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독립영화계 숨은 진주들 최적의 캐릭터 입고 비로소 대중 앞에 ‘우뚝’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은 과연 얼마나 많은 새 얼굴을 발굴해 낸 드라마냐다. 실제로 한 편의 드라마지만 종영한 뒤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유명세를 얻는 작품들이 있다. 연극계와 독립영화계에 숨겨진 진주를 발굴한 드라마들이 대중예술계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 그리고 tvN ‘미생’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집 막내아들’ 속 새 얼굴들을 소개한다.
#진양철 회장의 아내이자 순양가의 안주인 이필옥 여사 ‘김현’
‘재벌집 막내아들’이 발굴한 최고의 배우 가운데 한 명은 김현이다.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의 아내로 순양가의 안주인인 이필옥 여사 역할을 맡아 빼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실제로는 1971년생으로 51세다. 큰아들 진영기 역할의 배우 윤제문(1970년생)보다 한 살 어리다.
수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부분 조연이나 단역이었던 터라 대중의 눈에는 낯선 배우다. 게다가 이번에는 노인 분장을 해 더욱 처음 보는 배우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라이어2탄’ ‘달빛속으로 가다’ ‘누가 연극을 두려워하랴’ ‘소포모어 징크스’ ‘폐희’ ‘칼잡이’ 등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극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배우다.
스무 살 무렵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CF 촬영장 등에서 활동하던 김현은 스물두 살이던 1992년 극단 ‘모시는 사람들’에 들어가 연극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백페스티벌 연기상, 2012년 신춘문예 연기상,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신인연기상, 2014년 제14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작도 수십 편에 이르지만 대부분 단역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었다. 2021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가정폭력으로 힘겨워하는 최은숙 환자 역할로 출연한 바 있다. 방송가에서는 2023년부터 김현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흥행작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필옥 여사’라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캐릭터를 비로소 만났기 때문이다.
#진양철 회장의 고명딸이자 서울시장 부인 진화영 ‘김신록’
역시 연극배우 출신인 김신록도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김신록은 진양철 회장의 고명딸 진화영 역할을 맡아 엄청난 연기력을 발산하고 있다. 재벌가 고명딸로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서울시장인 남편 최창제(김도현 분)에게 군림하는 아내 역할도 보여주고 있다. 유독 조카인 진도준(송중기 분)과 진도준의 모친 이해인(정혜영 분)에게 잔인한 면모를 보이다가 순양백화점을 진도준에게 빼앗기며 울부짖는 연기도 일품이었다. 그런가 하면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 앞에 무릎 꿇는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며 매 장면 열연 중이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뒤 수십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극계에서 활동해온 김신록은 7편의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그리 크지 않은 배역이었다. 2020년 tvN 드라마 ‘방법’에 출연한 뒤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김신록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화영 이전에도 이미 한 차례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바로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박정자 역할이다. 지옥행 고지를 받은 뒤 남은 가족을 위해 지옥행 시연 생중계를 수락해 세상에 강력한 파장을 몰고 온 박정자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김신록은 ‘지옥’으로 2022년 제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시리즈부문 올해의 새로운 여자배우상,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조연상, 제1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김신록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한 배우기도 하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연극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이후 한양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를 석사로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전문사로 졸업하는 등 꾸준히 공부해온 배우이기도 하다.
#진양철 회장의 장손자 진성준 ‘김남희’
‘재벌집 막내아들’ 초반부터 가장 눈길을 끈 배우는 진양철 회장의 장손자 진성준 역할의 김남희다. 송중기가 순양그룹 직원이던 윤현우 시절을 그린 1회부터 진성준은 확연한 존재감을 그러냈다. 이후 진성준을 아역 배우가 맡고 해외 유학으로 처리되는 동안 출연 분량이 급감했던 진성준은 6회에서 순양그룹 건설 상무로 발령받으며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버지 진양기와 할아버지 진양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진성준의 캐릭터 역시 만만치 않지만 김남희가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내면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제 김남희는 주연급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남희 역시 연극배우 출신이다. 2007년 연극 ‘오래된 아이’를 통해 데뷔했는데 이 연극은 전회 매진의 신화를 이어간 유명 공포 연극이다. 데뷔작인 2013년에 개봉한 독립 영화 ‘청춘예찬’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김남희가 서경대학교 연극영화를 졸업한 뒤 연극과 독립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2017년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과로사하는 의사 최영재 역할로 눈길을 끌었고 당시 이응복 PD와 인연으로 2018년 ‘미스터 션샤인’에 모리 타카시 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배타미(임수정 분)와 차현(이다희 분)의 전 애인인 표준수 역할로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정재헌 캐릭터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연극배우 출신의 드라마 조연급 배우이던 김남희에게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연급 도약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순양그룹 맞며느리이자 현성일보 사주 장녀 모현민 ‘박지현’
진성준의 와이프로 순양그룹 맏며느리이자 현성일보 사주 장녀인 모현민 역할의 박지현도 눈길을 끄는 여배우다. 김남희와 마찬가지로 주연급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잡지 ‘대학내일’ 표지모델 출신인 박지현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학을 전공했다. 2014년 단편영화 ‘진심’으로 데뷔한 뒤 2018년 영화 ‘곤지암’의 주연을 맡아 세간의 눈길을 끈 바 있다.
2019년 MBC ‘신입사관 구해령’, 2020년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021년 tvN ‘유미의 세포들’, 2022년 KBS 2TV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등에서 연이어 주연을 맡으며 급성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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