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시즌 합병에 점유율 타격, 지상파 경쟁력 약화도 악재…웨이브 “필요하면 추가 투자 유치 할 수도”
티빙은 CJ ENM과 JTBC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KT·네이버 등과 연합전선을 펼치며 공격적인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지상파 3사와 SK스퀘어가 주도하는 웨이브는 콘텐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안 그래도 OTT업계는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적자 행진 속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웨이브의 앞날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티빙에 1위 내준 웨이브, 앞으로가 더 고민
OTT업계에 따르면 시즌은 내년 1월 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고 티빙과의 결합을 마친다. 티빙은 시즌과의 합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OTT 사용자가 감소 추세지만 티빙만큼은 기세가 좋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MAU는 올해 9월 418만 명에서 올해 11월 4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시즌의 지난 11월 MAU도 118만 명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500만 명의 이용자를 지닌 거대 OTT가 탄생하는 셈이다. 웨이브의 지난 11월 MAU는 420만 명이다.
웨이브 입장에서는 티빙의 성장이 반가울 리가 없다. 티빙과 웨이브의 대결 구도는 케이블과 지상파의 대결인 동시에 통신사 간 경쟁이기도 하다. 시즌과의 합병이 완료된 후 티빙의 지분율은 △CJ ENM 48.85% △KT스튜디오지니 13.54% △JC파트너스 13.54% △SLL(JTBC 산하 제작사) 12.75% △네이버 10.66%로 구성된다. CJ ENM과 JTBC에 KT, 네이버까지 연합한 구도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SK스퀘어가 지분 36.4%를 갖고 있고 KBS·MBC·SBS가 각각 21.2%씩 보유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방송사 콘텐츠를 기반으로 모객 경쟁을 벌여왔다. 초반에는 웨이브가 앞섰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지상파 3사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연계 요금제를 앞세운 효과였다. 그러나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격화하고, OTT 포화론까지 대두되자 지상파 3사의 존재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상파 3사의 지분율이 같아 신규 콘텐츠제공사(CP) 영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티빙은 약점이던 통신사 제휴를 KT 계열사인 시즌과의 합병으로 극복했다. 네이버의 지분투자 이후에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에게도 티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멤버십 가입자를 유치할 ‘당근’을 얻고, 티빙은 국내 최대 포털 가입자들을 회원으로 품는 구조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티빙은 CJ ENM이 주도해 만든 만큼 지분율이 높아 JTBC를 영입하고 네이버·KT 등 파트너와 수월하게 손잡을 수 있었다”며 “웨이브는 오랜 기간 경쟁 관계이던 지상파 3사가 같은 지분을 들고 있는데다 지분이 희석될 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높아 신규 전략적투자자 영입에 걸림돌이 많다”고 분석했다.
웨이브 내부적으로도 주주 간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콘텐츠웨이브는 2019년 출범 직후 지상파 3사와 SK스퀘어 측이 각각 후보를 내걸고 표결을 통해 KBS PD 출신인 이태현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콘텐츠웨이브 대표직은 방송사 측과 SK스퀘어가 번갈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태현 대표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는 평가다.
지상파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12월 14일 발표한 2021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시청점유율은 KBS 22.5%, MBC 9.9%, SBS 7.7%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6년 조사 결과에서는 KBS 27.6%, MBC 15%, SBS 8.7%를 각각 차지했다. 5년 사이 방송 3사 합산 점유율이 51.3%에서 40.1%로 11.2%포인트(p)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JTBC(7.2%)와 CJ ENM(11.5%)의 점유율 합산은 18.7%로 MBC와 SBS 합산 점유율을 뛰어 넘는다.
CJ ENM은 올해 들어 tvN을 위시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JTBC도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이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KT도 자사 채널인 ENA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드라마는 물론 예능에서도 히트작 소식이 뜸하다.
#치킨게임 버틸 수 있을까
국내 OTT업계는 조 단위 투자로 독점 콘텐츠를 쏟아내는 넷플릭스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모두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762억 원, 55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양사는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이용자를 끌어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산 OTT 시장을 1개사가 독점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OTT 업체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포화 상태라는 점도 조바심을 더하는 요소다.
남은 것은 치킨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 싸움이다. 일단 OTT의 기업공개(IPO·상장) 성공 가능성은 옅어지고 있다. 증시가 불황인 가운데 적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은 네이버와 KT 등의 투자 유치로 실탄을 충전하고 있지만 웨이브는 신규 투자자 영입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웨이브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하면서 미래에셋벤처PE와 SKS PE가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 ‘에스케이에스미래에셋콘텐츠’로부터 200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조달했다. 웨이브는 CB를 조달하면서 5년 이내 IPO를 약속했다. 2024년 11월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CB 만기상환이 불가피하다. OTT업계 관계자는 “2024년까지 증시 반전 가능성이 불투명해 IPO가 힘들 수 있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며 “대안은 기존 주주의 증자이지만 보수적인 지상파 3사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웨이브 관계자는 “필요하면 추가 투자 유치를 할 수도 있다”며 “대표 연임과 관련해서는 방송사 뜻대로 연임을 한 것이 아니라 SK스퀘어 측에서 연임 결정을 내린 것이므로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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