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확정 시 티머니와 협업하는 카카오뱅크와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경쟁 예고
12월 초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카오페이는 2일 공시를 통해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로카모빌리티 인수건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 향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로카모빌리티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카카오페이는 로카모빌리티 인수로 자사의 결제 사업 영역을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로카모빌리티는 선불카드, 교통카드 관련 시스템, 카드 단말기 등을 주요 재화로 해 선불카드 판매 및 가맹점 수수료·교통 인프라 사용에 대한 정산 수수료 사업, 결제 시스템 및 교통 관련 장비 납품 사업, 정산 시스템 운영 대행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로카모빌리티는 선불충전 교통카드 시장에서 약 37%를 점유하고 있다. 지역교통카드인 이비카드(경기·인천)와 마이비(부산·경남)를 통합한 로카모빌리티의 캐시비 카드는 대중교통 외에도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유통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지불 가능한 점포 수는 10만 5268곳 정도다. 오프라인 가맹점 추가 확보로 카카오페이의 거래액과 가맹점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적면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988억 원이다. 하지만 6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년째 적자다. 반면 로카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1642억 원에 당기순이익 99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단순 합산해도 카카오페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하면 총 거래액(TPV), 매출 증가, 오프라인 가맹점 확장에 따른 성장 여력 확대 등이 기대된다. 또한 NFC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추후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인수 시 적정 기업가치는 9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의 로카모빌리티 인수 여부를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가 예의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상장 순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표면적으로 카카오페이는 금융 플랫폼 사업을 운영 중이고,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은행업을 하고 있으나 금융 서비스에 IT 기술이 더해지면서 두 업체가 활동하는 시장 간 교집합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두 기업의 지향점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일치한다. 결국 두 기업은 한 경기장에서 플레이어로서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양 사의 주주 구성이 다른 점은 이들의 경쟁을 격화하는 요소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가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고,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스가 지분 34.7%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5%를 보유 중이나 주주 구성이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가 지분 27.18%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자회사 지분까지 합하면 27.18%로 지분이 동일하다. 이외에도 국민연금, 국민은행, 서울보증보험, 이베이, 예스24 등이 주주로 구성돼 있다. 양 사의 주주 구성이 다른 만큼 경영 방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한다면 양 사는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가 현재 로카모빌리티의 경쟁 업체인 티머니와 협업 중이기 때문이다. 티머니는 시장 점유율 60%로 업계 1위다. 카카오뱅크는 만 14~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불전자지급수단 기반 서비스 ‘미니(mini)’ 등을 티머니와 협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 협업으로 올해 3분기 기준 청소년 150만 명을 유입하는 데 성공했고, 카카오뱅크와 티머니 모두 11월 누적 회원 수 2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6일 자사 앱에 티머니 충전 서비스를 연동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편의점이나 지하철에 배치된 교통카드 충전기를 이용해야 했으나 이제는 카카오뱅크 앱에서 충전이나 조회 버튼을 눌러 미니카드를 휴대폰 뒷면에 NFC를 태그하면 티머니 충전과 잔액·이용내역 조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로카모빌리티 인수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가격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로카모빌리티 몸값으로 3000억 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비판이 적잖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00억 원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던 가격에서 두 배 이상 올랐다. 로카모빌리티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사업이 카드사로부터 정산을 받는 구조기에 매출이 많이 올라갈 사업은 아니다”라며 “물론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하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상당하다. 카카오페이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총알도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가격은 비싼 것이 사실이다”라고 분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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