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넘기고도 ‘강대강’…금투세 시행 유예 여야 공감에도 논의 지지부진
#여야 대립에 표류 중인 ‘예산안’
임시국회 첫날인 12월 10일 여야 원내대표는 2023년도 예산안 관련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렬됐다. 협상 걸림돌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금투세, 행안부 경찰국 예산, 법무부 인사검증단, 용산공원 개방,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 지역상품권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 이후 “12월 1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처리하고, 여야가 추가 협상을 해서 12월 15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는 안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예산안 합의 시한을 하루 남긴 12월 14일까지도 여야 대치는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이 14일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라”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15일) 제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최종 협상할 수 있는 건 없다. 우리 생각을 다 말했는데 우리에게 최종 협상안을 내달라는 건 양보해달라는 말 아닌가. 오히려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중요한 일들을 모두 삭감한 채 통과시킨다는 건 진짜 갑질이자 힘자랑이고 나라 재정,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예산안 합의 시한(12월 15일)도 지키지 못했다. 이날 김진표 의장은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추후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헌법재판소 등에서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법인세 최고세율(현행 25%) 1%포인트(p) 인하를 담은 중재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은 판단을 보류했다. 그간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p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12월 16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겨우 1%p 내리는 것만 갖고는 해외투자자들이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회의장께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지금 법인세 문제로 해외직접투자 (유치) 전쟁이 붙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야 예산안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자 일각에선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준예산은 국가 예산이 회계 연도 개시일(1월 1일)까지 통과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잠정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을 뜻한다. 준예산 제도는 지난 1960년 도입된 이후 62년간 한 번도 운용된 적이 없다. 다만 정부·여당은 준예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편성 가능성을 일축했다.
12월 16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준예산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 쉬워 준예산이지 준예산은 하면 안 된다”며 “준예산은 다른 말로 셧다운인데, 대한민국 정부가 (멈춰) 서서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12월 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준예산은 의원 내각제 시절 국회가 해산돼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비상수단으로 들어온 제도”라며 “대통령제 하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준예산 편성 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위기를 초래할 단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준예산은 상상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행 유예로 가닥 잡힌 ‘금투세’
이런 가운데 금투세가 예산안과 함께 표류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월 11일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31개 증권사는 금투세 도입 유예를 촉구하는 금융투자업계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불확실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투세 도입과 같은 대대적인 세제 개편은 전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20여 일 후 전면 시행될 경우 납세자인 개인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과 조세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야는 금투세 내년 시행 유예를 두고 대립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11월 18일 민주당은 정부가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인하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완화를 철회하면 금투세 시행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도 증권거래세(현행 0.23%)를 △2023년 0.20% △2024년 0.18% △2025년 0.15% 등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하려던 대주주 요건은 현행 10억 원과 30억 원을 두고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2월 16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내년 도입 예정인 금투세 관련해서 “유예로 가닥을 잡아 놨다. 민주당도 유예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서 금투세가 유예되지 않는 상황은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금투세는 2020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돼 2023년 1월 1일부터 예정이었다. 금투세는 금융 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20%(3억 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투세를 놓고 여야 모두 잡음에 휘말리기도 했다. 여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0대 국회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현재의 금투세를 도입하자는 내용으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부분이 부담이었다. 2019년 9월 23일 추경호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금융상품 간 투자 손익을 통산해 최종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경우 친명과 비명계가 금투세 놓고 내홍 조짐을 보였다. 11월 22일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이 모인 ‘더좋은미래’는 금투세를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 결정에 반기를 든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도입 유예에 잠정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지만 예산안 협상이 무산될 경우 이 역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금투세는 예정대로 2023년 1월 시행된다. 여야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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