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강연 활동, 무도단체 설립, 여러 단체 고액 기부…법원 2009년 “사이비종교 교주” 적시
천공의 수제자이자 정법시대 등 천공 관련 단체 대표이사를 맡은 신 아무개 씨가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은 사실이 일요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다. 신 씨는 취임식 참석 사실을 쉬쉬하기는커녕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후기를 올렸다(관련기사 [단독] '윤석열 부부 조언자' 천공 제자들 대통령 취임식 참석 막후). 이에 대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선후보 때부터 계속해서 무속인과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취임식에 초대하다니 무속인과의 관계를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천공은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모양새다. 숱한 논란에도 언행을 조심하기는커녕 되레 보폭을 넓히고 있다. 천공은 최근 무도(武道)로 세를 확장했다. 그는 지난 11월 4일 대구 달서구 모처에 세계종합무도협회 사무실을 열었다. 11월 26일엔 대구 북구 한 호텔에서 '마스터 천공 세계종합무도대회 선포식'을 가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선포식엔 50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했다. 천공은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이 소년기에 아마추어 복싱 챔피언이었고 태권도 2단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천공은 최근 고액 기부 행보도 시작했다. 공개된 기부금액이 지난 10월 한 달만 해도 4억 4500만 원 규모다. 지난 10월 26일 한국영화인원로회에 현금 2000만 원과 현물 5200만 원을 기부했다. 10월 21일엔 충남산업재해장애인협의회에 현금 5000만 원과 현물 1억 9800만 원을 기부했다. 10월 6일엔 곰두리복지재단에 1억 27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현물을 기부했다.
이 중 한국영화인원로회가 돋보인다. 신영균 한국영화인원로회 명예회장은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신영균 명예회장은 보수 성향 소설가 이문열 씨 등과 함께 지난 9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도 했다.
천공은 저작권 침해 의혹, 간통 전과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유명세도 치르고 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천공의 수제자였던 지공스님은 천공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지난 5월 말 경찰에 고소했다. 지공은 자신의 창작 시를 천공이 2010년부터 현재까지 개인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단독] "내 저작물로 돈벌이" '윤석열 부부 조언자' 천공 피소 내막).
천공은 법원 판결문에서 '사이비종교 교주'라고 적시됐다. 제자 신 아무개 씨가 천공과의 간통죄로 2009년 3월 유죄 판결 받을 때였다. 당시 신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신 씨)이 종교에 빠져 가출을 하고 그 교주(천공)와 2년간 함께 기거하다 결국 간통에까지 이르렀다"며 "피고인은 그 교주를 스승님으로 모시며 컴퓨터로 설교 내용을 정리하는 등 교주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여 왔는바 그러한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신도라는 특수한 관계"라고 판시했다.
신 씨는 간통 혐의로 기소돼 2008년 11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2009년 3월 2심에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신 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2009년 5월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천공은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가 2010년 초 체포돼 같은 해 6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천공과 신 씨는 2015년 2월 26일 간통죄 폐지 직후 재심을 신청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천공은 수염과 머리를 길게 기른 도포 차림으로 20년 가까이 즉문즉설 강연을 해왔다. 강연 주제는 자녀교육과 직장생활 등 인간관계부터 여러 정치인에 대한 평가, 부동산 경기 전망뿐 아니라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신기술까지 아무런 제한이 없는 듯하다. 강연 제목만 보면 만물박사가 따로 없다.
천공 강연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는 구독자 9만여 명, 누적 조회수 2억여 회다. 천공은 강연 등 사업을 위해 주식회사 정법시대와 케이에이글로벌, 월드홍익선원, 재단법인 정법시대문화재단 등을 설립했다. 주식회사와 재단법인 대표이사는 천공스승 수제자로 알려진 신 아무개 씨가 맡고 있다. 천공의 강연은 현장에서 들을 수도 있다. 강연이 대규모로 열릴 땐 300~500명이 참석한다. 참가비는 30만 원이다.
천공 강연은 여러 정치인과 기업인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서열 50위인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정법시대문화재단이 2017년 설립될 때 개인 명의로 3억 원을 기부했다. 2017년 3월 창립총회에도 참석했다. 2019년과 2021년엔 장금상선 법인 명의로 각각 1억 원을 정법시대문화재단에 기부했다.
천공은 2010년 6월 간통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 강연 활동을 본격화했다. 2010년 7월과 10월 종이책 '정법을 말하다' 1권과 2권을 각각 펴냈다. 2010년 11월엔 네이버 블로그에 강연 내용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1년 11월엔 정법시대 유튜브를 열었다. 당시 채널 이름은 '진정스님의 즉문즉설'이었다. 천공은 2019년까진 스스로를 진정스승이라고 일컬었다.
천공의 본명은 이천공이다. 2019년 이병철에서 이천공으로 개명했다. 유튜브 강연에선 2020년부터 천공스승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천공 출생연도에 대해선 여러 관측이 있지만, 법원 판결문과 법인등기부 등 공문서엔 1956년생으로 적시돼 있다. 본적은 부산 사하구 감천동.
천공은 2019년 개명한 배경에 대해 2020년 1월 1일 울산 신불산 강연에서 "수행을 마치고 제일 먼저 하늘에서 받은 호가 천공이었다"며 "사회를 3년 둘러보고 이 호(천공)는 쓸 때가 아니어서 새로운 호로 진정을 먼저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공이라고 하면 '사이비 아니야?' 이렇게 돼서 천공을 못 썼다"며 "사회 일반적으론 진정을 쓰고, 축원문을 올릴 땐 천공을 썼다"고 말했다. 또 "천공이라고 써도 혼탁하게 보지 않을 때가 왔다"며 "사이비라고 하든지 말든지 이제 이 이름을 써야되겠다"고 덧붙였다.
천공은 사이비종교와 관련해 2013년 8월 31일 강연에서 "사이비는 없다"고 주장했다. 천공은 "우리가 헤매다 보니까 이 논리에 빠지고 저 논리에 빠지는 거지 사이비는 없는 거다. 그걸 사이비라 이야기하려고 그러면 메이커는 안 사이비, 안 메이커는 사이비가 되는 거다. 그걸 사이비라고 이야기하려면 불교도 사이비가 된다"고 주장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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