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팝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겸 디제이로 활동하는 장남 피에르. |
▲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지방의원으로 선출된 차남 장. |
지금까지 세 번의 결혼을 한 사르코지는 현재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 피에르(27)와 차남 장(26)은 첫 번째 부인이었던 마리 도미니크 퀼리올리 사이에서, 그리고 삼남 루이(15)는 두 번째 부인이었던 세실리아 아티아 사이에서 얻은 자식이다. 지난해에는 세 번째 부인이자 현재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가 딸 줄리아를 출산한 바 있다.
사르코지의 ‘아들 사랑’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문제는 간혹 지나친 사랑을 베풀다가 되레 구설에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 막내 루이. |
사실 이 정도는 돌아가면서 말썽을 부리는 장남 피에르와 차남 장에 비하면 애교에 속한다. 현재 힙합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겸 디제이로 활동하고 있는 피에르는 잘생긴 외모 덕에 얼마 전부터는 모델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디제이 모지(DJ Mosey)’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 ‘엄친아’ ‘대통령의 훈남 아들’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파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이스라엘의 유명 모델인 바 라파엘리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여느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아들이란 지위를 남용할 때에는 밉상일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1월 벌어졌던 ‘특급 호송 작전’이 그랬다. 당시 나이트클럽 공연을 위해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방문했던 피에르는 공연 직전 복통을 호소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진단 결과 가벼운 식중독 증세였고, 의료진은 일주일이면 다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멀리 파리에서 이 소식을 들은 사르코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던 모양. 즉시 파리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팔콘 50 제트기가 급파됐고, 피에르는 이 제트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프랑스 시민들 사이에서는 곧 논란이 시작됐다. 사르코지가 아들을 위해서 공금을 유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풍자전문 주간지인 <르카나르앙쉐네>는 “그 팔콘 제트기는 대통령이나 장관이 공적인 업무나 ‘공익’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대통령 아들은 일반 여객기를 타고 귀국하는 게 맞다”면서 “대통령 아들의 장(腸)문제는 ‘공익’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제트기를 띄우는 데 사용된 혈세도 문제였다. “제트기 비용은 누가 댔나?”라는 질문에 엘리제궁은 “대통령께서 사비로 7632유로(약 1100만 원)를 변제하셨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문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비난했다. 프랑스 국방부에 따르면 팔콘 제트기를 한 시간 띄우는 데 드는 비용은 5000유로(약 740만 원)이고, 파리에서 오데사까지 왕복 비행시간은 7~8시간이기 때문에 실제 총 비용은 약 3만 9200유로(약 5800만 원)가 소요됐다는 것이다. 결국 나머지 금액은 모두 공금을 유용한 셈이라고 지적한 신문은 “역시 사르코지 왕족다운 태도”라고 비난했다.
피에르의 경호에 대한 문제는 지난달에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월 콘서트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던 피에르는 브라질 주재 프랑스 대사관의 요청에 따라 브라질 현지 경찰의 특별경호를 받았으며, 입출국시에도 공항의 VIP 라운지를 사용하는 특혜를 누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치를 부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사르코지 가족을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이런 특별대우는 못마땅한 것이 사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사르코지 측은 “대통령 가족으로서 받는 합법적인 경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피에르는 지난 2009년 SCPP(음반생산자협회)에 자신의 음반 프로젝트를 위한 재정 지원을 신청했다가 협회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자 아버지의 힘을 빌리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 대통령 문화담당 자문관이 협회에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에 곧 외압 논란이 일었지만 엘리제궁은 “단순히 신청이 거부된 이유를 문의하기 위해서 전화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피에르 본인을 대신해서 대통령 자문이 독립기관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찌감치 정계에 뛰어든 차남인 장 역시 몇 차례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8년 교통사고 뺑소니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섰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던 그는 당시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법 위에 군림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 뺑소니 사고는 사르코지가 내무부 장관에 재직하고 있던 2005년 벌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스쿠터를 타고 가던 장은 앞서가던 자동차를 뒤에서 들이받고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손짓으로 욕을 한 후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던 것은 경찰의 안이한 태도였다. 