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3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세계 질서가 깨지고 있다. 2부작 '고장난 세계'에서는 올해 급격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살펴본다.
지난달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을 뒤집은 선전을 하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20년 만에 최고의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았다. 바이든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면엔 그늘이 존재했다.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정치인들, 소위 '트럼프 키즈'들은 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또 공화당은 중간선거 접전지마다 우편투표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극단적 입장을 가진 선거 부정론자들이 늘어나고 정치 분열과 갈등이 격화되고 심지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까지 공격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민주주의 리더라 불렸던 미국이 민주주의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균열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일머니'를 거머쥔 사우디 최고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빈 살만 왕세자는 얼마 전까지 '국제적 왕따'였다. 인권을 중시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 사우디 출신 언론인의 살해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그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치솟자 바이든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우디에 직접 방문해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 그동안 내세웠던 인권과 민주주의 등 자신의 외교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빈 살만 왕세자를 찾아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오며 자존심을 구겼다.
미국의 사우디 방문은 바이든의 구겨진 자존심 뿐 아니라 세계 패권국 미국의 약화 된 위상과 현주소를 보여줬다. 더 이상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계. 바이든 대통령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미국을 세계의 리더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기치로 내걸며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외쳤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슬로건을 내걸며 고립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와는 다른 행보였다.
하지만 바이든이 외쳤던 미국의 귀환은 쉽지 않았다. 전쟁의 영향으로 물가가 급상승하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과 인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바이든.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세계 리더국의 글로벌 리더십 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수호자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길을 택하며 세계는 각자도생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과연 각자도생의 새로운 세계 질서는 어떤 모습일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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