지 사기로 볼 수 있을지를 고려했을 때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검토를 계속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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