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든 충북 옥천의 대청호. 이곳에 옥천 9경 중 하나라는 '부소담악(赴沼潭岳)'이 있다. 대청댐 준공으로 산 일부가 물에 잠겨 마치 물 위에 뜬 바위산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맞은편 뱃길로 약 3분 거리에 '부소담악'만큼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멀리서 내려다보면 지형이 '용'을 닮았다 하여 이름도 용의 옛말인 '미르' 정원이다. 이름처럼 특별한 이 정원의 주인은 이재홍 씨(63)다.
축구장 면적 네다섯 배에 달하는 드넓은 정원을 홀로 가꾸고 있는 재홍 씨. 그에겐 가족 같은 반려견 '땡순이'와 '누리'가 있다. 타고난 애교와 영특함으로 정원에 오는 손님들을 안내하는 안내견 '땡순이'.
녀석을 보러 몇 번씩 정원을 찾는 이들도 있어 자타공인 '영업부장'이라 불린다. 듬직한 진돗개 '누리' 역시 담당 업무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 재홍 씨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며 호위하고 정원을 망가트리는 산짐승을 쫓는 등 '경비 대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정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재홍 씨와 녀석들. 호수 위 무릉도원에서 펼쳐지는 세 단짝의 일상을 함께한다.
30여 년 전 법원 공무원으로 일했던 재홍 씨는 지인과 함께 우연히 부소담악 근처를 방문했다가 그 경치에 반해 맞은편의 자투리땅(현재의 정원이 있는 토지)을 조금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말농장이나 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근처의 땅을 모두 매입하고 묘목을 하나하나 직접 심어 지금의 정원을 완성했다. 정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도시에 가족을 남겨두고 이곳에 들어온 지도 벌써 6년째다.
얼핏 보면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만 틈만 나면 놀아달라, 예뻐해 달라, 떼를 쓰는 땡순이와 누리 덕에 한 시도 조용할 새가 없다. 매일 아침 두 녀석과 함께 정원을 돌며 산책하고 산 정상에 올라 바둑도 두고 호수로 뱃놀이도 나가는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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