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 년 전 인간의 마당으로 들어온 새들. 좋은 날마다 상에 올랐던 닭은 물론 한겨울 사냥꾼인 매가 잡아주던 귀한 꿩과 추억 속 소주 한잔의 친구였던 메추라기까지 하늘을 누비던 야생의 새들은 어떻게 우리 밥상에 풍요의 기쁨을 선사하게 된 걸까.
몸과 마음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우리 입맛에 날개를 달아준 음식들. 밥상 위로 날아오른 고마운 맛들을 만나본다.
산 좋고 물 좋기로 이름난 충추의 수안보. 이곳에 거친 녀석들이 모여 산다. 야생성을 간직하고 있어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새 꿩이다. 10년째 꿩을 키우는 차봉호 씨도 여전히 먹이를 줄 때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를 정도다.
키우기는 힘들어도 덩치가 크고 고기 맛이 좋아 오래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특히 겨울이면 야생의 꿩을 잡기 위해 '매'까지 동원했고 조선시대에는 꿩만 따로 파는 점포가 있었다. 그 귀한 꿩의 명맥을 이어가는 차봉호 씨의 가족.
약 40년 전 그의 장모님인 박명자 씨가 야생 꿩의 알을 부화시킨 걸 시작으로 지금까지 꿩맛을 탐구하고 있다. 겨울이면 기름지고 살이 오른다는 꿩. 잘 삶아낸 고기와 육수는 겨울 밥상을 채우는 일등공신이었다.
쉽게 질겨지는 꿩고기의 쫄깃함은 살짝 데친 요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한 입 크기로 얇게 저민 꿩고기에 메밀가루와 전분가루를 입히고 여러 번 데쳐내면 마치 밀가루 수제비처럼 완성되는 꿩고기 수제비, 생치저비는 선조들이 즐겨먹던 유서 깊은 요리다.
고사리와 흡사한 통통한 고비는 씹는 맛이 일품인 꿩 허벅지 살과 함께 꼬챙이에 꽂아 산적으로 구워낸다. 박명자 씨 가족의 월동 준비는 꿩만두로 시작된다. 겨울에 잡은 꿩을 처마에 달아뒀다가 귀한 손님이 오시면 만둣국을 대접하곤 했단다.
사위 차봉호 씨를 맞이하는 밥상에도 꿩을 올렸다. 단백질까지 든든해 채워줘 추운 산간지역 사람들에게 최고였다는 고기. 꿩 맛의 유산을 이어가는 가족들과 야생의 꿩처럼 힘이 솟는 밥상을 만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충남 공주 기러기 밥상, 경기 여주 메추라기 밥상 등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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