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트레이닝 기구가 가득한 곳. 그런데 구두를 신고 근육을 단련하는가 하면, 슬랙스를 입은 채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여기는 무얼 하는 곳일까.
‘초코잡(Chocozap)’은 일본 피트니스회사 ‘라이잡’이 운영하는 체인 헬스장이다. 간편함 때문에 일명 ‘편의점헬스장(コンビニジム)’으로 불린다. 일반 헬스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압도적인 저렴함이다. 월 이용료는 3278엔(약 3만 1000원). 특정 매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체인점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24시간 헬스장은 낮에 직원이 상주하는 반면, 초코잡은 기본적으로 무인이다. 유지보수 시에만 직원이 들르기 때문에 가격을 크게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다. 헬스장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도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한 금액이다. 더욱이 신발을 갈아신거나 운동복을 지참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내킬 때 언제든 빈손으로 가면 된다. 가령 출퇴근길이나 회사 휴식시간, 혹은 여행 중이라도 근처에 초코잡이 있으면 근육 단련이 가능하다.
이용자에게는 스마트워치와 체조성계(체지방, 내장지방, 골밀도, 근육량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기)가 무료로 배포된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입 및 탈퇴는 스마트폰으로 대응하며, 트레이닝 기구는 초보자도 사용하기 쉽게끔 문턱을 낮췄다.
라이잡의 세토 다케시 대표에 의하면 “헬스장 이용자 18만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루 5분이라도 꾸준히 하면 결과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5분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30분 이상 해야 하는 운동보다 지속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초코잡 회원인 중년 여성은 “쇼핑하는 사이 편의점에 가는 기분으로 잠깐씩 들르고 있다”고 밝혔다. 20대 남성은 “회사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다,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어 자주 찾게 된다”며 흡족해했다. 9월 기준, 초코잡은 전국에 134개의 체인점을 운영 중이다. 반응이 좋아 2023년 3월까지 3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나 독특한 것은 트레이닝에 관심 없는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셀프 에스테틱기’과 ‘셀프 제모기’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일반 헬스장이라면 샤워 시설을 둘 공간에 몇 개의 개인실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셀프 제모기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IPL 제모기’다. 셀프 에스테틱기의 경우 바이폴라 방식의 고주파가 피하지방을 녹여 연소시킨다. 둘 다 조작이 간편하고, 반복적으로 실시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는 특징이 있다. 요컨대 ‘셀프 에스테틱기’ 등을 통해 여성 고객의 흥미를 끈 다음, 운동으로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도다.
일본에서는 피트니스 사업이 여전히 ‘블루오션(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일례로 2021년 조사 결과, 일본 내 피트니스 인구는 3.45%에 불과했다. 미국의 피트니스 인구가 20%인 것에 비교하자면, 관련 사업은 일본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동 부족을 실감한 사람이 증가한 것도 배경이다. 실제로 2022년 9월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73.7%가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닛케이트렌디는 “금전적 시간적 문턱을 낮춘 ‘편의점헬스장’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수백만 명이 건강 유지를 위해 트레이닝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편의점헬스장’을 2023년 히트 예상 랭킹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초코잡 매장은 도시의 지하철역 부근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다. 그러나 유지비가 저렴하고 운영 경비가 상대적으로 들지 않기 때문에 지방으로의 전개도 기대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로 수십 분을 달려야 헬스장 혹은 피부관리실이 나오는 지방이다. 만일 주차장이 근처에 있다든지 조건이 갖춰진다면 편의점헬스장이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와 관련 세토 다케시 대표는 “그동안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몸만들기’를 목표로 점포망을 넓혀왔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력과 시간, 장소 등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0분이면 한 권 뚝딱’ 비즈니스 책 요약 서비스 회원 98만 명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 하나가 ‘타이파(タイパ)’다. 타임(Time)과 퍼포먼스(Performance)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합성어로 ‘시간의 가성비’를 뜻한다. 뭐든 짧고 빠르게 끝내려는 젊은 세대의 풍조가 반영된 것이다.
소비 행태가 시간의 효율성을 중시함에 따라 ‘시간 단축’에 대응하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한 편의점헬스장 ‘초코잡’이다. 초코잡은 “하루 5분만 트레이닝에 투자하라”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배움을 배속으로 돕는 서비스도 인기다. 가령 ‘플라이어(Flier)’는 유명한 비즈니스 서적을 10분 정도로 요약해 읽을 수 있다. 누계 회원은 98만 명을 넘어섰다. 플라이어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2년 만에 회원 수가 배로 늘었다”고 한다. 주고객층은 30~40대였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취준생과 사회초년생 등 10~20대 사용자도 급증했다.
기업 연수용도 늘어나 약 660개의 회사가 플라이어를 이용 중이다. 일례로 의약품 브랜드 오카야마타이호약품은 ‘관리직을 대상으로 한 연수’의 일환으로 플라이어를 도입했다. 인사 담당자는 “관리직의 경우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하므로 정보의 인풋(Input·입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플라이어는 보통 5~6시간 걸리는 비즈니스 서적을 10분 개요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시대에 알맞은 서비스”라는 평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