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씨, CP그룹 후계자와 결혼…시어머니도 한국인, 양가 어머니 친분이 자녀 인연으로
#태국 재벌가와 한국인의 만남
이들의 인연은 신랑 신부 어머니들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신랑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한국인 며느리를 보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신랑 어머니인 마리사 치라와논의 본명은 강수형으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로 유학을 떠났다가 CP그룹 회장 수파낏 치라와논을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됐다.
신부의 어머니는 김구 선생 손주 고 김휘 씨의 부인이자 한상태 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의 딸로 알려졌다. 명문가인 양가 두 어머니의 친분으로 자녀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CP그룹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신랑 타니트 치라와논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홍콩 금융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2015년에 태국으로 돌아와 홀세일부문 전무이사를 거쳐 현재는 CP그룹의 대형마트인 마크로(Makro)의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있다. 현재 CP그룹 이사회 의장인 신랑은 마크로 지점의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타니트 치라와논은 최근 가장 험난한 시장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인도의 도매시장에서 마크로 확장을 주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신부 김성 씨는 미국 웰즐리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싱가포르의 IT(정보통신) 기업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 씨가 며느리로 들어간 CP그룹은 태국 재계 1위 그룹이다. 중국계 태국인 집안으로 100여 년 전 중국인 이민자에 의해 세워진 태국 최대의 민간 기업이다.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부 집안이며 전 세계 화교 사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P그룹은 식품과 유통을 주력으로 성장해 통신 사업 등으로 확장한 대기업으로 태국 내에서 그 위상은 한국의 삼성그룹에 버금간다. 한국의 롯데마트나 이마트 격인 대형유통체인 마크로를 통해 태국 내 최대 유통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1987년부터는 세븐일레븐(7-Eleven) 편의점 독점 운영권을 가지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태국 내에 1만 2000여 개의 지점이 있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점포수다. 이 가운데 CP그룹이 직접 보유해 직영으로 운영하는 점포가 40~50%에 이른다. 태국인들 사이에선 “태국인이라면 적어도 하루 한 끼는 CP그룹이 유통하거나 가공하는 식품을 먹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재계 1위 CP그룹은…
CP그룹의 히스토리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CP그룹은 1921년 중국 형제가 태국 방콕에서 작은 종자 가게를 열면서 시작됐다. 중국에서 종자와 채소 등을 수입해 동남아 일대로 수출하면서 자본을 쌓았으며, 이를 토대로 동남아 전역에 지사를 두고 식료품과 유통업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동물 사료를 비롯해 닭을 사육해서 수출했는데 태국 농부에게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한 뒤 다 자란 닭을 다시 사들여 가공 유통시켜 기업 규모가 키웠다.
CP그룹은 1970년대까지 태국 내에서 닭고기와 계란 공급을 거의 독점했으며 이후 동남아 일대로 수출지역을 점차 늘렸다. 이후 새우 양식업에도 진출해 양식 사업을 비롯한 냉동식품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식품업과 유통업이 성공하자 제조업을 비롯해 석유화학과 통신업 등으로 그룹의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1970~1980년대에 태국 경제와 중국 경제가 차례로 개방되고 자유화되는 과정에서 그룹 규모를 더욱 키웠다. 집안이 중국계였던 덕분에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와 중국 경제 개방 시기에 중국과의 비즈니스에서 이점이 많았다고 알려졌다. 가축 사육 및 사료 생산과 관련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며 1990년대 초에는 중국에 200여 개의 자회사 및 지점을 뒀다. CP그룹의 투자 및 사업으로 인해 중국의 가금류 소비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중국인의 식습관까지 변화시킨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까닭에 CP그룹은 중국 선전특별경제구역에 설립한 최초의 외국 회사이기도 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에는 식품(CP Foods), 소매(7-Eleven), 통신(True)이라는 3개의 주요 브랜드로 비즈니스 라인을 통합했다. 가장 큰 자회사인 식품기업 CP Foods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금류 및 사료 생산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17개국에 자회사를 두고 4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태국산 닭이나 새우 등 씨푸드 역시 대부분 CP그룹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신사업체인 트루는 태국 내 2~3위 업체였으나 최근 비슷한 규모의 통신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2023년에는 태국 내 최대 통신사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소매 및 물류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태국 왕실과 긴밀한 CP그룹
CP그룹의 이러한 성공적인 사업 확장과 유지의 배경에는 왕가와의 긴밀한 관계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태국에는 왕실에서 임명하고 부여하는 일명 ‘영장’이라는 것이 있는데 CP그룹은 태국 왕실이 인정하는 최대의 영장 보유 가문이다.
영장은 원래 태국 왕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에게 부여되던 것이었는데 현재는 국가의 경제와 사회 발전에 탁월한 서비스와 헌신을 보여준 회사와 기업에 부여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왕실의 승인과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왕실의 엠블럼 등을 광고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현지 사업가에 따르면, 현재 태국은 왕실과 정권의 친밀도가 높아 왕실과의 친분이 곧바로 정권과의 관계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비즈니스에도 다방면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을 하는데 왕가와의 친분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태국 현지인에 따르면 태국 재계 1위인 CP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타니트 치라와논의 결혼이지만 관련 보도는 단신 수준으로만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신부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녀라 한국에서 더 많이 보도되고 있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워낙 국제결혼이 많고 사회 전반에 중국계를 비롯한 싱가포르계, 홍콩계, 말레이계가 공존하다 보니 같은 태국에서는 동양인과의 결혼은 태국인끼리의 결혼과 비슷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수파낏 치라와논 CP그룹 회장의 부인 마리사 치라와논이 본명이 강수형인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다. 오히려 요즘 태국 현지에서는 이번 결혼보다는 CP그룹 가문 내의 또 다른 딸과 방콕은행 가문 아들의 결혼이 더 화제라고 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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