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기술로 자율주행 완성 불가능한 구조…“여러 업체와 협력해 시너지 내야”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 포티투닷을 약 4300억 원에 인수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포티투닷 주식 212만 9160주와 118만 6106주를 2746억 6200만 원, 1530억 800만 원에 매입하는 방식이었다. 현대차(55.9%)와 기아차(37.3%)의 통합 지분율은 93.2로 남은 지분 6.8%는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와 전략적 투자자(SI)가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인수는 그룹 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SW 중심의 자동차) 개발 체계 조기 전환 및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다. 포티투닷은 현재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총 5단계로 나뉘는데 4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시스템이 정해진 도로와 조건으로 운영되는 정도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시에 조직도 확대하고 인사 이동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공시를 통해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당사는 필요한 경우 포티투닷 주식회사에 대한 증자 참여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집중하면서 현대오토에버에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에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에 자율주행 레벨3 기능 구현을 위해 특화 개발된 ‘현대차ADAS 표준SW 플랫폼’을 제공 중이다. 2021년 하반기 제네시스 GV60 적용을 시작으로 2022년 제네시스 G90 등 향후 30여 차종에 구독 형태의 기술 판매로 양산 적용될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정밀지도 기술도 도로의 형상 정보 및 속성 정보를 활용한 ADAS 차량 제어 기능을 비롯해 실시간 도로 변화 정보 탐지, 딥러닝 기반의 정밀지도 자동 생성 및 차량 전송 등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3년부터 자율주행을 위한 고정밀 지도를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반면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기술인 라이다(Lidar)가 없다. 라이다는 정밀도가 높지만 비싸고, 고정밀 지도가 필요해 제작·유지·보수가 쉽지 않다. 데이터도 많이 들어 전력 소모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포티투닷은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자율주행용 카메라 및 하드웨어 플랫폼, 지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영역을 고유의 기술로 구현하려 하고 있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에는 현대오토에버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포티투닷을 자기 회사로 품는 게 더 저렴하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계열사 투자자 입장에서는 본인들과 경쟁하는 업체가 나타났기 때문에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시스템 단위로 봐야 한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술들이 예를 들어 10가지라고 하면 10가지를 모두 한 업체가 독점하지는 않는다. 업체마다 지닌 장점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의 시스템이 완성됐다고 하더라도 완성차마다 각각 다른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완성차 제조업체는 경쟁 입찰을 통해 더 완성도가 높은 업체를 선정하는 게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는 이미 현대차그룹 양산차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며 협업하고 있다”며 “향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그리고 자율주행차로 넘어간다면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무궁무진하다. 이를 대비해 그룹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두 가지 기술로는 자율주행을 설명할 수 없다. 여러 업체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현대오토에버도 자율주행과 관련해서 특화된 영역이 분명 있다. 그런 특화된 영역에 대해서는 협업을 계속 해나가면서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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