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가진 비정규직 포함 2명에 가혹행위 의혹…가해자 지목 트레이너 “내 자리 노린 음모” 혐의 부인
지난 11월 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회 사무처 국정감사에선 국회 내 벌어진 인권침해 문제가 거론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회관엔 의원 체력단련실이 있다. 트레이너로 일하는 주무관이 동료 비정규직 직원들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고 한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 사적인 심부름이나 강제로 노래를 시키고 불 꺼진 깜깜한 곳에 혼자 서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먹는 음식에 극약을 넣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또 연필심 가루 같은 것들을 타서 먹이고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인권센터에서 조사했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며 “(인권침해 행위) 그 사실에 매우 놀랐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진성준 의원실과 국회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A 씨는 B 씨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한 혐의로 국회인권센터에 신고됐다. A 씨는 15년 넘게 국회 체력단련실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이고, B 씨는 자폐성 장애인으로 청소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이다.
이 내용은 지난 5월경 한 의원실에서 국회 장애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나왔다. 의원 보좌진들이 장애인 직원들의 고충을 듣던 중 B 씨가 A 씨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례를 말한 것이다. 내용은 음식 심부름 및 빨래 심부름, 노래 부르게 시키기, 불 꺼진 어두운 공간에 두기 등이었다. B 씨는 “A 씨와 같이 일하기 싫다. 정말 못하겠다”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의원실 보좌진은 신고서를 작성, 국회인권센터에 정식 신고를 했다. 국회인권센터에서 조사를 진행하던 중 더 심각한 가혹행위 의혹이 드러났다. A 씨가 B 씨가 먹는 물과 떡에 몰래 침을 뱉어 먹게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B 씨 외에 피해자가 더 등장했다. A 씨와 함께 근무하다 현재는 퇴사한 트레이너 C 씨였다. A 씨는 C 씨가 먹는 단백질보충제에 세제·연필심 가루 등을 몰래 넣어 먹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성준 의원실과 경찰 등에 A 씨가 직장동료 D 씨에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정황증거로 제시됐다. 문자메시지에는 “팁으로 연필가루 첨가해서 한잔 타줬다. 먹이기 성공” “오늘은 조금 더 먹였다” “C 씨가 배가 아파 아침 7시에 앰뷸런스 불러서 응급실 갔다. 확실히 맛이 간 건 맞다” “효과가 확실히 있다. 속병에 관련된 약들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B 씨에 대해서도 “세제 좀 먹여줘야죠” “세제 좀 먹여서 뇌수막염 걸리게 해야겠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다만 B 씨에게도 실제 세제를 타서 먹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회인권센터는 B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B 씨와 C 씨에게 세제·연필심 가루 등을 먹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A 씨를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C 씨는 자신이 과거 A 씨에게 고통을 받았다는 억울함에 경찰에 예전 의료기록 등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 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B 씨는 10여 년 전부터 내가 함께 일하며 돌봐줬다. B 씨의 법정대리인인 부친과 통화도 한다. 사회복지사도 분기별로 찾아온다. 그동안 불편하고 힘든 것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 없다. 만약 괴롭힘이 있었다면 B 씨 부친과 사회복지사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거론된 사례에 대해서도 “엄밀히 따지면 업무와 관련된 일”이라며 “개인적 빨래를 시킨 게 아니다. 의원들의 운동복·양말 등을 세탁하거나, 우리가 빨아놓으면 널라고 말한 것이다. 음식도 B 씨가 청소를 끝내면 힘들어 하고 해서 야식을 시켜주고 같이 먹은 거다. 노래 부르기도 B 씨가 어디서 노래를 배워와 계속 부르기에 ‘뭐냐고’ 물어보고, 회사에서는 부르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어두운 곳에 있게 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국회 운동시설이 폐쇄돼 불을 다 끄게 했는데 어두운 휴게실에 B 씨가 무서워해, 우리 사무실로 오든지, 아니면 해 들어올 때 체육관에 있게 한 게 전부다”라고 반박했다.
‘세제·연필심 가루를 타서 먹였다’는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장난삼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A 씨는 “D 씨를 친동생처럼 아껴줬다. 당시 D 씨가 C 씨에게 갑질을 많이 당해 힘들어하고 얄미워했다. 이에 서로 너무 친한 사이기 때문에 장난삼아 한 얘기들이다. 그런데 그걸 마치 내가 실제 한 것처럼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내가 그 직원들을 괴롭혀서 얻을 게 뭐가 있느냐.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C 씨가 내가 그런 짓을 했다면 당하고 있을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며 “내 자리를 노리고 누군가가 꾸민 음모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 씨가 B 씨와 C 씨에 대해 행한 혐의 중 일부는 ‘무혐의’ 처분하고, 나머지는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인권센터도 자체 조사를 통해 B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 징계양정에 참조하라는 의견을 달아 보고서를 국회 사무처 감사관실로 보냈다.
국회 감사관실은 국회인권센터의 조사 결과와 영등포경찰서의 수사 결과를 통보 받았다. 이어 최근 A 씨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여러 결과를 함께 두고 협의 중이다. 검토 후 조만간 자체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관실에서 검토를 통해 징계 필요성을 인정하면, 징계요구서를 작성해 국회 사무처 인사과로 보내게 된다. 그럼 인사과에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징계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이광재 총장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만큼, 사건 진행 상황을 계속 주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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