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바위 뒤에 꼭꼭…굴뚝도 없어 겉으로 보면 무인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는 이 가옥들은 거대한 바위나 암벽 아래 숨어 있는 이른바 ‘위장 가옥’들이다. 마치 바위나 암벽과 하나처럼 보이기 때문에 먼 바다에서 보면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처럼 보인다.
이 섬의 집들이 이렇게 꽁꽁 숨어있는 이유는 해적들 때문이다. 수백 년 전 에게해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약탈을 일삼던 해적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눈에 띄지 않게 지었던 것.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해적들은 기원전 1세기부터 에게해의 섬들을 약탈해왔다. 시간이 갈수록 해적들의 약탈이 점점 심해지자 주민들은 항구를 파괴하는 등 갖가지 수를 써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해적들에 시달리다 못한 주민들은 결국 해안가의 집을 버리고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가기 시작했다. 섬 안으로 꼭꼭 숨어들어가거나, 심지어 산속 깊은 곳으로 터전을 옮긴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거대한 바위, 암석, 절벽 돌출부, 덤불 아래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사람들은 비록 아늑하진 않지만 완벽하게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집들은 전부 단층으로 지어졌으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굴뚝도 설치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대부분 밤에 만나 교류했고, 불을 피우거나 빛을 내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피했다. 심지어 개 짖는 소리가 멀리 퍼질까 염려해 반려견도 키우지도 않았다.
이 섬의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수세기에 걸친 이런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카리아섬은 그리스에서 가장 장수하는 마을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90대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100세 넘어서까지 장수한다. 따라서 현재 이카리아섬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지구촌 장수 지역을 일컫는 ‘블루존’에 속해 있다. 출처 ‘BBC’.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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