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입 신약 없이 한 제품 치중된 수익구조 약점 지적…이동훈 사장 “신사업 발굴 등 확장전략 구사”
#엑스코프리 영업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최근 SK바이오팜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88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240억 원)보다 270%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바이오팜이 2500억~26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지난해 1억 1000만 달러 규모의 유럽 허가 관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유입된 지난해 매출(4190억 원)보다는 감소한 액수지만, 2020년 매출(260억 원)은 크게 상회한다.
SK바이오팜 매출 성장은 미국 시장의 엑스코프리의 선전 덕분이다. 올해 3분기 미국 시장에서의 엑스코프리 매출은 47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99억 원) 대비 138% 증가했다. 올해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17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코프리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뇌전증 신약으로, 임상에서 경쟁 약물 대비 뛰어난 뇌혈관 장벽 투과율을 보였다. 엑스코프리는 미국 출시 첫해인 2020년에는 127억 원, 지난해에는 78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쉬운 점은 영업력이다. SK바이오팜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92억 원이다. 엑스코프리 매출 증가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499억 원)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누적 영업손실 폭은 커졌다. 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86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0억 원) 대비 늘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마일스톤 유입 영향으로 950억 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반짝 흑자에 그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팜은 올해 1170억 원, 내년 180억 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영업력이 본격적으로 올라오지 않는 데에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매출만큼 나오는 영향이 크다. SK바이오팜의 판관비는 3분기 84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717억 원)보다 증가했다. 1~3분기 누적으로는 지난해 2208억 원에서 올해 2427억 원으로 늘었다. 판관비에는 급여, 복리후생비, 광고선전비, 기술용역비, 연구 및 경상개발비 등이 포함된다.
특히 광고선전비가 지난해 1~3분기 249억 원에서 올해 304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SK바이오팜이 미국 내 엑스코프리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한다. 그러나 엑스코프리가 출시된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미국 마케팅에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이유로 한동안 판관비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및 경상개발비도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구 및 경상개발비는 8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64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를 출시했다. 이외에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관련 발작 치료제인 ‘카리스바메이트’ 임상 3상, 뇌전증 치료제 ‘SKL24741’ 임상 1상 등을 진행 중이다.
#기술도입 신약 ‘0개’, 디지털 치료제 임상 돌입은 아직
증권업계에선 엑스코프리 매출이 더욱 높아진다면 2023년 말 혹은 2024년에는 자연스럽게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엑스코프리 매출이 SK바이오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4%에 달한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적응증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FDA 허가된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은 2024~2025년엔 전신발작과 소아뇌전증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엑스코프리에 수익 구조가 치중된 점은 부담 요소다. 예상보다 제품 매출이 좋지 않다면 영업 실적이 빠르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 가운데 단계가 가장 앞선 카리스바메이트의 경우 엑스코프리와 마찬가지로 발작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제다. 출시될 시 SK바이오팜의 영업효율이 높아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카리스바메이트의 임상 3상 종료 예상 시점은 2025년이라 아직 시간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SK바이오팜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익 다각화를 위해 SK바이오팜은 신사업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점찍고, 뇌전증 발작 탐지 및 예측 의료기기에 대해 올해 임상 진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임상 1상에 돌입하지는 않은 상태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초 유망한 신약 도입 계획도 밝혔지만, 지금까지 SK바이오팜이 라이선스-인(기술도입)한 약물은 전무하다.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성 창출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바이오팜은 이동훈 전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을 SK바이오팜 및 미국 자회사 SK 라이프사이언스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신임 사장은 SK 바이오투자센터에서 글로벌 신약 사업 개발과 글로벌 바이오 투자 등을 담당했다. 대표적으로 SK(주)의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이포스케시(Yposkesi)’ 인수를 이끌었다. 이 신임 사장은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 신사업 발굴과 혁신을 통해 확장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줄어든 회사 현금과 재무 부담이다. 올해 3분기 기준 SK바이오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54억 원으로, 지난해 말(2259억 원) 대비 1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다만 단기금융상품은 1084억 원에서 2516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SK바이오팜의 부채비율은 44.91%에서 90.88%로 뛰었다.
이와 관련,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지속해서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올라오면 영업성과도 나타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동훈 신임 사장은 글로벌 투자나 신사업 확장에 있어서는 워낙 전문가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에 뚜렷한 윤곽이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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