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상황 속 미분양 증가…수익 구조 열악한 중견·중소 건설사 도산 위기감까지 불러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 1‧2순위(해당‧기타지역) 청약에는 3695가구 모집에 2만 15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5.45 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에서는 1091가구 모집에 3580명이 신청해 평균 3.2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2순위 통틀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타입은 29A㎡형으로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5가구 모집에 64명이 신청해 12.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16개 타입 중 12개 타입이 순위 내 마감했지만, 39㎡A·49㎡A·84㎡D·84㎡E 등 4개 타입은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맞은편 집과 주방 창문 간 거리가 좁아 논란이 된 84㎡E형은 4.05 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 거주자와 2순위 청약까지 했지만 공급 가구 수의 5배에 달하는 예비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중도금 대출 불가 등 변수로 미계약 물량이 늘어날 수 있어 미분양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지난 7일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956가구 모집에 299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1 대 1에 그쳤다. 16개 타입 중 4개 타입만 접수 마감했으며 49㎡E에서는 11가구 모집에 신청이 10건에 그쳐 미달됐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다보니 나름 선방했다고 내부에서는 평가한다”며 “당첨자들의 금융부담을 줄여 계약율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두 단지의 청약 성적이 저조한 것은 예상된 바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둔촌주공‧장위자이 두 대형 단지가 한꺼번에 분양 일정이 몰렸고 시세 하락기에 분양가가 부담될 수 있는 수준인 데다 고금리 환경까지 맞물려 청약 수요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라며 “특히 둔촌주공의 경우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인식됐던 만큼 내년 청약시장도 역시 수요가 위축되거나 선별 청약 경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것을 이번 둔촌주공 흥행 부진에서 알 수 있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가격이 싸지 않으면 청약하지 않겠다는 경향이 보인다”며 “둔촌주공 인근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청약할 바엔 인근 아파트 급매물을 살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분양 물량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 72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만 1604가구)보다 13.5%(5613가구) 증가한 수치다 2019년 12월(4만 7797가구) 이후 최대치기도 하다. 수도권은 7612가구로 전월보다 2.6%(201가구) 감소했지만, 지방이 3만 9605가구로 전월보다 17.2%(5814가구) 증가했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가구로 전월 대비 20.4%(147가구) 늘었다. 지난해 말(54가구)과 비교하면 16배 넘게 급증했다. 시·도별로 보면 대구(1만 830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6369가구), 경기(5080가구), 경남(4176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전북 지역 미분양 주택은 1383가구로 한 달 새 122.7%(762가구)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또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7077가구로, 전월보다 1.6%(122가구) 줄었다. 서울은 210가구로 12.3%(23가구) 증가했다.
미분양이 증가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경색 상황에 건설사들이 더욱 자금난을 겪는다. 지난 2일 열린 ‘2023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대출이 막혀 공사비 확보가 어려운 시공사가 증가하고 연대보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남 창원의 중견건설사 동원건설산업은 지난 11월 29일 22억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 동원건설산업은 전국 도급순위 388위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543억 원‧순이익 22억 원을 기록했다. 장기영 동원건설산업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PF대출이 막히고 준공을 마친 건물도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 시행사가 도산했다”며 “이로 인해 미수금 250억 원이 생겼는데 대출이 안 돼 연 금리 36% 사금융을 이용해 남은 대금을 지급하다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밝혔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자금경색 상황이 심각해 내년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라 알고 있다. 내년에도 건설사들이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미분양 시 고스란히 분양 수입 감소로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NICE신용평가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안영복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국내 건설업에서 리스크가 확대됐던 2008년 리만사태 직후 경쟁력이 낮은 건설사는 정리가 됐고 현재는 재무 완충력이 상당수 확보된 상태”라며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연말이란 특수한 시점이 맞물려 건설업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상황이다. 집단 도산 사태 같은 건 지금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분양 위험을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요소가 수익성을 제약하고 현금흐름 압박으로 이어져서 전반적인 건설사들의 신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원가구조가 계속 악화된다면 건설사들의 제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라 신용등급 하향 위험도 점차 높아지는 시기가 2023년에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현재 착공하지 않은 사업장을 많이 보유한 곳은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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