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불거진 것은 2017년이다. 고소인 A 씨는 당시 오영수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2021년 12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건이 알려진 뒤 가장 먼저 제기된 궁금증은 왜 2017년에 불거진 사건을 4년여 뒤인 2021년 12월에 고소했느냐다.
2017년 당시의 오영수는 원로 연극배우로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어느 정도 대중에 얼굴이 알려진 상태였지만 그리 유명세를 치를 만한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데 2021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2021년 12월 시점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배우가 돼 있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오영수가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자 뒤늦게 고소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각종 기사 댓글에도 고소인의 의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렇지만 이런 시선 자체가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그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문제는 어느 정도 상처를 극복한 상황에서 가해자가 유명세를 타 자주 미디어에 노출되면 다시 상처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단체들은 유명 연예인을 향한 미투(Me too·업계 내 성폭력에 대해 '나도 당했다'고 폭로하는 운동)가 거듭 불거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 왔던 오영수는 2018년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공연한 연극 ‘3월의 눈’ 이후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작품이 글로벌 흥행하면서 미디어 노출이 급증했다. 고소인의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상처를 극복했을 시점에 오영수의 미디어 노출이 급증하면서 다시 상처가 되살아나면서 고소를 결심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손잡은 게 전부” vs “또 다른 신체 접촉”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2022년 2월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의 경우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사례는 드물다. 명백한 무혐의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야만 사건 종결이 가능한데 성범죄에선 피해자 진술이 증거 능력을 갖기 때문에 명백한 무혐의는 나오기 힘들다. 고소인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오락가락하고 다른 증거와 배치되는 등 명백하게 증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이 검찰에 제기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이뤄지면 사건은 자동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이의신청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데 예외적으로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우 경찰은 보완수사를 마친 뒤 다시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한다. 이의신청 사건에선 경찰에게 불송치 사건 종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이의신청을 통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송정은)에서 직접 수사가 진행됐는데 결국 11월 24일 오영수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불구속기소가 결정됐다. 이제 이번 사건은 재판을 통해 법원에서 유무죄가 결정될 전망이다.
오영수는 JTBC 인터뷰에서 “호숫가를 돌며 길 안내 차원에서 손을 잡은 것뿐”이라며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손을 잡은 것 외에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더 있었으며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확보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 험난할 수도
게다가 오영수가 2021년 A 씨에게 사과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영수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A 씨에게 사과한 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한 것이지 혐의를 인정하는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번 사건의 증거는 고소인 A 씨의 진술과 오영수의 사과 정도다. 성범죄에선 피해자 진술이 증거 능력을 갖는다. 실제로 법원은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도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법원은 진술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경찰의 1차 수사 결과가 기소의견이 나왔고 이의신청 이후 검찰 수사에서도 불구속기소가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수사기관은 피해자 진술이 증거능력을 갖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 고소가 이뤄진 2021년에 오영수가 사과를 했다는 부분도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수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사과를 한 것일 뿐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사과 자체는 이뤄졌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건 수사 흐름이다. 애초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던 경찰은 검찰 요청으로 보완수사를 거친 뒤 수사 결과를 불송치로 바꿔 사건을 종결시켰다. 뭔가 경찰이 수사 결과를 무혐의로 바꾼 계기와 증거가 존재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오영수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을 강조해 무혐의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검찰은 오영수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확보돼 있다는 입장이라 A 씨 진술과 오영수 사과 이외의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제 검찰 기소가 이뤄진 터라 본격적인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