운전자는 “스쿠터의 등록번호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10개월이 넘도록 스쿠터 주인을 찾지 못했다고 둘러대기만 했다”고 비난하면서 “아마도 스쿠터 주인이 사르코지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는 수사를 중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서 ‘족벌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사르코지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소르본 로스쿨 1학년생이던 지난 2008년 파리 인근의 부촌인 뇌이쉬르센의 지방의원으로 선출됐던 장은 3개월 만에 다시 지방의회 여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뇌이쉬르센이 사르코지가 19년간 시장으로 재직했던 곳이자 일명 ‘사르코지빌(사르코지 마을)’로 불린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그를 가리켜 편히 앉아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왕세자’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장은 “내 이름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과 결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하면서 아버지와 자신을 따로 생각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바람은 그가 정치를 계속하는 한 실현되기 어려울 듯하다. 지난 2009년에는 준정부기구인 ‘라데팡스 개발위원회(EPAD)’의 차기 의장으로 지목됐다가 다시 한 번 ‘족벌 정치’ 논란에 휩싸여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라데팡스는 2500여 개의 은행과 기업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 최고의 상업중심구역으로 프랑스 GDP 가운데 10%를 차지하는 곳이다. 때문에 이곳의 개발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관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23세의 어린 청년에게 이런 중책을 맡긴다는 사실이 어이없다며 맹비난한 야당은 “사르코지 가족이어서 받는 특혜다” “평등주의를 훼손하는 처사다”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대통령 아들이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게 될 경우 차기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프랑스 국민들 역시 장의 임명을 적극 반대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마당에 대통령 아들은 편하게 일자리를 구한다”고 비난하는 한편 “우리도 대통령에게 입양해달라고 요청하자”는 이색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은 “모두 근거 없는 비방이다. 나는 지방의원으로 2년간 활동한 경험이 있다”면서 “결코 특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빗발치는 여론에 그는 결국 출마를 포기했고 이사로 선출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사르코지 대통령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사르코지 가족. |
의전차량 ‘121대’ 전용기는 ‘아방궁’
“엘리자베스 여왕도 이 정도는 아니다.” 얼마 전 사회당 의원인 르네 도지에르는 자신의 저서 <국민의 돈>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르코지의 도를 넘는 사치를 폭로한 이 책에서 그는 사르코지가 마치 군주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영국 여왕도 사르코지에 비하면 서민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사실 사르코지의 낭비벽을 둘러싼 논란은 집권 초부터 계속되어왔다. 그의 사치스런 생활을 가리켜 과소비와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인 ‘블링블링’이 유행어로 등장할 정도였다. 그의 이런 사치가 더욱 눈꼴사나운 이유는 그가 국민들에게는 ‘절약’과 ‘긴축’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세금으로 사치를 부리는 이중적인 모습 때문이다. 이에 도지에르는 “2008년 엘리제궁 예산은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대통령 월급도 두 배 넘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지에르는 현재 매년 엘리제궁이 지출하는 예산은 9500만 파운드(약 1680억 원)라고 추산하면서 여기에는 매일 식비로 지출되는 1만 파운드(약 1700만 원)와 꽃값으로 지출되는 660파운드(약 116만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꽃을 좋아하는 브루니를 위해 엘리제궁은 매일같이 생화를 갈고 있으며, 매년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24만 파운드(약 4억 2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엘리제궁에는 121대의 의전차량이 항시 대기하고 있으며, 연간 보험료와 유류비로 각각 10만 파운드(약 1억 7000만 원)와 27만 5000파운드(약 4억 9000만 원)가 지출되고 있다. 이는 자크 시라크 전임 대통령의 의전 차량이 55대였던 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밖에도 도지에르는 전용기를 고집하는 사르코지의 유별난 집착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장관들에게는 “열차를 이용하라”고 당부하면서 정작 자신은 전용기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엘리자베스 여왕도 때로는 기차를 이용한다. 그런데 사르코지는 단 한 번도 기차를 이용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프랑스는 영국보다 더한 군주국가인 듯하다”고 비꼬았다.
가까운 거리도 굳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르코지는 일주일에 평균 24시간을 출장이나 해외 순방 명목으로 비행기 안에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런 까닭에 시라크 때보다 해외 순방 횟수도 49%나 증가했다. 실제 2009년에는 파리에서 130㎞ 떨어진 생캉탱 지역을 방문하는 데에도 굳이 전용기를 이용해서 혈세 40만 유로(약 5억 9000만 원)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르코지가 애용하는 전용기는 취임 직후 새로 주문했던 ‘에어버스 A330’이다. ‘에어 사르코 원’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이 전용기는 1억 4600만 파운드(약 2600억 원)를 들여 주문했지만 개조하는 데 추가로 2억 1500만 파운드(약 3800억 원)가 소요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이 호화 전용기에는 집무실, 회의실, 침실, 욕실, 의무실 등이 갖춰져 있으며, 모든 창문에는 90만 파운드(약 16억 원)를 들여 전동 블라인드가 추가로 설치됐다. 또한 사르코지 가족이 비행 중에도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도록 6만 6500파운드(약 1억 원)를 들여 최첨단 오븐을 설치했는가 하면, 집무실도 200만 파운드(약 350억 원)를 들여 사르코지의 취향에 맞게 개조했다.
이처럼 혈세를 제 돈인 양 써대는 사르코지의 씀씀이에 경악하고 있는 야당은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대통령이란 사람은 호의호식하고 있는가”라면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